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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우리 천벌받은 거에요...

순수한 남자 2011. 1. 2. 18:08

선생님!우리 천벌받은 거에요...
번호 224976  글쓴이 오드리 (cony4u)  조회 2539  누리 1187 (1187-0, 44:161:0)  등록일 2011-1-1 21:42
대문 53 [무상급식] 


“선생님! 우리 천벌받은 거에요….”
(서프라이즈 / 오드리 / 2011-01-01)


며칠 전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의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학교 다닐 때는 공개수업 외에는 한 번도 학교를 찾아가지 않았는데 글쎄 지난 촛불집회에서 그만 선생님과 해후를 했답니다.

익히 전교조 선생님이라는 것은 알고 있던 터였지만 이렇게 직접 거리에서 선생님을 뵐 줄 몰랐지요. 당연히 선생님께서도 저희 아들의 일기장을 통해 집안의 분위기를 알고 계시던 터여서 그다지 놀라시진 않았으나 무지하게 반가워하셨습니다.

그 후 선생님과 저는 교사와 학부모의 사이가 아니라 동지로서 혹은 언니 동생같은 사이로 변질(?)되었답니다. 그리고 가끔은 집회의 현장에서 만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은 쑥스럽게 다른 동료 선생님들께 “당신들은 이런 학부모 없지?” 이러시면서 저를 소개하시곤 했습니다.

선생님은 현재 서울지역에서도 비교적 낙후된 곳에서 교과전담으로 근무 중이신데 대화를 나누던 중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준비물을 제대로 갖춰 오지않아 수업진행에 차질이 생길 때가 잦은데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돈으로 준비물을 모두 나눠주기에는 역부족이라네요. 교육청은 학교의 지역적 특성이나 학생 수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예산을 분배한다고 합니다. (확실한 것은 모르나 만약 그렇다면 시정이 되어야 할 것 같아서 곽노현 교육감님에게 트윗을 날렸습니다.)

첫 무상급식 식사… 지난해 10월 성북구 삼선초등학교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받은 6년 학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급식비 등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그 어린 것들이 자신들의 가난을 직접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데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행여나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될까 봐 선생님들이 “가난은 죄가 아니고 다만 약간 불편한 것”이라고 했다지만 아이들은 “우린 천벌을 받은 거에요….”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 어린 아이들의 표현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출생이라는 것은 선택할 수가 없잖아요. 부자 부모를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출생 로또를 맞은 것들은 재벌부모를 가지게 된 거고 지지리 가난하고 못난 부모를 가진 애들은 자신이 천벌을 받은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싶으니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 예민하고 자존심 강하던 여고시절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이어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등록금을 제때 못 냈던 때가 오버랩되어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망신당하고 교무실까지 끌려가 그 두꺼운 출석부로 머리를 맞으면서 언제까지 가져올지 날짜를 쓰고 가라는 그 못돼먹은 선생의 얼굴에 침을 뱉어 주고 싶었던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어차피 집안 사정을 뻔히 아는데 어떻게 거짓으로 날짜를 쓰고 사태를 모면할 수 있었겠습니까? (좋은 선생님도 계셨지만 왜 그렇게 그땐 상식 이하의 교사들이 많았는지 ㅠㅠㅠ)

아…… 25년 전이 생생하게 떠올라 울컥하네요.

집에 돈이 없다고 해서 부모가 안 계신다고 해서 그 아이에게 자존심마저 없는 건 결코 아니지 않습니까?
부잣집 아이들에게 왜 공짜 밥을 주느냐고 하는 논리를 들이대는 사람들에게 의무교육은 왜 하냐 묻고 싶습니다. 그 논리대로라면 부잣집 아이들에게 등록금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무상급식 반대 요구하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 ⓒ뉴시스

참 그리고 아무리 무식이 죄고 돈 앞에 장사 없다지만 서울시 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포퓰리즘 민주당 의원 각성하라”는 피켓들고 일당벌이 한 영감탱이들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닙니까?

그 영감탱이들 아마 한명숙 총리 재판일에 바깥에서 애국가 부르며 한명숙 구속하라 외치던, 연평도 사건 때 당장 전쟁 일으켜 복수하자던 그 할배들과 동일 인물들일 겁니다.

포퓰리즘의 p자도 모르는 할배들에게 누가 그 현수막을 만들어 줬는지…. 하긴 오잔디 시장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단체잖아요. (서울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보조금 받는 걸로 압니다…. 뭔 사업을 하는지는 몰라도)

성질 같아서는 저 할배들 지하철 무임승차 반대 시위라도 벌이고 싶고 저 할배들 손자 손녀 다 찾아내서 급식비 주지 말자는 서명운동도 벌이고 싶지만 참습니다. 우리가 저들과 다른 것은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남매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넘어 가난을 올바로 대접해 주자는 어른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더 이상 밥 먹는 걸로, 공부하는 걸로 상처를 주지 말자는 취지로 새해 첫인사를 대신합니다.

서프앙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앞으로도 모진 세월이 조금은 더 남았지만 떡 돌릴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에 희망을 품어 봅니다.

 

오드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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