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실세에 의한, 토건사업을 위한’ 예산이었다
한나라, 막판 밀어 넣은 ‘4613억’ 뜯어보니
(경향신문 / 김진우·강병한 / 2010-12-13)
‘영남 챙기기와 토건 예산, 그리고 실세 중의 실세…’
지난 8일 내년도 예산안 강행처리 직전 막판 증액 심사 때 한나라당이 밀어 넣은 것으로 확인된 예산 4600여억 원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예산 심사를 담당한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의 ‘내 지역구 챙기기’도 두드러졌다. 그 사이에 서민·복지 예산들은 뒤로 밀렸다.
◇ 영남 예산 밀어 넣기 = 경향신문이 12일 단독 입수한 한나라당 증액 요구 사항 자료를 실제 내년 예산과 비교한 결과, 한나라당이 막판에 요청해 증액된 151개 사업의 4613억 원에서 영남지역 예산은 전체의 66.8%인 308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PK 예산’은 경남 700억 원(38건), 부산 293억 원(12건), 울산 29억 원(4건) 등 1012억 원이고, ‘TK 예산’은 대구 277억 원(11건), 경북 1795억 원(13건) 등 2072억 원에 달했다. 특히 증액 예산 규모에서 상위 21위 안에도 영남 예산은 14건이나 들어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PK 예산의 급증에 대해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부산·경남 지역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당 지도부에서도 이 지역을 적극적으로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계수조정소위 인원 구성부터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은 141억 원(9건) 증액되고, 경기·인천은 각각 451억 원(20건)과 178억 원(13건)이 막판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호남의 증액 사업은 2건 55억 원, 충청은 1건 5억 원에 불과했다. 여당에서는 당초 예산 심사과정에서 이종구 의원이 ‘호남 몫’을 챙기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정작 막판에 기획재정부와 예산 증액분을 교통정리 하는 과정에서는 영남 중심으로 흘러버렸다.
◇ SOC·건설이 태반, 복지·서민은 찔끔 = 막판 밀어 넣기로 증액된 사업 태반은 사회간접자본(SOC)과 건설 예산이었다. 증액 예산 상위 21위 안에서 13건이 SOC 예산인 것으로 집계됐고, 이들 대부분이 영남권에 집중됐다. 특히 포항~삼척 철도(700억 원)와 포항~울산 복선전철(520억 원)이 1·2위를 차지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관련된 ‘형님 예산’ 3건이 증액 예산 규모 상위에 올랐다. 이 밖에 경북도청 신청사(200억 원), 수인선 광역철도(150억 원), 인천도시철도 2호선(100억 원), 진주~마산 고속도로(100억 원) 등도 막판에 증액된 ‘토건 예산’들이다.
막판 증액 심사 때 서민·복지 예산은 홀대 됐다. 경로당 난방비 지원사업(218억 원)만 증액 상위 21위 안에 올랐다. 이어 노후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사업(50억 원), 성남시 노인복지센터 기능 보강(8억 7300만 원), 드림스타트(빈곤아동지원) 사업(3억 원) 등 일부 사업만 증액 요청이 반영됐다. 반면 신규 증액이 요청됐던 여성일자리센터 건립(10억 원), 소외계층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원(7억 6000만 원) 등의 서민·복지사업은 막판 증액 심사 때 배제됐다.
◇ 내 지역구 챙기기 극심 = 포항의 ‘형님 예산’ 논란 외에 막판 증액 과정에서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도 이어졌다.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권성동 의원이 증액을 요청해 늘어난 사업 20건 가운데 11건이 지역구인 강릉 예산이었다. 권 의원은 원주~강릉 철도 예산과 남항진리 연안정비사업과 관련, 각각 140억 원과 80억 원을 요청해 40억 원과 30억 원을 따내는 등 170억 원을 증액시켰다. 김광림 의원도 ‘형님 예산’ 4건을 제외하고 6건 285억 원이 지역구인 안동 예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영 예결특위 위원장은 지역구인 마산 관련 사업 6건을 직접 요청해 창원지법 마산지원 증축 예산 72억 원 등 187억 원을 증액시켰다.
막판 예산 밀어 넣기 과정에서 여권 실세들 간 ‘성적표’도 엇갈렸다. 김광림 의원이 ‘총대’를 멘 ‘형님 예산’은 4건 1340억 원이나 증액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양산 예산은 3건 49억 원이 막판 증액됐다.
경남 합천 출신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요청으로 증액된 것으로 보이는 예산은 고현·하동IC 확장·포장 사업(50억 원),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도로(10억 원) 등 남해·하동 예산 5건 82억 원이었다. 남해·하동은 박희태 의장이 13~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구’이기도 하다. 반면 안상수 대표의 지역구인 과천·의왕 예산은 부곡지구 하수정비사업(9억 원) 단 한 건만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2122140435&code=9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