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 수입해야 하는 MB의 무심한 구제역 대처
(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 2010-12-28)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간다. 청정지역으로 인식되었던 경북, 강원 등지에서도 구제역 신고가 들어온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 파문 속에서 살처분한 가축 수는 50만 두에 육박한다. 이 수치는 지난 4차례 구제역 당시 살처분한 두수(21만)의 2배가 훨씬 넘는 수치이다. 문제는 지금도 확산 중이라는 사실이다.
살처분에 들어간 세금과 살처분된 가축의 가격 그리고 이들에 대한 보상금을 고려한다면 수조 원에 가까운 금액이 증발했다. 서울시장 오세훈이 초등학생 급식지원 못 하겠다면서 시정을 내팽개친 것은 700억 원 때문이었다. 수조 원이면 정말 막대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을 대하는 이명박 정권의 행동은 무언가 이상하다. 방역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정말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한 달 동안 구제역을 막기 위해 이 정권이 취한 대책을 보자. 무슨 조치를 취하기는 했던가? 27일 구제역 한 달째를 맡는 이 날도 언론에 등장하는 MB 머릿속에는 4대강 뿐이었다. 이날 업무보고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부였다. 먼저 국토해양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MB는 도산 안창호 선생을 언급하면서 ‘지금 4대강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완공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거의 광적인 신념이다.
농림수산부 업무보고에서는 ‘청정지역으로 생각했던 경북 강원에서까지 발생해 농민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며 빨리 청정국가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말했다’. 지금 남 말하나? 농민들은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는 것을 보면서 깡소주를 마셔야 겨우 잠이 드는 상황인데 이를 막지 못한,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한 농림수산부에 대한 질책이나 분노 대신 대통령이란 사람이 빨리 청정국가로의 명예회복이나 바란다고 말하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중세 봉건국가의 왕이라도 되는가? 자신의 책임은 없고 청정국가로의 가오만 중요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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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처분 예정인 소에게 마지막 여물을 주다 눈물을 훔치고 있는 강원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의 한 주민 ⓒ연합뉴스 |
태안 유조선침몰 당시 ‘돌발영상’에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피해주민에 대한 애정과 정부가 주도하는 방제대책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주민들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면서 역정을 냈던 노 대통령과 비교할 때, 청정국가 지위가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태평한 MB와는 얼마나 큰 차이가 존재하는가.
대통령의 무관심 속에 한 달째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 파동 속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점은 ‘소고기 값 급등’에 대한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 직전 달과 대비할 때 평균 10%가량 소고기 값이 인상되었다. 구제역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줄지 않고 있으며 곧 다가올 설 대목과 이어지면서 고기 값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이에 대한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최근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의원에 오른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 (미국 소 수입과 관련해 물러났던 인물)의 발언에 대해서이다. 그는 지난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현재 내가 보기에는 미국과 한국에도 광우병이 없다.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서 30개월 월령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적극 찬성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정운천의 발언이 부적절한 것은 시기적으로 재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알려진 한-미 FTA에 대해 ‘소고기 협상’도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미국산 소고기 전면개방을 한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정운천의 발언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수순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는 발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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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와중에 “미국산 소고기는 자연 방목, 곡물 사료”라는 대대적인 허위성 TV 광고가 시작되고… ⓒ미국육류수출협회 |
누가 보더라도 MB는 구제역 확산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현장방문을 요구하면서 비판할 정도겠는가. 그리고 그가 총애하는 정운천은 한나라당 최고의원에 임명되자마자 미국산 소고기부터 수입할 계획만 털어놓았다. 이쯤 되면 의심하게 된다. 구제역으로 국내산 소고기 값은 10% 정도 올랐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설 대목과 관련하여 가격 폭등을 점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거대한 촛불 앞에서도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값싸고 질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빼놓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소고기 가격은 구제역 때문에 폭등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고 구제역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느슨한 방역 대책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미국산 소고기와 국내산 소고기의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산 소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쯤 되면 진지하게 묻게 된다. 이 정부는 농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구제역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의 호기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말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방역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가. 4대강에 견줘서 부족하지 않은 관심을 이 정권은 구제역 대책에 보이고 있는가 말이다.
농민들도 직시해야 한다. 이 정권은 구제역 방역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대통령이란 사람은 현장 방문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과연 이렇게 했겠는가. 구제역 대책 상황실을 방문한 것이 고작이었다. 최근 부쩍 ‘전쟁’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MB는 가장 최근 전방 군부대를 방문했을 뿐이다.
지금 그에게 민생은 뒷전이다. 4대강과 북한, 오로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