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려면 - Royal College of Art (RCA)

순수한 남자 2010. 7. 23. 19:14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려면 - Royal College of Art (RCA)

 자동차생활, 2010년 05월호
조회 : 1,854  
애독자이자 자동차 인터넷 포털 카엠을 운영하는 최환혁 씨와 그 일행은 지난달 기아 포르테와 쏘울을 타고 영국을 누볐다. 그들은 런던의 영국왕립예술학교(RCA: Royal College of Art)를 찾아가 운송기기디자인 학과장과 교수들에게 포르테와 쏘울을 보여주며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리차드 윈저(Richard Winsor)

데일 헤로우(Dale Harrow)

피터 스티븐스(Peter Stevens)

미래를 디자인하는 RCA
데일 헤로우(Dale Harrow), RCA 운송기기 디자인 학과장
“한국 학생이 RCA에 처음으로 들어온 게 벌써 25년 전입니다. 지금은 많은 한국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도 한국 학생들이 RCA의 다양한 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고유한 예술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인간적인 면도 깊습니다. 이런 이유로 특히 지난 10년간은 한국의 자동차가 크게 발전한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한국적인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디자인 흐름은 정교하고 디테일한 스타일이 요구되는 시대인데 이것을 따르다보면 고유의 예술성을 버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죠. 세계적인 디자인 속에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CA는 우리만의 교육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것이죠. 여기에 디자이너로서 리더십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데 이것은 디자인 팀을 이끄는 능력보다 더 넓은 의미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사람들의 삶 속에서 공유하고 삶을 개선하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RCA가 있는 영국 런던은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에 하나입니다. 디자인과 운송수단 디자인을 세계적인 시야에서 바라보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죠.

한때 학생들은 자동차의 성능, 파워, 스피드 등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를 운송수단으로 생각해 이동성, 편의성을 생각하게 되었고 친환경 주제가 추가되었죠. 전기차의 출현 등이 자동차의 모양, 차체, 바퀴를 바꾸게 되면서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도전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RCA에서는 미래를 대비한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강의 커리큘럼으로 교육합니다.
당장은 좋은 평을 받는 자동차 브랜드일지라도 21세기 상품으로 도전하기는 힘들지도 모르죠. 미래에 뛰어들 준비가 된 자동차회사로 키워야 합니다.”

전세계의 인재가 모여 디자인한다
리차드 윈저(Richard Winsor), RCA 운송디자인 교수

재규어 디자인 총 책임자인 이안 칼럼, 애스턴마틴 디자인 디렉터 마렉 라이흐만, 기아 디자인 부사장 피터 슈라이어, 볼보 디자인 총 책임자 피터 호버릭, 포드 디자인 총 책임자 마틴 스미스 등 RCA는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배출했다.

리차드 윈저 RCA 운송기기디자인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다음 세대 자동차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것이다. RCA는 학생의 디자인 실력만 높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음 세대 자동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창조적인 교육에 힘을 쏟는다. 운송디자인 학과에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14개국에서 온 40여 명의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에게 그룹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단련시키며 학생 하나하나에게는 세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RCA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고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학생을 원한다.

RCA는 운송기기 디자인을 포함해 순수미술에서 조각, 애니메이션, 직물, 컴퓨터 디자인, 제품 디자인 등 26개의 학과로 구성되어 있다. RCA의 특권 중 하나는 운송기기 디자인과 학생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창의적인 분위기에 동참하도록 다른 학과 학생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RCA는 런던에 위치한 이점을 살려 단일문화권 나라에서 온 학생에게 국제적인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견문을 넓혀주고 있다. 이같은 결과 RCA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며 운송기기디자인 졸업생의 대부분은 자동차, 오토바이 컴퓨터 그래픽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고 직접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자동차디자인 업계에서도 RCA 출신 학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발전에 놀라다
RCA가 바라 본 기아 포르테와 쏘울


기아 포르테와 쏘울을 타고 영국 런던에 있는 RCA 정문으로 들어가자 학생들이 뛰쳐나와 우리를 둘러쌌다. RCA 운송기기디자인 학과장 데일 헤로우(Dale Harrow), 교수 리차드 윈저(Richard Winsor) 그리고 맥라렌 F1과 로터스 엘란 등을 디자인했던 RCA 고문이자 디자이너 피터 스티븐스(Peter Stevens)까지 가세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DH 데일 헤로우(Dale Harrow)
 RCA 운송기기디자인 학과장  
RW 리차드 윈저(Richard Winsor)
 RCA 운송기기디자인 교수  
PS 피터 스티븐스(Peter Stevens)
 RCA 고문 겸 디자이너

기아 포르테
DH 섬세합니다. 패널이나 시트 재질 그리고 부품의 디테일이 좋네요. 현재 경쟁하는 차들에 비해 한 단계 위의 수준입니다.
RW 평범한 디자인에 개성은 없습니다. 시트나 도어를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어떤 메이커의 차인지 모르잖아요.
PS 버튼들을 누르거나 다이얼을 돌릴 때 촉감이 좋고 저는 전반적인 디자인은에 긍정적입니다. 세심하게 모든 면에서 고려했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거 같아요.
DH  양쪽에 있는 에어 벤트를 보더라도 주제를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중앙에 떠 있는 대시보드를 강조하는 색상차이도 좋습니다.
DH 잘된 디자인으로 섬세하고 깊은 디자인을 배운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제조과정도 받쳐주어야 시작될 수 있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것처럼 인테리어의 직물이 완벽하고 디자인 구성이 좋아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다음 단계의 상상력이죠.

기아 쏘울
PS 펑키하면서 재치 있는 컨셉트카가 도로에 돌아다니는 느낌이에요.
DH 균형, 자세, 휠 등 기본적인 것들이 다 좋네요.
RW 튼튼해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DH 요즘 레트로 디자인이 한창인데 반대로 용감한 차를 보게 돼서 좋아요.
DH 디테일들이 인상적이네요. 정교한 디테일과 투박한 디테일이 미스매치되면서 묘한 느낌을 줍니다.
RW 앞과 뒤의 대조도 뚜렷합니다. 앞은 형태가 분명하지 않은 둥근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뒤는 삼각형과 사각형 모양과 면이 있고 테일램프 디테일이 뚜렷합니다.
DH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깨끗한 보디에 비해 안에 불필요한 면들이 많이 들어갔어요.
PS 그렇죠, 면들이 많다 보면 교차하는 부분이 많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죠.
RW 도어핸들 같이 작은 디테일을 보면 쏘울을 위해 디자인이 되지 않고 다른 차와 공유한 부품을 쓴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PS 그러네요. 쏘울에 기대했던 부품이 아니죠.
DH 검은색 유리 테두리와 비교할 때 왜 이런 차에 크롬도금을 선택했을까요? 펑키하고 튼튼한 이미지가 좋은데.
RW 프로파일은 참 네모난데 뒷모습은 부드럽습니다.
DH (옆에서 봤을 때) 뒷부분은 눌러 놓은 느낌이네요.
PS 개발 당시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까요?
RW 그렇거나 기술적으로 유리에 커브를 많이 넣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구요.
PS 지금 모델링 도구를 꺼내서 수정을 하고 싶군요. 타협을 통한 부분들은 눈에 보이고 깨끗한 부분들은 눈에 안 보입니다. 아까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너무나 많은 면들을 넣은 것 같아요.
DH 저는 이 차의 기울어진 방향들에서 나오는 다이내믹한 요소들이 때로는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정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비교할 때 기아는 젊은 메이커인데 이만큼의 놀라움과 임팩트를 가지고 왔다는 건 정말 용감한 일입니다.
RW 쏘울은 여기서 다니는 미니 쿠퍼나 피아트 500 같은 차와 있어도 튀고 눈에 들어옵니다. 미니 랜드로버 같은 느낌이에요. 캐릭터도 있고 훌륭합니다. 자동차가 광고나 마케팅 없이 보는 그대로 어떤 차인지 인식이 되고 자체적인 판매력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흔치 않습니다. 그것이 한국에서 왔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아까 얘기 한 것처럼 면처리와 디테일 부분에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디자인을 가진 차입니다.
PS 인테리어공간이 무척 넓습니다. 특히 뒷좌석은 앞좌석과의 거리도 길고 타고 내리기도 편합니다. 애들을 태우거나 짐을 실을 때 편리하겠네요. 이것은 실외 디자인에서도 나타나는데 둥근 모양의 볼륨은 콤팩트한 느낌을 주는데 실내공간은 넓습니다. 요즘 많은 크로스오버가 쿠페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쏘울은 반대로 정직합니다.
RW 쏘울이라는 이름도 흥미로워요. 기아의 영혼(Soul) 또는 차의 영혼도 될 수 있어요.
DH 흥미로운 것은, 기아나 한국은 이런 기회가 있다는 거죠. 다른 메이커와는 달리, 역사나 브랜드 이미지에 묶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디자인 언어를 만들고 소유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 엔진에서 전기차로 바뀌었을 때도 쉽게 디자인을 전환해 독창적인 요소를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여러 한국차들을 지켜봤지만 여기에 있는 두 차는 확실히 미래를 향한 큰 발걸음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