칼럼

범인이 제 발로 찾아온다. 당연히 자백을 받아야지.

순수한 남자 2010. 5. 22. 10:50

범인이 제 발로 찾아온다. 당연히 자백을 받아야지.
번호 150755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2424  누리 564 (564-0, 25:79:0)  등록일 2010-5-22 08:12
대문 32


범인이 제 발로 찾아온다. 당연히 자백을 받아야지.
무엇이 고민인가, ‘1번’이라는 증거까지 있지 않은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22)


천안함 공격의 범인이라고 정부가 발표한 북한이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했다. 직접 가서 진위를 따져 보자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명박 정부는 하늘이 돕는 정권인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합조단 발표에 의심을 하는 부분이 있어 속을 끓이는 판에 제 발로 찾아오겠다니 하늘이 돕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명박 정부는 절대 망설이면 안 된다.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의 마음이 언제 변할지 모른다. 즉각 수락하고 환영해야 한다. 국민의 불신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기회는 한 번 놓치면 쉽게 오는 게 아니다.

▲ 민·군합동조사단이 지난 20일 국방부에서 공개한 어뢰의 잔해에 ‘1번’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있다. ⓒ 경향신문

솔직히 ‘매직’으로 ‘1번’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뛰어난 첨단 과학기술이 증명해 낸다면 북한도 도리 없이 범행을 고백하지 않겠는가.

하긴 북한의 잠수정이 서해를 휘젓고 다녀도 알아내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첨단과학 내세우기도 좀 그렇다. 그러나 밀어붙여야 한다. 밀고 나간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또 한 가지 찜찜한 것이 있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바로 상식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역습한 것이다. 고개 팍 숙이고 그냥 아니라고만 우겨야 맞는데 이건 오히려 검열단을 보내서 조사하자는 것이다. 물론 남북이 함께 조사를 하는 것이다.

함께 조사를 하면 그다음부터는 아니라고 우기지도 못한다.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과 외국의 합조단 위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매직’으로 쓴 ‘1번’을 확실한 증거라고 밝혀낸 기술이 아닌가.

조금도 걱정할 것 없다. 물증 이상으로 확실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다시는 두 말을 못하게 해야 한다. 절대로 검열단 조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변할 수 없는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세상 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 줄지 그게 걱정이다. 북한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저러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과학과 기술의 시대다”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할 것이다”

너무나 자신만만이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카드를 뽑아들었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과 무관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인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다.

남북관계에서 이런 일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북한의 군사도발’로 판단된 사건에 북한이 조사단을 파견하겠다는 것은 있지도 않았고 꿈에도 생각지 않은 일이었다.

외교안보 분야에 전문가는 “천안함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쪽 제안을 받아들이든 무시하든 앞으로 국면은 정부 계획과 다르게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천안함 사건은 재조사가 불가피하다. 침몰 원인을 다시 처음부터 살펴야 한다.

만약에 제안을 거부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앞으로 천안함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정식으로 논의하기를 요구할 것인데, 입장이 어려울 수가 있다.

“남쪽 발표는 날조”라고 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재조사를 지지하고 나서면 거절할 명분도 없고 거절하면 국제사회의 여론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정말 일이 고약하게 됐다.

정부는 기분이 나쁠지 모르지만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정부가 북쪽 제안을 거부할 경우 나라 안팎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그냥 무시만 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문가들의 생각이고 국민들의 생각은 단순하다. 단순하다는 말이 무식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국민들이 전문가는 아니로되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거 저것 논리적으로 따지지만, 국민은 직관으로 사고한다. 느낌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경험한 사람들은 안다. 형사들도 범인을 잡는데 느낌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부가 북쪽 제안을 거부하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뭐라고 할까.

혹시 뭔가 숨기는 게 있어서 저러는 것은 아닌가. 물론 아니겠지만 밝히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닌가. 무엇보다 정부가 받아들여야 할 확실하고 중요한 이유는 범죄 용의자가 제 발로 기어들어온다는 사실이다.

정부 당국은 강도가 어딜 와서 조사를 하느냐고 한다지만 이건 다르다. 정말 강도를 했는지 조사를 하고 받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걸 오지 말라고 할 명분이 없다. 설명이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 야당의 공세도 국민의 의구심도 탁탁 털어버려야 한다.

다음은 정부가 할 일이다.

서해를 북한 잠수정의 놀이터로 만들고 적의 잠수정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뿐이 아니라 그런 위험한 지역에 국가 원수이며 국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가도록 한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국민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합조단 발표에 나온 그 많은 별들은 무엇으로 만든 별이냐는 것이다. 명예와 실력과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국심으로 만든 별이 맞느냐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바로 무능한 지휘관들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지휘관에 대한 불신은 국민뿐이 아니라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제 보수의 결집은 끝이 난 것으로 알아야 하고 군의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데 나서야 한다.

북한의 검열단 파견제의!!

이명박 정권은 정말 행운을 타고난 정권이다.
하늘이 돕는 정권이다.

 

2010년 5월 22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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