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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빨갱이를 대체할 새로운 낙인

순수한 남자 2011. 1. 18. 18:01

[펌] 포퓰리즘, 빨갱이를 대체할 새로운 낙인
번호 228215  글쓴이 EUROBEAT (italonrg)  조회 185  누리 43 (43-0, 2:5:0)  등록일 2011-1-18 16:51
대문 3


포퓰리즘, 빨갱이를 대체할 새로운 낙인
(블로그 ‘흑설탕기사당’ / 흑설탕기사 / 2011-01-17)


ⓒ투데이코리아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참 애매모호한 말입니다. 공식적으로 있는 정의는 “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 활동”이라고 합니다.

이 포퓰리즘이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보통사람의 요구와 바람이 투영된 것인데….

이 포퓰리즘이 문제라는 정의를 내리려면 한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합니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중이 일차적으로 원하는 것을 들어줘 봤자 거시적으로는 손해가 되기 때문에 대중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보다는 대중을 옳은 길로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대중이 원하는 것이 선이 아니다”라는 전제는 언제나 맞지 않다는 겁니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억누르면서도 이뤄야 할 절대적인 가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중이 원하는 가치를 들어주지 않는 정권은… 당연하게도 그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해왔습니다. 세상에는 포퓰리즘 때문에 가난한 나라보다 대중이 원하는 정치를 안 해서 가난한 나라가 훨씬 많습니다.

희박하게도 성공적인 케이스인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에는 국민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밀어줘야 한다는 가치하에 대기업 우선적인 정책을 펼치고 임금을 억눌렀습니다. 그로 인해서 대기업은 막대한 이득을 가져오며 크게 자라났지만 그사이에 희생당한 노동자들의 이득은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질임금 상승이 이뤄졌던 것은 “강성 노조가 횡횡해서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라는 8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실은 간단한 이치입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이득을 위해 싸워주지 않습니다. 대중이 자신의 이득을 요구하지 않으면 대중에게 이득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정권도 “그동안 참아왔으니 이제 너희에게 그만큼의 이득을 베풀겠다”라고 해주지 않습니다. 저 80년대 후반의 임금인상 요구도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파업과 쟁의로 싸워서 얻어낸 것입니다.

유독 최근에 들어서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복지체제가 엉성하다고 한들, 80년대 90년대보다 복지수준이 떨어졌을 리 없습니다. 사람들이 고성장의 패러다임에서 빠져나오면서 선진국형 복지체제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고성장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더 이상 고성장으로 임금이 극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정치가들은 여기에 철저하게 영합해왔습니다. 야당들이 포퓰리즘으로 공격받지만 여당인 한나라당 또한 포퓰리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육비 지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유명한 공약이었고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과 같은 무시무시한 포퓰리즘스러운 공약들은 한나라당의 제안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무상급식 또한 대중영합주의적이긴 합니다. 학부모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가는 정책이고 늘어가는 보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상급식을 찬성하고, 그 표로 당선된 지역 의원들이 무상급식을 실천하려 합니다. 자연스러운 정치 구조의 발현입니다. 이것은 포퓰리즘의 발현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작용입니다. 국민이 원하고, 정치가가 이를 들어주는.

만약 이러한 복지정책의 확대가 포퓰리즘적이어서 막아야 할 것이라면, 왜 그러한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단순히 ‘포퓰리즘이다’라는 것은 공격이 아닙니다. 그 돈을 쓰는 것보다 다른 곳에 쓰는 것이 왜 더 좋고 중요한 문제인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포퓰리즘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선동일 뿐, 설득이 아닙니다. 정치에서 설득은 필요한 과정이지만 선동은 없애야 할 구태의연한 악이지요.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상태에 대해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지를 늘리기만 하면 아르헨티나가 망한 것처럼 된다고 녹음기처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페론 집권 당시의 GDP는 현재 우리나라 일인당 GDP의 1/10도 안 됩니다. 복지를 확대한 나라들이 모조리 다 아르헨티나처럼 망한 것도 아니고, 반대로 오히려 복지를 확대하지 않고도 선진국이 된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일인당 GDP는 올라가고 있으나 빈부격차는 급등하고 있고, 임금상승률은 제자리입니다. 양육비용과 노후 비용의 부담이 늘어가고 출생률은 세계 최하위입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대기업이 아무리 날고 기는 일류가 되어도 경쟁력은 형편없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50년 후면 인구가 반 토막이 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복지 확대가 망국의 길이라면 복지확대를 하지 않고도 선진국이 된다는 길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헌데 그런 길이 고작 해야 토목공사에 올인해서 대운하로 부자 된다는 길이라면 설득은커녕 조소만 듣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용어를 가져다가 마치 ‘절대악’의 낙인마냥 남용하는 것은 매우 우스운 일입니다. ‘복지확대=포퓰리즘’이 맞는 등식도 아니고 ‘포퓰리즘=망국’ 또한 맞지 않는 등식입니다.

언제나 두려워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치가들은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실현하는 것보다는 진영을 나누고 낙인을 찍어 공포로 선동하는 데에 더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듯합니다. 빨갱이란 낙인효과가 안 먹히기 시작하니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낙인을 찾은 것 같습니다.

부정합니다. 정치가들은 진영논리와 낙인논리로 사람들을 선동하기보다는 지금 우리나라에 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득해주길 바랍니다. 그러한 정치가들을 보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저런 선동에 넘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흑설탕기사


출처 : http://bsknight.tistory.com/entry/포퓰리즘-빨갱이를-대체할-새로운-낙인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8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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