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안녕할까? |
| ||||||||||||||||||
(미디어오늘 / 송종운 / 2011-02-16) ‘자본주의와 크리스마스’, 평소 자본주의를 그다지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이렇게 크리스마스와 나란히 붙여놓으면 썩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할 것이다. 영국인들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이들에게 크리스마스 하면 챨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것이다. 디킨스는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유대인 수전노 스쿠르지의 개과천선을 그리고 있다. 구두쇠도 그런 구두쇠가 없을 스쿠르지가 크리스마스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유령들과 만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아놓은 돈들을 미련없이 나눠준다는 이야기다. 그런 영국인들에게 파이낸셜 타임즈의 편집국장은 “지금 가장 자본주의적인 크리스마스를 겪고 있다”고 한 것이다. 표현은 멋질지 몰라도 아마 글 쓴 사람이나 글을 읽었던 사람 모두 속내는 시커멓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1993년 EMS(유럽통화시스템) 위기를 겪으면서 자본주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은 자본주의의 매섭고 냉혈한 같은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역시 잘못하면 올해 12월 어느 언론의 편집장이 이 문구를 그대로 다시 인용하는 것을 볼지도 모른다. 논란의 여지는 많으나 미국발 서브프라임위기가 몰고 온 글로벌 경제위기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물론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심화되고 있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파국적 위기를 넘긴 것만은 사실이다. 1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959억 6000만 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1위인 중국의 2조 6483억 달러에 비해 많은 규모는 아니지만 일본, 러시아, 대만, 그리고 인도에 이어 세계 6위 규모이다. 국제 환 투기세력들이 언제 다시 우리나라 원화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지 모르지만 일단 상당량의 외환보유고를 갖추었으니 든든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처지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작정하고 환 투기 세력들이 달려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나는 것이 외환보유고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번 2월 정기국회에 상정하기로 계획된 거시건전성 부담금 등 각종 제도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 마련이 여전히 요원하긴 하지만 시도조차 안 하는 것보다는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공개된 미 재무성 보고서는 한국을 유례없는 표현을 써 가며 환율조작국 다루듯이 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미국 재무성이 의회에 제출한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의회 보고서(Report to Congress on International Economic and Exchange Rate Policies)’는 한국을 직접 언급하면서 “환율에 ‘강하게(heavily)’ 개입하는 국가”로 지목했다.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왜냐하면 미국이 과거에도 한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길게 그리고 구체적인 사실들을 언급해가면서 지적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해석도 분분하다. 미국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놓고 당국과 업계 그리고 전문가들은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에서부터 ‘기어코 올 것이 왔다’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정부는 대체로 별일 아니다는 분위기다. 항상 그렇지만 말과 속내는 다른 법이다. 특히 정책담당자들의 속내는 그렇다. 일단 미 재무부 보고서에 무슨 내용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살펴보자. “외환보유고가 2008년 7월부터 2009년 2월까지 570억 달러 혹은 22%가 감소하였다. 또한 같은 기간 중 한국은 순선물환포지션을 310억 달러 줄이기도 하였다 10월 미 연준과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도 신뢰도 회복에 큰 역할을 하였다. 한국의 통화스왑 인출액은 한 때 180억 달러에까지 이르렀지만 2009년 11월 인출액을 전액 청산하였고 2010년 2월 통화스왑은 종료되었다.” 일반인들로서는 매우 낯선 개념들이 줄줄이 등장해 이해가 쉽지 않다. 이를 쉬운 우리말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략 이런 뜻이다. 보고서에서 미국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너희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서 환란을 걱정했는데 우리가 돈 꾸어 주기로 해서 한숨 돌렸지?”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어 상당 분량을 우리가 위기를 회복하고 이제는 경제적 여건이 나아졌다는 취지의 내용을 나열한다. 그런 다음에 이런 의미심장은 문구를 적어놓았다. “한국 당국은 자본의 급격한 대규모 유입에 우려를 공개적으로 천명해왔으며 과도한 자본 흐름에 대해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조치를 다수 고려하고 있다.” 즉 한국은 지금도 외환보유고를 써 가며 원화의 가치를 지키려고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미국은 그 증거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금융위기 동안 급격한 대규모 자본유출을 경험한 후 장부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다시 쌓고자 했던 것이 이러한 개입의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의 회복의 강도, 외환보유고의 증가, 그리고 경상수지의 추가 흑자 조건에서 [한국 정부는] 더 큰 수준의 환율 신축성을 받아 들을 수 있는, 그리고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줄 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즉 여력이 있기에 환율 시장에 대한 개입을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인데, 이렇게만 생각하면 “앞으로 조심할게” 하면 끝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미국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정확하게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결과 어느 정도로 환율이 왜곡되어 있는지를 콕 집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말 현재 원화는 2007년 고점보다 여전히 24% 절하된 상태이며 위기 전 고점보다 실질환율 기준으로 25% 절하된 상태이다.” 대단히 비관적인 시각에서 볼 때 올해 달러 대 원화의 환율은 최소 24% 평가절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올해 경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중국발 물가상승효과(차이나 인플레이션효과), 유럽의 재정위기, 6월로 종료되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정책, 그리고 국제원자재 가격과 원유가 상승 등 호락호락하지 않는 악재들이 겹겹이 기다리고 있다. 단지 생필품 몇 개와 정유사 그리고 유통시장에 겁주기로 비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송종운 /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 ||||||||||||||||||
|
'서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정부 대북정책은 허무개그 수준” (0) | 2011.02.17 |
---|---|
"4대강 하느라 돈 부족하냐"는 면전 질타에 MB 당황 (0) | 2011.02.17 |
퇴장한 ‘MB’가 남은 ‘MB’에게 (0) | 2011.02.16 |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의 출마검토에 대하여 (0) | 2011.02.16 |
한국 언론이 ‘삼성왕가’와 ‘공주님’들을 대하는 태도 (0) | 2011.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