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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전의원의 민주당 쇄신관련 반론

순수한 남자 2010. 6. 24. 16:43

최재천 전의원의 민주당 쇄신관련 반론
번호 176078  글쓴이 가을들녘  조회 746  누리 188 (188-0, 14:19:0)  등록일 2010-6-24 12:05
대문 17


최재천 전 의원의 민주당 쇄신관련 진단과 처방에 대한 반론
(서프라이즈 / 가을들녘 / 2010-06-24)


최재천 전 의원이 오마이뉴스에 <진단도 처방도 없는 쇄신,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라는 주장을 내놓았고 자신의 주장에 대해 누구든지 생산적인 논쟁을 해보자고 했다. 좋은 제안이다. 민주당은 누가 뭐래도 야당의 맏형이고, 민주당이 바로 서야 이 극악무도한 이명박 정부와 딴나라당의 일방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으므로 범개혁진보진영의 누구라도 민주당에 깃털만큼의 애정이라도 있다면 이 논쟁에 숟가락을 얹어놓아도 좋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2012 권력재탈환을 위한 범야권 총연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면, 범야권 총연대에서 가장 덩치가 큰 민주당의 행보를 눈여겨봐 둘 필요가 있다.

먼저, 본격적으로 최재천 전 의원의 주장을 논박하기 전에 꼭 하나 물어볼 것이 있다. 최재천 전 의원에게 묻는 것이 아니고 바로 여러분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꼭 한번 이 주관식 질문에 대답해주시기를 바란다.

질문 1)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패배, 범야권 승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대답하셨나? 이 글을 관심 있게 읽으시는 분이라면 주관식이지만 대답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딱 한 가지만 꼽아달라고 부탁했으니 말이다. 자, 이제 이 주관식 질문을 객관식으로 바꿔보겠다.

질문 2)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패배, 범야권 승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해당하는 것을 모두 골라주십시오.

1)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잘 못해서
2) 한나라당이 잘 못해서
3) 범야권의 후보가 더 나아서
4) 민주당 등 야당들이 잘해서
5) 기타 (구체적으로:                              )

몇 가지나 고르셨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범개혁진보진영의 사람들이라면 위 네 개의 설문 중에 최소 두 개에서 많게는 네 개까지, 그리고 그것으로 모자라 5) 번 기타항목에 “야권연대 때문에” 뭐 이런 것까지 꾹꾹 눌러 적었을 것으로 본다. 귀찮아서 하나만 대답하신 분들도 물론 계시겠지만…

어차피 한나라당 지지하는 사람들의 진단이 대체로 “한나라당이 진 게 아니다” 라거나 졌다고 인정하더라도 “이게 다 노풍 때문이다”라는 한심한 수준에 머무르는 한, 그 사람들의 응답은 기실 그리 중요하게 고려될 것은 아니다. (무시하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이 질문에서 정말 중요하게 고려될 것은 범개혁진보진영 지지자들의 응답이다. 그들은 아마도, 이명박도 잘 못했고, 정운찬도 잘 못했고, 한나라당도 잘 못했고, 범야권의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들보다는 도덕성은 물론 능력면에서도 훨씬 우월했으며, 범야권 후보단일화에 힘쓴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의 노력도 인정하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그만큼의 강도를 가지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연대의 경험’을 추억으로 묻어버리지 말고, 더 강한 연대를 위한 발판으로 삼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런 염원은 당연히 야권단일화 연대 파트너들 중에 큰 형님격인 민주당에 대한 강력한 견제로 나타날 것이고,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 또한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 직후 승리의 자만에 빠지지 않게끔 하기 위해 채찍질을 해야 할 때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았을 것이다.

자, 혹시 최근 민주당 안에 쇄신연대라는 게 만들어졌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가? 언론보도를 보면 천정배, 정동영, 추미애 세 의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참 재밌은 게, 이 쇄신연대 사람들이 각종 인터뷰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그게 바로 저 위 질문 1)의 응답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이다. 중앙일보·SBS·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선거 직후인 6월 3일부터 5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위 주관식 질문 1)에 대한 응답은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림 출처: http://bit.ly/9qTgIZ)

빨간색 네모와 화살표로 표시된 “민주당 등 야당이 잘해서 : 2.4%”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100명 중에서 2~3명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범야권이 승리한 가장 첫 번째 원인으로 민주당 등 야당이 잘했기 때문임을 꼽았다”라는 것이다. 자, 그런데 이 조사결과에 대해 쇄신연대를 가장 앞에서 이끌어가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천정배 의원 왈) “어제 나온 한 여론조사를 보니까 야당이 잘해서 이겼다. 이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2.4%, 그러니까 100명 중 2명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출처: 6월 9일 ‘서두원의 SBS전망대’ 인터뷰 중에서, http://bit.ly/csZKHj)

똑같은 소리로 들리는가? 아니다, 천정배 의원이 틀렸다. 이건 지독한 자기 비하에 다름아니다. 어떤 정치적 결과를 초래한 원인들은 복합적이며 당연히 복수로 존재한다.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 역시 그런 복잡한 원인들이 얽히고설켜 나타난 것이다. 이 복잡성을 ‘단 하나의 원인’을 물어 해답을 찾으려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여담이지만, 10여 년 전, 20세기를 마무리하면서 외국의 어느 여론조사기관에서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세계대전과 동서냉전이 선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컴퓨터의 발명’은 극히 미미한 (2.4%도 안되었을 거다) 응답으로 ‘기타’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렇게 주관식으로 나온 응답들을 추려서 객관식으로 물어보자 ‘컴퓨터의 발명’이 괄목할 만큼 치솟았다고 한다. 여론조사는 이렇게 신중하게 준비되어야 하고, 또한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이번엔 최재천 전 의원이 이 2.4%라는 수치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자.

(최재천 전 의원 왈) “일부에서 이번 승리를 반사이익이라 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으며… 지방선거 승리를 깎아내리려는 세력에 대해선 당대표로서 좌시하지 않겠다.” 21일 정세균 대표가 당선자 워크숍에서 한 말이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디선가 즐겨듣던 말이다. 민주세력의 어법은 결코 아니다.

시민들은 비웃고 있다. 민주당이 좋아 표를 던졌다는 유권자는 2.4%였다. 기껏해야 3.4%라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민주당에 투표한 유권자 중 97.6%가 정 대표의 상황인식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정 대표는 승리라는 것이다. 이겼다는 것이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정 대표는 너무나 자폐적이면서 철저히 계산속이다. 오로지 야당 패권을 한 임기 더 연장해보겠다는 의도, 야당 소 패권주의를 좀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 야당 권력을 더 독점적으로 사유화해 보겠다는 의도, 이것 밖에 다른 것은 안중에 없는 태도다. 정 대표의 맹목에는 시민이 없다. 민주가 없다. 민권이 없다. 민본도 없다. 당연히 민생도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질문의 대전제가 무엇이었나? ‘질문 그 자체’가 범야권의 승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질문의 답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펴면서 이것은 승리가 아니라고 한다. 범야권은 이겼는데 민주당은 졌다는 말인가? 그럼 그 승리는 누구의 것인가? 더 황당한 것은 저 조사결과를 해석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 최재천 전 의원이 정세균 대표를 비웃기 위해 2.4%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천 전 의원의 주장대로 “민주당에 투표한 유권자 중 97.6%가” 민주당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투표를 했을까? 그럼 민주당이 얻어낸 30%를 훌쩍 뛰어넘는 비례대표 득표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연대협상 테이블에 나가면서 가장 든든한 빽으로 생각했던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가 겨우 대한민국에 2.4%밖에 안되는가?

최재천 전 의원의 주장을 최대한의 선의를 가지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건, ‘현재 민주당이 (혹은 민주당 지도부가)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고작 해야 2.4%밖에 안 된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이것도 별로 동의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지독한 정치혐오를 아무리 높게 고려해줘도 이건 너무 낮은 수치다. 어떻게 이런 정당의 이런 지도부가 지난 2년 동안 선거 때마다 ‘승리’를 할 수 있었을까? 정말 세간의 “정세균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이리도 박한가? 그럼 바로 그 정세균 지도부의 당당한 일원이었던 안희정 최고위원과 송영길 최고위원의 광역단체장 당선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소위 ‘쇄신파’라는 사람들이 은근한 방식으로 비판거리로 삼는 (정세균 대표가 비호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내 친노세력의 대약진은 또 뭔가?

그런 조사 결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4년 전,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그야말로 싹쓸이했다.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압도적이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 그때 만약 저와 같은 질문을 국민들에게 던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아마 ‘한나라당 대승’의 가장 첫 번째 원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잘 못해서/열린우리당이 잘 못해서/한나라당의 후보가 더 나아서”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한나라당이 잘해서”는 꼴찌에 자리 잡지 않았을까? 그것도 한 2.4%쯤?

나는 민주당이 쇄신해야 한다는 명제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제대로 쇄신하려면 민주당이 현재 갖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정확하고 진솔한 진단이 우선해야 한다. 진단이 어긋나면 엉뚱한 치료 방법을 쓰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을 더 나쁜 정당으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장황하게 최재천 전 의원과 쇄신연대가 줄기차게 제기하는 ‘민주당 2.4% 지지론'을 반박하는 이유는, 이 주장이 담고 있는 오류 그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쇄신연대가 “2.4%”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저지르는 반칙들이 오히려 민주당을 죽이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재천 전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되돌려주자면, 나는 쇄신연대가 2.4%의 의미를 왜곡전파하는 그 행위 자체가 너무나 자폐적이면서 철저히 계산적이라고 본다.


해괴망측한 민주당의 싸움질

최재천 전 의원의 말마따나 지금 민주당은 싸움질 중이다. 최재천 전 의원은 이 싸움을 건 쪽을 “쇄신파”라고 부르고 그 반대편을 “당권파”라고 부르며 양쪽 모두 “당권을 탐하는 이기적 정치지도자들”이라며 비판하는 듯하다. 그런가? 아니다. 벌써 쇄신파/당권파라는 이름붙이기에서 최재천 전 의원의 의도가 다 드러난다. 따라서 나는 이것을 “천정추파”(정배/동영/미애파)와 “정세균파”라고 달리 부르려고 한다. 왜? 정세균파가 당권을 갖고 있으므로 “당권파”라고 촌스럽고 권위적인 딱지를 붙이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세균은 다른 민주당의 ‘대주주’들에 비하면 아직 그 세력이 미약한 월급쟁이 사장이고, ‘천정추파’는 쇄신연대라는 기구를 통해 말로는 ‘쇄신’을 부르짖지만, 바로 그들이 쇄신의 대상이거나 쇄신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정치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재천 전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민주당은 ‘역사상 가장 허약한 야당’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바로 그 허약함을 만든 주체가 누군가? 민주당이 허약한 야당이 돼버리는 데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정세균 대표인가? 아니면 정동영 의원/손학규 전 지사/천정배 의원/추미애 의원인가? 혹시 애초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그동안의 과정과 현재의 결과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정세균을 몰아붙이며 다시 정세균 대표로 하여금 당권을 박탈해오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바로 그 천정추파가 정세균파로부터 뺏어오려고 하는 당내벼슬은 정말 ‘닭벼슬만도 못한’ 쓸데없는 것일까?


민주당이 유사 이래 최약체 야당이라고?

최재천 전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사상 최약체의 야당이 된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했다.

  • 여대야소의 현실
  • 참여정부 기간동안 해체된 범야권 지지층
  • 막강해진 중앙당 권력강화로 인한 시민사회로부터의 유리

나는 민주당이 약한 야당이라는데 동의하지만, 민주당의 적통을 따져봤을 때 과연 지금의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님 시절의 열린우리당, 김대중 대통령님 시절 말기의 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더 나쁜 정당이라는 데에는 별로 동의하지 못한다. 물론, 최재천 전 의원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대통령 집권 당시 한나라당이 보여준 그 막가파식 정치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투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정당에서 대안정당으로, 그리고 국정의 건설적 파트너로서 역할 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야당의 모습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민주당에 한나라당이 지난 10년의 민주개혁정부 당시 자행했던 그 무식하고 망국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정치를 더 퇴행으로 이끄는 악마의 속삭임일 뿐이다. 게다가 그 10년의 민주개혁정부 기간동안 여당이었던 (구)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나이브함을 상대해야 했던 한나라당의 저열함과 지금 이명박이 조종하는 무법천지 의회에서 싸워야 하는 민주당을 비교하는 것은 ‘우리 의회민주주의가 어떻게 더 발전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최재천 전 의원에게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물론 군사독재정권과 그들과 결탁한 YS 시절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민족적 지도자가 강력한 지도력을 갖고 이끌던 당시의 당들과 비교하는 것도 적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재천 전 의원의 위 세 가지 지적은 충분히 곱씹을 만하다.


남일당에서 사람을 죽여놓고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놈들과 매한가지

(최재천 전 의원 왈)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지층을 배신했다. 이로 인해 의회 바깥의 진보적 시민사회와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 야권이 통합되면서 당은 또 몇 클릭 보수화됐고 진보적 시민사회는 민주당을 파트너로 삼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한없이 (여전히 그리고 죽을 때까지) 존경하고, 열린우리당을 나의 마지막 정당으로 생각했고, 참여정부가 국정을 담당했을 때 ‘내 정부’라고 생각했던 나는, 아프고 무겁게 최재천 전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인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지층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사실이며, 권력 외부의 지지세력들과 척을 진 것도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은 어떤 이유에서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며 해산되었고 복잡하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과정을 거쳐서 통합되고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패배했고 더 보수화되었다. 그로 인해서 촛불이 세종로를 뒤덮었던 그 뜨거운 여름, 국민들은 대한민국 중도개혁정당의 적통을 잇고 있는 민주당의 깃발을 거부했다.

그런데 이렇게 주장하는 최재천 전 의원에게, 그리고 지금 정세균파를 공격하며 민주당을 나쁜 정당으로 몰아붙이는 천정추파에게 꼭 되물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당신들 그때 뭐했는가?”

이 모든 것을 봉하에 계신 노무현 대통령님 1인 탓으로 돌리려는가? 아니면 민주당 내부의 소위 친노세력과 참여당에게 돌리려는가? 아니다. 이런 질문은 쓸데없는 논쟁만 촉발할 뿐이다. 다시 묻겠다.

     “민주당이 이 지경이 되는데 정세균의 책임이 더 큰가, 천정추의 책임이 더 큰가?”

열린우리당이 몰락하고 참여정부가 처참하게 찢어지는데 천정배/정동영/추미애의 책임을 더 단호하게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질문은 최재천 전 의원이 지적한 세 번째 사유(막강해진 중앙당 권력강화로 인한 시민사회로부터의 유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금의 민주당이 어떻게 건설되었는가?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당시, 즉 민주당이 건설될 당시, 지금의 민주당의 조직과 당헌·당규가 만들어질 당시 정세균은 무얼 했고 천정배/정동영/추미애/손학규/박상천은 무얼 했는가? 정세균 대표의 임기 중에 중앙당의 권력이 막강해진 건가, 아니면 원래 그런 조직과 당헌·당규 아래에서 정세균 대표가 취임하여 지난 2년간 대표직을 수행해온 것인가? 분명하게 말하지만, 이 질문들에 천정추파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 한 민주당에 애증을 갖고 있는 범야권 지지자들은 천정배 의원/정동영 의원/추미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쇄신연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사진설명: 2007년 총선패배 이후 실시된 전당대회에 정세균 대표와 함께 대표직을 놓고 다툰 당시 추미애 의원은 26.5% 득표로 57.6%를 득표한 정세균 대표에게 패배함, 출처: http://bit.ly/cjIOpH

심지어 최재천 전 의원이 말한 허약한 민주당의 첫 번째 원인이라는 여소야대가 만들어진 지난 18대 총선 역시 국민들은 당시 민주당의 대주주였던 정동영/손학규/박상천이 지휘한 선거라고 생각하며 선거 참패 3개월 후 대표에 취임한 정세균 대표가 선거 결과의 책임을 그들보다 더 무겁게 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첨언해둔다.


천정추파를 공박함

6.2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천정추파는 계파 모임을 거듭하며 소위 언론플레이를 통해서 강력하게 정세균파를 견제하고 흔들고 있다. 당 내부의 건전한 권력투쟁은 당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록 그것이 최재천 전 의원의 말처럼 ‘자신들만의 논쟁’일지라도 경쟁하고 논쟁하며 당권을 놓고 다투는 것은 자기들끼리 몰아주거나 위에서 (한나라당처럼) 누구 눈치 봐가며 당권의 임자를 나누는 것보다 더 낫다.

(최재천 전 의원 왈) 지금 민주당은 싸움질 중이다. 대립항은 이렇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과 공화당이 그토록 사랑하던 ‘체육관 선거냐 아니냐’, ‘당대표가 대선 때까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선을 치르느냐 아니냐’, ‘총선 공천의 당파성을 독점하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당대표 임기를 1년으로 하느냐, 2년으로 하느냐’, ‘집단지도체제냐, 단일지도체제냐’,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은 사실 따지고 보면 온전히 자신들만의 논쟁일 뿐이다. 왜냐고. 이 논쟁에는 당원이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들만의, 원내만의 그리고 당권을 탐하는 이기적 정치지도자들만이 참가하는 ‘그들만의 리그’요, ‘그들만의 규칙 만들기’다.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뒤늦게라도 천정추파가 ‘당권은 당원에게 있다’는 절대 명제에 동의하고 그 구체적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무척 반갑다. 한때 “기간당원제가 당을 망가뜨린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XX들”이란 모욕을 견뎌야 했던 망한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으로서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일부 명사들이 나서서 ‘대의원제도의 폐단’을 극복하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진심이다. 그런데 뭔가 개운하지가 않다. 왜일까? 역시 질문 한번 던져보겠다. 대답들 해보시라.

질문 3) 체육관 선거와 ‘전 당원 투표제’ 중에서 정세균이 천정추파 단일후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민주당의 내부권력의 파이를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고 특히 민주당에 애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략이나마 이 질문에 비슷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거다. 내가 내놓은 답은 “뭘 해도 정세균이 진다”이다. 만약 정세균에게 필승의 경선방식이 있다면(그것이 체육관선거라면) 이 논쟁은 대단히 중요한 당 내부 헤게모니 전쟁의 구체적인 전투지점이 될 것이다. 이건 앞으로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대부분의 국민들이 소위 정세균 대표 왕따 작전의 일환으로 이걸 바라본다면, 즉 천정추가 손학규의 묵인 혹은 협조 아래 (1) 대표 임기 2년을 1년으로 쪼개서 두 명의 대표가 당권을 갖고, 한 명의 대권 주자와 함께 소위 당의 권력을 나누고, (2)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서 정동영과 손학규의 지도부 안착을 도모하고, (3)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단일화해서 권력 나눠 먹기의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쇄신연대가 주장하는 이 쇄신안들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쇄신연대의 주장에 시민이 있고, 민주가 있고, 민권이 있고, 민본이 있고, 민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민주당 내 외부를 통틀어서 천정추파 사람들밖엔 없을 듯하다.

게다가 애초에 이 천정추파가 보여준 행태를 보면, 6.2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성사되는데 분명히 묵묵하게나마 힘을 보탠 정세균 대표를 선거가 끝나자마자 공격함으로써 닥쳐온 7·28 재보선에서의 야권연대 전선에 정세균 대표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걸 묶은 것 아니냐는 혐의 역시 짙다. 천정추파는 자신들의 결의문에서 7월6일로 정세균 대표의 임기가 종료된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시하면서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서는 정세균 대표가 7월 6일자로 물러나고 7.28재보선은 비상대책위 체제로 치르자는 주장도 한 바 있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의 임기는 다음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로 한다 (민주당 당헌 23조 2항)

諸정당 지도부들의 강력하고 비상한 설득과 노력이 없이는 7·28 재보선에서의 범야권연대가 난망하다는 뻔한 현실을 무시하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비대위 체제를 내세워 한 석이 아쉬운 여대야소 국회의 8명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7·28 재보선을 포기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닌 이야기를 한 것이다. 어떻게 2.4%를 말하는 똑같은 입으로 이런 식의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 것인가? 은평을 선거구에서의 야권연대가 바로 4대강 죽이는데 골몰하는 이명박의 아바타 이재오를 잡는 최고의 방법임을 뻔히 아는 사람들이 자당의 후보에게 연대를 강제할 힘도 없는 비대위를 세우자고 주장을 하니 천정추파의 속내가 훤히 드러나 버린 것이다. (쇄신연대 문학진 의원의 인터뷰 보기: http://bit.ly/cdc6uW)

쇄신연대 준비위원회는 앞서 재보궐 선거 전 지도부 사퇴와 임시지도부 구성 등을 촉구하며 지도부와 대립해왔다. 그러나 이날 연석회의 등에서 ‘당권 투쟁’으로만 자신들의 요구가 읽히는 등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자 우선 한발 물러선 셈이다.
 
쇄신연대 준비위원회는 이날 연석회의 직후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영진, 천정배, 추미애, 박주선 등 의원 12명과 노웅래, 문병호, 소병훈 등 원외 인사 3명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선거 직후인 29일 현 지도부의 사퇴 및 임시지도부 구성을 요구하는 한편, 당내 혁신기구(전당대회 준비기구)를 즉각 구성할 것도 함께 결의했다.


출처 : 한발 물러선 ‘비주류’, “재보궐 선거 이후 정세균 사퇴” - 오마이뉴스

여기에 정세균 대표가 ‘그렇다면 7월 11일에 전당대회를 열자’고 하니 이제는 또 뭐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가? 원칙이고 결의문이고 제쳐놓고, 천정추파 의원들은 “논의할 것이 많으니 정세균 대표가 대표직을 더 수행하고 7.28 선거를 치른 다음 날 물러나라. 선거 다음날부터 비대위 체제를 운영해서 8월쯤에 전당대회를 열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주장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자고로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거늘, 재보선을 한 달여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연대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지도부에게 선거 다음날 물러가라고 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게 뭐하자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나는 왜 최재천 전 의원이 이런 천정추파의 좌충우돌, 해괴망측한 주장들에 대해서 통렬히 비판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민주당을 쇄신하겠다는 천정추파는 정말 뭘 하려고 하는 걸까? 정말 이 사람들은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으로부터 권력을 뺏어올 의지가 있기는 한 건가? 그들이 말하는 의회권력 쟁취의 방법은 뭘까?


의회권력 탈환의 방법론

(최재천 전 의원 왈)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은 무엇을 해야 할까. 선거는 대표를 선출하는 일이고, 그 대표를 통해 정책의 조응을 확보하는 일이다. (중략) 민주당은 위임된 대표성이라는 관점이 아닌 정책적 대표성이라는 관점에서 여대야소 국면을 전환시켜야 한다. 전환을 위해 실질적인 정책과, 더 큰 민주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쇄신파가 가장 골몰해야 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민주당 개혁과 대전환의 핵심 지점은 바로 민생이요, 민권이요, 민주다. 출산, 보육, 교육, 일자리, 주거, 의료, 노후에 이르는 생의 주기 정책에 대해 확실한 대안을 내놓아 서민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손에 잡히는 정책과 구체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내 생활이 바뀌고 내 이웃이 바뀌고 우리 사회가 바뀔 희망의 시간표를 내놓아야 한다. (중략) 민주당의 쇄신은 실질적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기 위한 당의 구조, 당의 비전, 당의 활동을 제시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최재천 전 의원은 민주당의 평균적인 의원들보다 분명 좌로 한 두 클릭 정도 되는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학습을 많이 하고 상당한 대중성도 갖춘 정치인이다. (나도 한때 참 좋아했었다. 쿨럭!) 그런 최재천 의원이 민주당에 제시한 희망의 시간표에 나는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 그 ‘정책적 조응’의 대상이 애매모호하다. ‘서민, 이웃, 국민’의 정책적 필요에 조응하자는 이야기인 것 같다. 언제는 안 했나?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해온 게 어디 한두 해 일이던가? 그런데 이걸 좀 쉽게 표현할 필요를 느낀다. 왜? 이미 우리가 ‘정책적 조응’의 좋은 예를 하나 갖고 있고, 그 ‘정책적 조응’이 MB심판을 성공으로 이끈 사례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이 만들어낸 ‘연대의 추억’ 말이다.

우리는 ‘정책연대’에서 시작해서 ‘후보단일화’ 성사의 문턱 그 일보 직전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연대에는 실패했다.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4+4연대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이 정세균 때문이 아님은 천정추파의 핵심 인사들도 인정할 것이다) 다행히 범개혁진영에 서 있는 국민들은 끝까지 야당들로 하여금 반MB연대 성사 요구를 멈추지 않았고, MB심판이란 대의에 동의한 각 지역의 후보들과 시도당들이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켰고, 이것이야말로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 일당이 패배하고 범야권 진영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만하다. 나는 최재천 전 의원이 제시한 “손에 잡히는 정책과 구체적 프로세스”를 민주당이 제대로 만들어가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 정책이 ‘범야권연대’라는 프로세스와 조응하기를 더 크게 염원한다. 진정으로 민주당을 사랑하고 대한민국을 하루빨리 이 쥐새끼 일당의 장난질로부터 구출해야겠다면, 그 답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연대의 정신’에 조응하는 것. 그것만이 해답이 될 것이다. 정세균 대표의 말을 조금 바꿔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민주당 쇄신’의 답이 될 것이다. “쇄신론은 2012 총선/대선 압승에 도움이 되느냐, 그게 중요하다. 도움이 된다면 선이고, 아니면 악이다. 그게 전부다.”

마지막으로, 하도 천정추파의 움직임이 재빠른 탓에 신속히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에 조악하게 쓴 이 글에 대해서 어떤 비판과 비난도 환영할 것이다. 그리고 최재천 전 의원이 용기를 갖고 시작한 이 민주당 쇄신 논쟁이 더욱 풍성해져서 반드시 민주당에 이로운 결실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야권 대연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맺는다.

고맙습니다.

 

가을들녘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76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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