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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과 평화

순수한 남자 2010. 11. 30. 19:02
굴욕과 평화
번호 216950  글쓴이 두 아들 아빠 (kkh6934)  조회 2117  누리 688 (688-0, 35:90:1)  등록일 2010-11-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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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과 평화
(서프라이즈 / 두 아들 아빠 / 2010-11-30)


나폴레옹 시대에 자존감이 강했던 프랑스 장교들은 적과의 전투보다는 프랑스식 긴 식사시간 동안에 자기들끼리 결투로 더 많이 죽었다고 한다. 굴욕을 참지 못해서다.

그렇게 많은 결투 중에서 죽은 자나 살아남은 자, 모두를 역사는 전혀 기억하지 않는다. 식사도 다 하지 못하고 죽은 개죽음 일 뿐이다.

사실 굴욕은 직접적인 피해는 아니다. 자신이 지켜야 할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단정할 뿐이다. 이 세상에 목숨을 걸만한 명예와 가치를 지니고 사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에 대해 의문이다. 국민은 온전한 삶을 원하지 식사시간에 목숨 건 결투를 원하지 않는다.

정부인수위 시절에 통일부를 없애 버리겠다고 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어제 대국민 담화는 햇볕정책을 걷어치우고 냉전과 대결을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그 당위성으로 ‘굴욕적인 평화는 화를 부를 뿐’이라고 했다. 평화 유지가 굴욕이라고 생각한 자체가 ‘화’이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다.

먼저 누가 느끼는 굴욕인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명박 자신의 굴욕인지, 국민의 굴욕인지 말이다. 지난 10년의 정부에서 국민은 굴욕감은커녕 전쟁의 위협조차 잊고 살았다. 다만 자기 지갑이 두둑해지기를 바랐고 그렇게 해주겠다는 이명박을 대통령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지갑이 두둑해지기는커녕 머리 위에 포탄이 날아왔다.

피난민 생활 1주일째, 지쳐가는 연평도 주민들… 특별담화를 듣던 한 주민이 눈물을 닦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연평도 주민들은 북한의 포격보다는 국가는 내팽개치고 자원봉사에 의지해서 찜질방에서 있는 것을 더 굴욕적으로 생각한다.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의 고위직들 중에, 국민 거의가 다녀온 군대를 가지 못했거나, 안 간 거에 대해서 스스로 굴욕감을 가져야 한다.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자신의 명예를 북한을 이용해서 세워 보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혹여 굴욕적인 평화의 대상이 국민이고 그래서 자신에게 화를 불렀다는 것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개인이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고 목숨 건 결투를 한다면 말릴 수 없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을 담보와 인질로 삼아 자기 명예를 지키려고 평화를 깨고 전쟁을 일으키려고 할 때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 미친 것이다.

‘네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은 이 세상 누구도 실천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원수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도록 그렇게 하며 산다.

굳이 북한을 주적으로 내세워 원수로 삼지 못해 안달 난 이명박 장로가 정말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인지 지극히 의심스럽다. 소망교회와 뉴라이트는 뭐 하는 집단인지 더더욱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지도자는 자기 집단을 위험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분은 부엉이 바위에 오르셨다. 이런 분과 이명박을 비교하는 자체가 내겐 피눈물 나는 굴욕이다.

 

두 아들 아빠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16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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