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고한다
(딴지일보 / 화성 / 2010-12-14)
날치기 통과 후 ‘이것이 정의’라며 환호하고 뒤풀이 회식까지 했던 딴나라당과 ‘새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기뻐한 ‘친서민’ 가카께서 예상치 못한 역풍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날치기가 뭐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올해까지 3년 연속이니 이제는 공식 연말행사로 자리 잡게 될 마당에 며칠 지나면 잠잠해지리란 처음 예상과 달리 비판여론이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자,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서둘러 GG 치고 물러나게 하는 등 나름의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이 정도의 꼼수로 불붙은 민심을 진화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단순히 ‘꼬리 자르기’ 정도로 무마될 사안이 아님을 눈치 깐 것일까. 안상수 대표의 퇴진론까지 솔솔 나오는 걸 보니 꼬리에서 좀 더 나가서 이참에 냄새 나는 똥꼬(ASS) 털 정도는 뽑아버릴 심산인 것 같다. 어차피 그들의 일차 목적은 몸통이자 밥줄인 ‘형님 보호’에 있으니 그깟 털 몇 가닥이 뭐가 그리 아깝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과연 그 정도로 민심이 수습될 것인가에 있다.
만약 민심이 가라앉기는커녕 계속 번져서 결국 형님을 향하게 된다면 딴나라당은 물론이고 가카까지 남은 기간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수 있다. 4대강을 포함해 엄청난 액수의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니 이제 곶감 빼먹듯 뒤로 챙길 일만 남은 것인데 만약 이 일로 발목을 잡히면 정권연장의 꿈도 물거품이 될뿐더러, 그렇게 되면 가카 퇴임 후엔 보나 마나 형님의 ‘깜빵행’을 두 눈 뜨고 가만히 바라만 봐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음이다. 두목이 잡혀간 조직은 일개 양아치 집단으로 전락하는 게 조폭의 생리임을 잘 아는 그들….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그들이 그토록 염려하는 일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필자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나 간절히 원하는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뭐 뾰족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도 마땅히 없다. 당장에라도 거리에 나가 촛불이라도 들고 싶은 심정이나 열 받은 몇 사람이 드는 촛불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일 뿐, 뭔가 이 싸움을 조직적으로 끌고나갈 구심점이 필요한 순간이다.
하지만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힘이 너무 약하고 그렇다고 제 앞가림하기에도 급급한 대책 없는 민주당이 나서서 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도 좆망일 뿐이고…….
그럼에도 필자가 민주당에 이렇게 고언을 하기로 한 건 민주당을 믿어서가 아니라 지금이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저들의 시커먼 민낯과 속살이 예산안을 통해 드러난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가카의 남은 임기 동안, 아니 그 후 차기 정권까지 국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크기가 너무도 엄청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에 우리 아이들이 이 엄동설한에 굶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에라도…. 별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김대중과 노무현을 배출해 낸 저력 있는 당이라는 데 마지막 희망을 걸고 몇 가지 안을 제안하는 바이니 민주당은 쳐 듣든지 아니면 말든지 맘대로 해라.
예산안 날치기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그들 스스로 들이민 것
그동안 가카와 딴나라당은 부자 감세와 4대강 삽질 등,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결같이 추진해왔으면서도 겉으로는 자신을 ‘친서민당’이라며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해왔지만 이번에 날치기 예산안의 실상이 공개되면서 그 실체가 뽀록나게 되었다. 그동안 서민 앞에서 흘린 가카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었음을,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며 내세운 딴나라당의 수많은 구호가 결국은 표를 얻기 위한 술책이었을 뿐, 결국은 서민 때려잡는 야구방망이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다른 누구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지들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별다른 견제 세력도 없는 마당에 연평도 도발 사건과 한미 FTA 등, 최근에 벌어진 수많은 사건, 사고들로 말미암아 국민의 눈과 귀가 다른 곳으로 쏠려 있는 틈을 타서 별다른 고민하지 않고 그냥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 이번 예산안 날치기였다.
물론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자기네들이 입게 될 타격이 부담스러워 전략적이고 의도적으로 토론이고 나발이고 다 제치고 땅 땅 땅 통과 끝’을 했을 거라는 물뚝심송님의 분석에도 동의하지만, 그전에 그들의 털 난 양심팍 저 깊은 구석에는 ‘그렇다고 제깟 것들이 뭐 어쩌겠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음이 분명하다.
야당이고 국민이고 장기판의 졸로도 안 보이는 마당에 ‘골치 아픈 거 후딱 해치우고 보자!’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에 기름을 부어준 것은 ‘회기 내에 예산안이 통과되었으면 한다’라는 가카의 한마디였고, 그것이 단순한 가카의 바람이 아닌 거역할 수 없는 ‘명령’임을 눈치챈 그들이 밀린 방학숙제 해치우듯 일사천리로 모든 예산안을 뚝딱 통과시켜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와중에 그들의 변명대로 손발이 맞지 않아서 삑사리가 난 사안도 있었을 것이다. 밀린 일기 쓰는데 언제 비가 왔는지 눈이 왔는지 일일이 어떻게 알겠는가. 날씨 적는 난에 대충 맑고 흐림으로 지어내다 보니 맑은 날에 눈 맞으며 신나게 놀았다는 내용도 있고 그런 거지 뭐…….
핵심은 날치기가 아니라 예산안의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날치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야 그들도 어느 정도 각오했을 터, 그런데 국민은 이제 물려버린 날치기엔 관심이 없고 날치기에 담긴 내용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하 요것들이 애들 입에 들어갈 밥값을 빼서 형님 과메기를 만들어?’ ‘출산 장려하라고 해서 애 낳았더니 예방접종비용을 전부 삭감해?’ 그전에는 그저 정치는 정치하는 것들의 일이라고 무관심했던 국민이 가만히 보니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주머니를 털겠다는 일이고, 내 가족, 내 이웃이 먹어야 할 떡을 지들 입에 처넣겠다는 일임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각성하게 된 데에는 저들이 입만 열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짖는 지난 정권의 공이 크다. 처음에 멋모르고 받을 때야 그런가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복지’였지만, 막상 그것을 뺏겠다고 하니 그건 용납이 안 되는 거다. 소중한 것일수록 없어 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듯이 복지도 마찬가지, 이제는 G20의 성공적 개최니 국격이니 하는 뜬구름보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구름 밑에 떠다니는 산소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그것을 빼앗으려는 무리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를 힘으로,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로
그 국민의 분노를 하나의 결집한 힘으로 모으는 것이 바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좀, 아니 많다. 늘 하던 대로 비난 성명이나 발표하고 며칠 거리로 나가 구호 몇 번 외치는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단 말이다. 기껏 생각해 낸 것이 100시간 농성과 날치기 무효 걷기대회 같은 ‘니들만의 행사’인 것 같은데, 그런 거 백날 해 봐야 국민이 추운데 고생한다고 동정도 해주지 않으니 괜히 헛고생들 하지 말고 머리부터 좀 쓰기 바란다.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것이지 죄송하다며 긁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국민이 왜 분노하는가에 대해 정확한 분석을 하는 것이다. 국민은 지금 날치기의 행위가 아니라, 날치기에 담긴 내용-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냥 단순히 썩은 놈들로 치부했던 정치인들이 그냥 썩은 게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날강도들이란 것이 드러난- 을 보고 분노하는 것이다. ‘똥개가 똥 먹는 일이야’ 뭐 당연한 일이겠거니 생각하며 그저 피해 다니기 바빴었는데 알고 보니 이놈의 똥개 새끼들이 처먹는 것이 똥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야 할 소중한 밥이였던 것이다.
분석이 끝났으면 다음엔 이를 하나로 결집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로. 여당이 약속을 어기고 날치기를 했다느니, 날치기할 때 폭력을 썼느니 하는 부수적인 것들은 과감히 빼야 한다. ‘니들도 예전에 안 그랬냐?’ 하는 한마디면 결국 ‘똑같은 놈’이 되기 때문이다.
예산안의 내용에서도 특히나 ‘지역 편중’ 예산을 건드리면 안 된다. 영남이, 그것도 정권 실세들이 싹쓸이해 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건드리면 오히려 저들의 노림수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 본질은 ‘부자 대 서민’의 계급투쟁인데 ‘영남 대 호남’, 혹은 ‘영남 대 비영남’의 케케묵은 지역감정으로 보이는 것, 바로 저들이 노리는 함정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면 92년 대선 때 ‘초원복집’ 사건을 상기하기 바란다. 그때 김영삼이 어떻게 당선됐는지를…….
4대강 예산이 어떻고, 형님 예산과 마눌 예산은 얼마가 늘어나고 서민 예산과 노인 복지 예산, 또 일자리 창출 예산은 얼마가 삭감되고…. 이런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호들은 오히려 국민을 교란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에게 중요한 건 누가, 얼마를 헤쳐 먹었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어떤 돈이냐 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나와 우리 아이들한테 와야 할 돈을 저들이 강탈해 간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 아이가 먹을 밥과 내 아이에게 맞힐 예방 접종예산으로 형님이 좋아하는 과메기를’ 같은 구호 하나로 통일해서 오로지 한 놈만 패야 한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무대뽀’처럼.
진정성 있는 자세와 실천적 모습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하는 가식적인 행동들은 차라리 하지 않음만 못하다. 그저 면피나 하려 들지 말고 이번 일에 정치 생명을 걸고 싸워야 한다. 대충 뭉개기만 해도 자리가 보전되는 ‘제1야당’에 그냥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야 필자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번처럼 니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 수비가 자살골을 넣어줬는데도 이기지 못한다면 니들은 분명히 제2, 제3의 소수당으로 전락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지금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은 딴나라당의 날치기보다도 찍소리도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민주당의 무력함과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무능력함에 더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괜히 마음에도 없는 의원직 총사퇴 같은 ‘쇼’나 할 생각은 말고 보다 참신하면서도 진정성이 드러나는 실천적 행동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가 비록 지방의 손바닥만 한 동네 학원에서 아이들 뒷바라지나 하는 머슴에 불과하지만 하도 답답해서 몇 가지 허접한 안을 생각해 봤으니 똑똑한 니들이 가져다가 살을 붙이고 뼈를 이어서 훌륭한 안을 만들어 보기 바란다.
첫째, 다른 야당,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서 싸워라
다 모아도 부족한 마당에 지금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분열해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책위만 하더라도 4대강 저지, 무상급식, 비정규직 철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행동하고 싶은 국민조차 어디에 먼저 참여해 힘을 보태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 일이 터졌다. 모처럼 만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가카 정권 내내 야권 연대나 통합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수포로 돌아간 것은 순전히 민주당 니들 때문이다. 니들이 가진 그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려고 니들이 가진 것은 뒤로 짱박아 놓고 그나마 없는 다른 쪽의 것을 빼앗으려만 들었으니 논의다운 논의가 될 리가 있었겠는가. 정당의 속성상 계산기부터 두드리고 보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손해 볼 것을 각오하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야말로 결국엔 너희에게도 이익이 된다. 생각해 봐라. 야권 연대를 통해서 얻은 떡이 생기면 과연 누가 가장 많이 가져가겠는가. 하지만, 연대 없이는 떡은커녕 국민의 욕밖에 먹을 것이 없다.
니들 먼저 가진 것을 내놓고 시작해라. 제1 야당이 어쩌고 지분이 어쩌고 하는 말은 입에 담지도 말고 다른 야권과 시민단체, 종교계 등과 똑같은 자격, 대등한 위치에서 공동대책위를 만들어서 최우선 순위로 이번 싸움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니들도 살고 국민도 산다.
둘째, 국민을 끌어내려 하지 말고 국민 속으로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 행사는 이제 지겹다. 국회의사당이나 서울역 앞에 모여서 플래카드나 하나 앞세워 사진이나 박는 ‘딸딸이’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니들 손에도 굳은살 박일 만큼 박혔을 테고 무엇보다 지켜보는 국민이 역겹다. 국민은 니들이 앞장서는 행사에 들러리서고 싶은 게 아니라 국민이 나서는 일에 니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니들이 딴나라당과 달리 입으로만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당이라면 니들이 있을 곳은 국회가 아니라 서울역이 아니라 대형 슈퍼가 들어서 파리 날리고 있는 우리 집 앞 시장이어야 하고, 밥 굶은 채로 놀고 있는 우리 동네 놀이터여야 한다.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장사하고 같이 굶는 모습을 카메라가 아니라 국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평소에도 하릴없어 빈둥빈둥 놀기만 하던 터에 이젠 예산안 처리도 끝나고 국회 회기도 끝났으니 더 한가할 것 아닌가. 그리고 돈 없어서 아이들 밥도 굶기는 마당에 중앙 당사가 뭐 하러 필요한가?, 이참에 당사도 팔아버리고(예전 박그네처럼 천막 같은 거나 치면서 동정표라도 얻으려는 잔대가리 굴리지 말고) 그 안에서 농담 따먹기만 하던 국회의원과 당직자들 전부 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
셋째, 진정성이 담긴 모범을 보여라
중앙 당사 보증금이야 몇 푼 안 되겠지만 일단 그 돈부터 깔고, 거기에 인상된 국회의원 세비부터 얹은 후에 대국민 모금 운동을 해라. 이른바, ‘아이들 밥은 국민이 먹이자!’ 프로젝트를 범국민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10만 원 한도에서 세금 공제되는 정치후원금도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걷어라. 어차피 내년 2월이면 다시 환급받을 수 있는 돈이니 그 돈으로 아이들 밥 먹인다고 하면 국민의 참여는 크게 늘 것이 아닌가.
거기에 ‘하루 한 끼 굶고 3000원 보내기 ARS 모금 운동’ 같은 것도 진행하고…. 니들부터 당장 점심을 걸러라. 국민을 대표한다는, 그것도 친서민 국회의원이 아이들 밥 굶기면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짓 아닌가. 어차피 니들은 너무 먹어서 탈이니 이 기회에 살도 빼고 좋은 일도 하자는 것이다.
또 매번 선거 앞두고만 여는 후원 행사를 이번 기회에 열어라. (당연히 아이들 밥값으로) 그것도 비싼 호텔 빌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구 시장에서 시장 상인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시장 상인연합회와 논의해서 후원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후원금 외에 시장에서 물건도 사게 하고, 연합회에서는 그 수익 일부분을 아이들 밥값으로 내놓으면 서로에게 다 좋은 일 아닌가.
이 외에도 다른 야권 및 시민단체, 종교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면 참신하고 현실성 있는 좋은 안들은 무궁무진 나올 것이다. 아이들 밥도 먹이고 진짜 서민 정당으로서의 차별화된 모습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수 있으니 민주당 입장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인 것이다.
지금 가카와 딴나라당은 시간 벌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안상수를 비롯한 몇몇 당직자들의 책임을 물어 사퇴시키고 예비비나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선에서 일단 급한 불만 끄고 나면 예전처럼 별일 없이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날씨도 추워서 사람들이 모이기도 어렵고 이번 주만 어떻게 무사히 넘기면 다음 주는 크리스마스가, 그다음 주엔 연말연시가 있으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내 잠잠해지리라 믿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말로, 충분히 그들의 예상대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이 북받친 감정들을 송년회의 한잔 술로 꿀꺽 삼켜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치열한 먹고사니즘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이젠 앞으로 이보다 더 좆같고 끔찍한 일이 생겨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열패감에 찌들어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에 희망은 없다. 아이들의 웃음도, 미래도 없고 단지 똥개들만 똥냄새 풍기며 거리를 활보하는 ‘빌어먹을민국’만 남게 될 것이다.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요즘이지만, 개그콘서트의 ‘달인팀’이 겨울방학 동안 결식아동들에게 급식 지원해줄 돈을 모금하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웃기는 게 직업인 그들도 웃음을 찾기보다 눈물 나는 일에 그들의 힘을 보태고 있는데 하물며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게 직업인 민주당 니들은 최소한 그들보다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 시간이 없다. 너희에겐 딴나라당 같은 돈도 없고, 힘 있는 형님도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 밥은 먹여야 한다’라는 든든한 국민이 뒤에 있지 않은가. 그 ‘빽’을 믿고 부디 힘차게 나서주길 바란다. 내가 오죽 급하면 니들에게까지 부탁 같은 걸 다 하겠냐. ㅠ.ㅠ
내일부터 전국적으로 눈이 온다는데, 그 하얀 눈이 밥알로 보일 배고픈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화성
출처 : http://www.ddanzi.com/news/527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