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완승’… “자동차 강제판매 했다”
[분석] 한미 FTA 재협상 타결, 개방 압력에 굴복… 국회비준절차 쉽지 않을 듯
(오마이뉴스 / 김종철 / 201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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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 오전(미국 현지시간) 한미 FTA 관련 통상장관 회의를 갖고 “ 금번 회의에서 양측은 자동차 등 제한된 분야에 대해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워싱턴 D.C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진전방안을 포함해 양국 통상현안을 놓고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연합뉴스 |
결국 타결됐다. 그동안 ‘밀실 퍼주기’ 논란을 빚어왔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었다. 결과는? 거의 일방적인 미국의 승리다.
이번 재협상을 통해 한국은 한미 FTA의 마지막 성과라고 자부하던 자동차 부문에서 철저하게 실패했다. 기존 협정문을 고쳐가면서까지 미국은 자국의 한국산 자동차 접근을 최대한 막아냈고, 국내 자동차시장은 거의 완벽하게 열어젖혔다.
물론 ‘이익의 균형’ 차원에서 농업 분야에서 우리 쪽 이익을 일부 관철시켰다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문에 비교할 것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대로라면, 한미 FTA가 뿌리째 흔들린다고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타결이 됐기에 그런 걸까. 미국 현지시간으로 3일 한미 양국이 타결한 한미 FTA 재협상 내용은 최종적으로 공식발표되지 않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고, 이르면 오는 5일 서울과 워싱턴에서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4일 (미 현지시간 3일 오후) 이번 협상 합의 내용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이 한국 쪽으로부터 얻어낸 자동차 부문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절대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맞춰진 자동차 부문 협상
핵심은 자국 내 자동차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산 자동차의 수입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또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을 보다 쉽게 늘리기 위해 한국의 자동차 관련 세금제도와 환경, 안전 기준 등을 바꾼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 내 자동차 업계의 이익과 노동자의 일자리 확충을 위해 한국의 일방적인 양보를 이끌어낸 것이다.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내용들이다.
우선, 이번 협상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던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철폐 문제. 2007년 기존 협정문에는 미국 쪽이 3000cc 이하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3000cc 초과 승용차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3년 내 철폐하기로 돼 있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 자동차 관세 즉시 철폐’를 최대 성과로 자축했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이 내용을 지우고, 대신 철폐 기간을 5년으로 일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한국은 국내에 수입되는 미 자동차에 대한 8% 관세 즉시 철폐 부분을 약간 수정했다. 4년 동안 4%로 줄이고, 5년째 완전 철폐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관세율이나 기간 등을 볼 때 양국 간 형평이 맞지 않는다.
또 미국이 일반 자동차에 비해 10배나 높은 25% 관세를 매겼던 픽업트럭 부문도 미국 쪽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기존 협정문에선 협정 발효 후 매년 2.5%씩 10년에 걸쳐 픽업트럭 관세를 철폐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8년 동안 25%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9년과 10년째에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자국 내 픽업트럭 시장 접근을 사실상 봉쇄한 셈이다.
대신 미국은 자신들이 의욕적으로 진행 중인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차 부문에서도 이익을 가져갔다. 기존 협정문에선 미국산 전기차 등에 매기던 8% 관세를 10년간에 걸쳐 없애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철폐기간을 미국의 입맛에 따라 4년 동안 4%로 줄이고, 5년째 모두 없애기로 했다. 10년에 걸쳐 없애기로 한 것을 5년으로 절반 줄인 것이다.
최대 성과 ‘미 2.5% 관세 즉시 철폐’, 5년 뒤로… 세이프가드 등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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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있는 한 미국계 자동차 대리점 ⓒ허환주 |
이번 협상에서 논란이 됐던, 자동차에 대한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도 도입된다. 한국차의 급격한 수출증가로 미국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입게 되면, 미국은 15년 동안(픽업트럭의 경우 20년 동안) 특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협정문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 역시 국내 자동차 수출물량이 월등히 많고, 국내로 들어오는 미국 자동차가 매우 적은 상황에서 적용 대상은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자동차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우리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점에 비춰보면,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장치일 뿐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판매되는 미국차 가운데 연간 판매대수가 2만 5000대 미만인 차종은 미국의 안전기준을 통과했을 경우, 곧바로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 합의문은 6500대 미만이었다. 기준 자체를 4배 이상 올려놓으면서, 사실상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국내 안전기준과는 상관없이 한국에서 자동차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있다. 지난 서울 재협상 때 거의 합의했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비와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 역시 이번에 최종 합의했다. 한국은 2007년 합의 이후 강화된 기준에 대해 미국 자동차가 목표의 119%만 달성하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는 것. 결국 미국은 국내 환경기준 적용에서도 20%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는 ‘양보’를 이끌어 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 환경, 건강권이 한미 FTA로 인해 침해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이밖에 자동차 관련 새로운 규정을 도입할 경우, 한국은 미국업체가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12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기존 세계무역기구(WTO)에선 통상 6개월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2배나 긴 시간이다. 이 역시 미국 자동차 업계에 유리하다.
백일 울산 과학대 교수는 “미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철저하게 자국에게 유리한 것을 거의 다 얻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2.5% 관세 즉시 철폐 연장뿐 아니라 전기차나 픽업트럭 등에서 미국 시장은 철저히 닫고, 한국시장은 관세뿐 아니라 세금, 환경, 안전기준 등 거의 모든 면을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퍼주기 협상 현실로… “미국과 FTA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렇다면, 사실상 자동차 부문에서 거의 ‘완패’한 국내 협상단은 무엇을 미국 쪽으로부터 얻어냈을까. 4일 현재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번 협상의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3일 귀국길에 협상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한미 간에 서로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도출하자는 인식을 강하게 가졌고,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절충하려 노력했다”면서 “절충이라는 것은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도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내놓은 협상 타결 후 내놓은 자료에는 “자동차 등에서 제한된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었다.
김 본부장은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이 자동차였으며, 거기에 대해 제가 요구한 것들이 있다”면서 “우리가 요구한 것들에 대한 표현을 일일이 못 하니까 ‘등’ 자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발표 때까지 기다려달라”면서 “그 내용에는 농산물도 있고 등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선, 김 본부장은 “쇠고기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통상당국자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이 당초 자동차 부문에서 현재 합의된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해왔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한 마디로 자동차에서 최대한 방어 해가면서, 농산물 분야에서 이익의 균형을 위해 일부 얻어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농산물 분야에서 세이프가드 품목을 일부 확대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존 협정문에는 국내 쇠고기 등 20개 품목에서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경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협상에서 이 같은 농산물 품목 숫자를 좀 더 늘려서, 일부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정도의 결과라면,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기존 협정문에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이득이라고 내세웠던 자동차 비중이 이번에 사실상 거의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도 그동안 한미 FTA를 두고 농업, 축산업, 금융, 서비스 분야 등에서 전체적으로 손해지만, 자동차에는 큰 이익을 올렸기 때문에 ‘이익의 균형’을 맞춰왔다고 자평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재협상으로 한미 FTA의 이익의 균형은 완전히 허물어졌으며, FTA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해영 국제통상연구소장(한신대교수)은 “이번 재협상은 사실상 자유무역하고는 무관한 미국산 자동차의 강제판매나 다름없는 세일즈 전략을 들이댄 것”이라며 “그토록 자랑하던 한미 FTA 성과가 모래알처럼 무너졌다. 이제 미국과 FTA를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5일 오전 이번 협상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양국 실무진들이 새로운 한미 FTA 협정문의 조문화 작업을 올해 안까지 마무리한다. 이어 새해인 2011년 초 양국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한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등이 ‘퍼주기, 굴욕협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88025&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쇠고기는 막은 줄 알았는데…
미 언론 “쇠고기 수일 내 재논의 합의”
(한겨레 / 정은주 / 201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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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6월 한-미 FTA 협정문과 미국의 재협상 요구 사항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일 오후(현지시각) 단독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자동차 분야의 합의문을 공개하면서 ‘굴욕적인 밀실 협상’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또 우리 정부의 주장과 달리, 미국 언론은 쇠고기 문제를 추가로 협상하기로 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은 농산물 분야에서 돼지고기의 관세 철폐 기간을 연장하고, 특허 분야에서 의약품 등록-특허 연계 조항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5일 오전 11시 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미국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미국 무역대표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산 쇠고기가 월령에 상관없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수주, 수일 내에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도 기자들을 만나 “쇠고기는 협상하지 않았다”고 못박아 ‘진실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쇠고기 수입조건은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가 받아들인 완전 개방 수준이다. 다만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국민적 저항 덕분에 한국인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제한에 미국이 한시적으로 합의했을 뿐이다. 미국이 한국민의 신뢰가 회복됐다고 밀어붙이면, 언제라도 미국산 쇠고기는 월령에 상관없이 수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또 한국은 미국산 돼지고기의 관세 철폐 이행기간을 다소 줄이고, 의약품 등록 시판 허가를 특허와 연계한 조항을 일부 수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다른 나라의 수출업자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등록·시판 허가와 특허를 연계시킨 조항은 특허권자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기간에는 보건당국이 복제약 시판을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 복제약 비중이 큰 우리나라한테는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발표한 자동차 분야의 내용을 보면,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어렵도록 관세 인하 시기를 늦춰 미국 시장을 더 닫았고,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쉽도록 자동차 안전기준, 환경규제, 세금제도를 바꿔 한국 시장을 더 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 “획기적인 딜(landmark deal)”이라며 “이번 합의가 미국의 수출을 110억 달러 가량 늘리고 일자리 7만 개 이상을 창출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고 환영했다.
…… (중략) ……
‘점(.)이든 콤마(,)든 협정문에 다시 찍는 일은 없다’고 공언하던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함으로써 2007년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이익의 균형’이 허물어졌다는 지적이 ‘후폭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4521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