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 한번으로 외교 강국으로 부활한 러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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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당시 미국 내에서는 6자회담 무용론과 함께 1990년대에 실시했던 <4자회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일본과 러시아를 제외하자는 논리였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에 집착해 6자회담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제기됐으며 러시아는 한반도에 ‘지분’이 적다는 논리였다.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그러한 존재였다. ‘존재감’이라도 있었던가. 그 후 1년 반이 지났을 뿐인데 상황은 급변했다. 이번 연평도 훈련 소식이 공개되자 러시아는 즉각 ‘한국의 자제’를 강하게 요구하는 외교부 성명을 냈다. 수위만 놓고 보면 중국을 능가했다. 일본은 침묵했고 미국은 외무부와 군부의 입장이 서로 달랐다. 요약하면 6자회담국 중에서 러시아가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였다. UN 주재 러시아 대사는 ‘핵전쟁’까지 운운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 후 UN 안보리 회의를 요청해 주도했다. 한 술 더 떠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2011년 사상 처음으로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연평도 훈련은 자제하라던 이 미묘한 시기에 훈련공개는 이상한 일이다. 두 나라의 연합군사 훈련이 중국 앞바다도 아니고 흑해도 아닌 왜 ‘동해上’인가.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 훈련이 동해, 서해에서 실시된 것과 차원이 다른 얘기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와 같은 일방적인 훈련 공개 방침에 이명박 정권은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의 서해 훈련에 대해서 북한과 중국이 보였던 격렬한 거부감을 고려한다면 두 나라의 군사훈련 계획에 대한 우리 정부의 ‘쫓기던 타조가 머리만 덤불 속에 처박은 채’ 아무 일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왜 이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서 이토록 저자세인가. MB 정권은 미국에 대해서도 더 낮출 수 없을 정도로 저자세이지만 이는 부시 카트를 운전했던 그때부터 계속됐던 일이라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런데 출범 3년 동안 교류도 없던 러시아에 대해 지금 보이고 있는 또 다른 굴욕의 모습은 무엇 때문인가. 지난 5월 31일 러시아의 천안함 조사단 3명이 조용히 입국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천안함을 조사한 후 출국했다. 조선일보는 칼럼을 통해 ‘러시아 조사단을 초청한 것 자체가 단견이었다’고 주장할 정도로 이 세 사람이 국내에서 보낸 일주일의 파급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로 돌아가서 천안함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에 보고했다. 그때부터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 저자세 외교모드로 전환했다. 9월 1일 그레그 前 주한대사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 처음으로 러시아 보고서가 언급되기 시작한다. 그는 천안함 사건에 관한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가 공개되면 MB에게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이 공개되는 날, 청와대는 MB가 러시아의 ‘세계정책포럼’에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에서는 세계적인 포럼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정작 러시아 언론에서도 지역의 작은 축제 정도로 보도하는 수준이었다. 현직 정상으로는 MB와 탄핵을 앞둔 이탈리아 총리가 고작이었다. MB의 갑작스러운 방러에서 그가 러시아의 천안함 리포트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이후부터 러시아는 구한말 수준으로 한반도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침몰하는 옛 강대국을 부활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정권인 것이다. 언론을 통해 대략적으로 윤곽이 드러난 러시아의 천안함 보고서는 ‘외부폭발임에는 틀림없지만 기뢰 가능성이 있고 북한이 직접 했다는 데는 의문을 가진다’로 요약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전쟁기념관에서 북한을 상대로 복수를 다짐했다. 다시 봐도 놀라운 증거물인 ‘1번 어뢰’도 국제사회에 선보였다. 그리고 나서 MB는 천안함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부의 주장을 믿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명박식 ‘국론통일’은 천안함에 대해 ‘나를 믿어라’는 것이다. 러시아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이 정권의 국민에 대한 진실성, 도덕성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는 외국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단 세 사람이 일주일 남짓 조사한 결과, 러시아는 한반도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조사원들의 전문가적 역량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그것 이외의 감추고 싶어하는 ‘뭔가’를 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 때문에 러시아 대통령의 ‘콜’을 받고 MB는 러시아의 유서깊은 작은 도시에 다녀오지 않았던가.
그가 러시아의 비위를 이토록 맞춰야 하는 그 천안함 보고서가 궁금하다. 몇십 페이지의 작은 분량으로 한반도에서 과거의 영향력을 일거에 확보한 그 천안함 보고서. 당당하다면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먼저 전문을 공개했어야 하는 그 천안함 보고서가 궁금한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만큼 의혹의 시선도 깊어만 간다. 이명박 정권은 무엇을 국민에게 숨기고 있는가. 이 글을 읽고 뜨끔해 할 사람들에게 묻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그리고 천안함의 장병들에게 숨기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뒤로는 계속 숨기면서 앞으로는 ‘국론통일’을 국민에게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대학교수들은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적절한 고사성어를 선물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게 장두노미는 처음도 천안함이었고, 마지막도 천안함이 될 것이다.
부천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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