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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외교관은 세습된다?

순수한 남자 2010. 9. 5. 14:22

대한민국 외교관은 세습된다?
번호 197760  글쓴이 서프  조회 696  누리 127 (132-5, 7:15:1)  등록일 2010-9-5 01:40
대문 10


대한민국 외교관은 세습된다?
(시사IN / 신호철 / 2008-08-26)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2년 전, 시사IN은 '대한민국 외교관은 세습된다?'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외교관이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집중 조명하였습니다.

기사 말미에 기자는 "1997~2003년에 입사한 이들은 이제 막 5~10년 차가 됐다. 이들이 외교부에서 자긍심을 높이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꿈나무 보배’로 성장할지, 외교부 조직 내 반목을 키우고 발목을 잡을 ‘진골·성골’이 될지는 몇 년 뒤면 드러날 것이다."라고 마무리를 합니다.

2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그때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고 있습니다. 당시 문제의 심각성을 예견하고 심도있게 파헤쳤던 시사인 신호철 기자께 경의를 표하며 기사 전문을 다시 소개합니다.  - 서프라이즈 -


외교통상부 최고 요직인 북미국의 북미1과 실무진 5명 중 4명이 ‘2세 외교관’이다. 10년 전부터 갑자기 늘어난 2세 외교관이 최근 핵심 보직에 발탁되었다. 외교관이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추적했다.


ⓒ시사IN 안희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은 흔히 ‘외교부 청사’라 불린다. 6~18층은 외교통상부가, 그 아래층은 (사실상 외교부에 흡수된) 통일부가 쓴다. 외교부가 따로 독립된 청사를 사용한다는 것은 외교부만의 독특한 위상을 보여준다.

이곳 외교부 청사 15층에는 북미국(북미1과·북미2과·한미안보협력과 등)이 있다. 대미 외교를 지휘하는 북미국은 대한민국 외교관이라면 거의 대부분 일할 기회를 얻고 싶어하는 요직 중의 요직. 역대 외교부 장관은 북미국장 출신 중에서 뽑히는 것이 관례였다. 현 유명환 장관도 북미국장 출신이다.

꼭 북미국장이 아니더라도 북미국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는 것은 경력에 큰 도움이 된다. “미국 외교를 알아야 세계 외교를 안다”라는 말처럼 대미 외교를 통해 국제 정세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나 미국과 상대하는 외교 부서에 최고 인재를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외교부 직원이 늘 자부하듯 ‘대한민국 정부에서 가장 똑똑한 공무원이 모인 곳이 외교통상부’라고 한다면, ‘외교부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 모인 부서는 북미1과’일지도 모른다. 북미1과는 북미국 중에서도 한·미 정무 관계 업무를 맡는 외교부 본부(서울) 내 최고 요직이다.

그런데 북미1과가 자랑스러운 것은 그 막중한 업무 때문만이 아니다. 북미1과를 이루는 구성원의 가계도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지난 8월 초 <시사IN>이 파악한 결과, 북미1과 과장을 제외한 실무진 외교관 5명 가운데 4명이 모두 외교부와 관련이 있는 유명 인사의 자식이거나 사위였다.


전 외교부 장관 아들 2명, 주미 대사관 근무

한 명은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 아들이며, 한 명은 전직 대사 아들, 한 명은 전직 대사의 사위, 나머지 한 명은 전 국회 부의장 김종호 씨의 아들이었다. 김종호 전 의원은 2000년대 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결국 외교부 가족과 상관없는 외교관은 이 아무개 씨 한 명뿐이다.

8월 외교부 추계 인사가 단행되자 북미1과 인원도 상당히 바뀌었다.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의 아들은 워싱턴 주미 대사관으로 발령 났다. 묘하게도 워싱턴 주미 대사관은 외교부 내에서 북미1과 다음 순번으로 꼽히는 요직이다. 유명환 현 장관이 주미 대사관에 두 번이나 근무했고, 권종락 외교부 1차관도 주미 대사관을 거쳤다. 북미국·주미 대사관 둘 중 하나를 거치지 않으면 장관이 되기는 힘든 모양새다.

그런데 주미 대사관에는 이미 유종하 전 외교부 장관 아들 유 아무개 씨가 근무한다. 결국 주미 대사관에 두 전직 외교부 장관 아들이 일하게 됐다. 주미 대사관에 외교부 출신은 20여 명이 있다.

북미1과와 주미 대사관의 사례가 보여주듯 최근 외교부 내에서 ‘2세 외교관’은 약진 중이다. 외교부 정병하 인사운영팀장은 “외교부 안에 2세 외교관이 등장한 것은 채 10년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3년 전만 해도 외교부 안에 ‘2세 외교관’(부모가 전·현직 외교부 직원인 경우)은 10명 남짓했다. 지금은 30명가량 된다. 3배나 늘어난 셈이다. 정병하 팀장은 “다들 대사 자녀는 아니고 일반 직원 자녀도 있다”라고 말했다. 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도 외교부에서 근무한다.

‘2세 외교관’의 약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갈래다. 좋게 보자면 이들은 우리 외교부의 전문성을 높여줄 꿈나무들일지도 모른다.

정 팀장은 “외교관 자녀가 어학 능력이 대체로 좋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이태식 주미 대사 아들 이 아무개 씨는 외무고시 수석 합격자이며 다른 신 아무개 씨는 연수원 성적이 1등이었다.


태자당·왕자당·공주당 ‘맹위’

▲ 홍순영 전 외교부 장관(사진) 아들 역시 영사과와 북미1과에서 일했으며 주미 대사관으로 갈 예정이다. ⓒ뉴시스

‘2세 자녀’는 특히 외교관으로서 자세가 다르다고 한다. 외교관을 가업이자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외교관 생활에 대한 환상이 없이 현실적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해외 생활 적응력도 강하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2세 외교관’은 태어날 때부터 외교관 수업을 받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내추럴 본 외교관’이다.

하지만 이런 ‘2세 외교관’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고려하더라도 특정 선호 부서에 이들이 편중되는 것은 의아스러운 면이 있다. 외교부 직원이 2,000명이 넘는데, 30명 남짓하다는 2세 외교관이 왜 북미 라인(북미국·주미 대사관·유엔대표부)에만 몰린 것일까.

외교부 정 팀장은 “외교관 자녀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없다. 외무고시를 치르고 들어온 인재이며, 순환근무 원칙을 지켜 인사 발령을 낸다. 다들 희망 부서가 비슷한데 전직 외교관 자녀에게 특혜를 주면 다른 직원이 가만히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직 고위 외교관 자녀 ㅎ씨의 경우는 그전에 비선호 부서인 영사과에서 어려운 일을 맡아 고생을 했으며, ㅇ씨 경우는 아프리카 콩고를, 다른 ㅇ씨의 경우는 라오스 근무를 했다. 오지 중의 오지를 다녀온 것이다. 김 아무개 씨는 비선호 부서인 재정기획관실과 감사관실에서 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월 외교부 인사가 발표되자 외교부 안에서는 ‘태자당’ ‘왕자당’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태자당’은 중국에서 요즘 부상 중인 2세, 3세 정치인을 일컫는 말이다. 8월 인사에서 전직 외교관 자녀가 요직에 발령되는 경우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여자 외교관이 많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공주당’이라는 말도 생겼다.

이를테면 이런 소식이 외교부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해외 공관·대표부 중에 워싱턴 주미 대사관 다음으로 둘째 가는 요직 X가 있다. 그곳에는 오래전부터 관련 업무를 해온 A씨가 가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직 외교관 자녀 B씨가 X로 가게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A씨 직속 상사는 분노해 항의했다. 결과적으로 A씨와 B씨 모두 그 요직에 발령이 나게 된다. 인사 정원을 3명에서 4명으로 늘려서 해결한 것이다.


2세 외교관 위해 요직 정원 늘렸다?

똑같은 이야기는 해외 공관·대표부 중에 세 번째 요직이라는 Y라는 곳에서도 발생한다. 그곳에서도 말썽이 나자 인사 정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려서 해결했다.

외교부에 이런 해프닝에 대한 사실 관계를 물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업무 요구량과 별개로 정실 관계에 의해 국민의 세금을 들여 정원을 늘린 셈이 된다. 외교부는 이에 “당시 X에서 필요한 인력은 통상 관련 인재였는데, B씨가 영어 1급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통상 분야 일을 해와 최적임자였다. 정원이 변하는 일은 흔하다”라고 말했다. Y 공관 인사에서 벌어진 일도 마찬가지로 설명했다.

<시사IN>은 외교부 전·현직 직원 8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이 ‘2세 외교관’ 문제를 물어봤다. 그들은 솔직하게 대답해주었으나 대체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2세 외교관’ 개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염려했다.

▲ 유종하 전 외교부 장관(사진) 아들은 1998년 2부 외무고시 시험에 합격한 뒤, 영사과와 북미1과를 거쳐 주미 대사관에서 일한다. ⓒ연합뉴스

ㄱ 서기관은 “그들이 실제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있다. 일을 못해서 조직에 폐가 되는 일이 생겼다면 모르겠는데 아직 그런 일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서기관은 “외교관이라는 직업이 의사와 비슷한 특성이 있다. 자식에게 대를 이어주고 싶은 직업이다”라고 말했다. 소방관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었다.

ㅎ씨는 “세상이 원래 그렇지 않나. 기업체에 가면 사장·회장 자녀가 승진을 하는 거다”라고 푸념했다. 그는 “2세 외교관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국장 이상 인사를 할 때 자연스레 걸러질 것으로 본다. 결국 실력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2세 외교관이 약진하는 이유에 대해 외교부 직원 특유의 폐쇄 구조를 꼽기도 했다. 공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같이 근무한 가족끼리 유대관계가 깊어진다. 숟가락 숫자가 몇 개인지 다 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이렇게 동고동락한 선후배 사이에서 ‘우리 애 좀 봐달라’는 말을 거절하기 힘들다.

대부분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 2세 외교관 자녀가 받을 역효과를 걱정했다. 한창 일할 사람들의 사기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근거 없는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 서기관은 “2세 외교관이 상처받는 만큼이나 그들에게 밀려난 직원이 받았을 상처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일은 과거에 비해 도를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아버지가 현직에 있을 때는 입부를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또 장관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자기 자식을 요직에 보낼 수 없었다고도 한다. 과거 송민순 장관 시절 한 2세 외교관이 장관의 반대로 원하던 곳으로 가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관 딸이 외교부에 근무하고 아랫사람들도 금도를 지킬 이유가 약해졌다.

지난 10년간 갑자기 전·현직 외교관 자녀의 외교부 진입이 늘어난 데는 외무고시 제도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2부 외무고시’다. 2부 외무고시는 1997년에 첫 시행된 제도로 6년 이상 외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는 사람만 따로 모아 시험을 치르게 한 것이다. 경쟁률도 달라지거니와 시험 과목도 1부(종전의 외무고시)에 비해 몇 과목을 면제해주고 오로지 외국어로만 시험을 치르게 했다. ‘6년 이상 체류’와 ‘외국어로만 시험’ 조항은 전·현직 외교관 자녀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1997년 외무고시 정원 40명 가운데 5명을 2부로 뽑았다. 그 중 3명이 전직 외교관 자녀였다. 이후 2003년까지 정원 20~30명 가운데 10%(2~3명) 정도를 2부로 선발했는데, 이 혜택을 입고 외무고시에 합격한 2세 외교관이 많다. <시사IN>이 파악한 사례만도 대사 자녀와 장관 자녀를 합쳐 10건이 넘는다. 7년간 2부 외무고시 제도로 뽑힌 23명의 43%에 달하는 수치인데,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2부 외무고시 제도는 여러 모순점을 안고 있었다. 원래 도입 취지는 해외에서 공부한,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뽑자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외무고시 출신과 달리 비싼 세금이 드는 해외 연수를 받지 않게 했다. 하지만 몇 년 뒤 2부 출신도 연수를 받을 수 있게 제도가 조용히 바뀌었다.


“2세 외교관 문제는 사소한 문제”

2부 외무고시가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위헌’ 논란까지 일자 2004년부터 2부 외무고시는 ‘영어 능통자 전형’으로 탈바꿈했다. 영어 능통자 전형은 1차 시험의 경우 기존 1부 외무고시와 수험 과목이 똑같지만, 답안을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

현재 치르는 영어 능통자 전형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왜 많은 외국어 가운데 굳이 영어 능통자만 따로 뽑아야 하는지, 이미 특채 선발 제도가 있는데 굳이 외무고시 기수에 맞춰 영어 능통자를 따로 뽑아야 하는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가 공무원을 뽑는 시험에서 영어로만 답을 적게 하는 데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외무고시 출신 직원은 “2세 외교관 문제는 외교부에 산적한 문제 가운데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반면 다른 직원은 “외교관의 근무 평가와 역량 평가가 과학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정실 인사, ‘빽과 줄’을 동원한 사례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2부 외무고시 제도가 없어진 이후, 외교부 내 2세 외교관 수는 다소 정체된 상태라고 한다. 1997~2003년에 입사한 이들은 이제 막 5~10년 차가 됐다. 이들이 외교부에서 자긍심을 높이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꿈나무 보배’로 성장할지, 외교부 조직 내 반목을 키우고 발목을 잡을 ‘진골·성골’이 될지는 몇 년 뒤면 드러날 것이다.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763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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