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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설치류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

순수한 남자 2010. 11. 5. 10:08

인류와 설치류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
번호 211516  글쓴이 내과의사  조회 2013  누리 544 (544-0, 25:71:0)  등록일 2010-1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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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설치류는 결코 소통할 수 없다
(서프라이즈 / 내과의사 / 2010-11-04)


한국전쟁 당시 회문산, 지리산 일대 빨치산 전투를 그린 이우태의 자전적 소설 ‘남부군’에는 빨치산 지휘부의 내부 갈등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토착 좌익 세력인 남로당 계열 당원과 인민군을 따라 내려온 북로당 계열 당원 사이의 알력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목숨을 걸고 전투를 치르던 하급 전사들 사이에 출신 성분에 따른 갈등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그들 사이에는 오로지 ‘피로서 맺은 전우애’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처럼 치열한 전투, 극한의 상황을 함께 겪으며 극복해 낸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공감하고 교감할 수 없는 동지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미국 영화에서 전투를 겪으며 인종 간의 갈등이 인간애로 승화되는 내용은 단골 메뉴에 속한다. 세월이 쌓일지라도, 학교 동창이나 군대 동기를 만나면 언제나 반갑고 애틋하고 포근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경험의 공유가 주는 끈끈한 정서의 교감 때문이리라.

요즘 대한민국 집권세력들은 앵무새처럼 ‘소통’이란 단어를 집요하게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4대강 삽질 공사는 무조건 옳은 것이며, 천안함 역시 무조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윽박지른다. 그리고 G20은 국격을 높이고 국부(國富)를 튀겨주는 도깨비 방망이라는 찬양을 국민 모두에게 주입하려 한다. 그들이 뇌까리는 ‘소통’의 실체가 이런 것이라면 우리는 저들이 휘갈긴 ‘소통’이란 단어를 한글과 다르게 읽어야만 한다. “강요와 복종”이라고.

설치류의 소통 방식 - 정부가 G20에 매몰된 상황을 ‘유머스럽게’ 표현하고자 ‘쥐’를 그렸을 뿐인데… G20 행사를 방해하려는 ‘음모’라면서 구속영장을 청구

나는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소통의 전제조건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일인일색, 십인십색인 사람들이 한데 모여 소통할 수 있으려면 공통의 무엇인가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일단 말이라도 통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과 그 수하들은 입만 열면 읊조린다. 준법, 공정, 친서민, 녹색 성장, 경제안정, 자유, 평등, 복지, 등등……. 단어 그 자체로만 본다면 그들과 우리는 전혀 다르지 않은 존재라는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 하지만 저들의 실체를 단 1%라도 아는 사람들은 저들의 읊조림이 탐욕에 굶주린 쥐새끼의 신음에 불과하단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밖에 없다. 왜? 그들과 우리는 경험의 공유가 주는 끈끈한 정서의 교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장전입, 위장취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학력 위조, 세금 포탈, 논문 표절…… 두말할 필요없이 대한민국 집권세력들의 트레이드마크이다.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이런 단어들은 생경한 두려움, 혹은 혐오의 대상이다. 행여 삶의 질곡에서 본의 아니게 그런 일들을 겪게 되더라도 그것은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 양심의 가책으로 맺히게 된다. 하지만 저들은 다르게 여긴다. 그런 따위 일 저지르지 못하면 바보이거나, 무능력한 사람이란 증명이 될 뿐이다.

입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승진을 위해, 내 집 마련을 위해, 가족의 안녕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매일같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다.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애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듯, 삶을 온몸으로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온 사람일수록 사람에 대한 애정도, 공동체에 대한 애정도 뜨거울 수밖에 없는가 보다. 그래서 ‘김밥집 할머니의 선행’이 끊이지 않고 우리네 세상을 훈훈하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인생을 무임승차로 일관하여 살아온 종자들은 세상살이 저변에 흐르는 ‘전우애’의 의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겐 평범한 삶은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그런 종자들이 터진 입이라고 감히 ‘소통’을 말한다. 이건 학교 근처도 못 가본 놈이 동창회 나와서 동창들에게 친구 행세를 하는 짓거리와 똑같다. 법조 업계에선 이런 짓거리를 ‘사기’라고 표현한다.

전사(戰士)에게 낡은 군복과 찢어진 깃발은 위대한 긍지의 상징이 된다. 그렇기에 오늘 내 존재를 가능하게 해 준 아버지의 주름살, 어머니의 흰머리는 나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을, 나의 입가에 포근한 미소를 피어나게 한다. 대통령과 그 수하들, 그들의 티끌 하나, 땀 한 방울 맺히지 않은 제복 위에는 현란한 훈장들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깡통 쪼가리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석 달 열흘 끊임없이 욕지기를 불러 일으키고야 마는.

나는 단언한다. 인류와 설치류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21세기 대한민국. 오로지 힘을 가진 설치류와 나약한 인간 사이 강요와 복종이 존재할 뿐이다. 내가 아는 소통이란 피와 땀과 눈물로 힘겨운 세상을 인간답게 헤쳐나가며 살아온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나 피어날 수 있는 어여쁜 열매이다. 그 더러운 아가리로 더 이상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능멸하지 말라.

 

내과의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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