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19대 총선에서 느낀 교훈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19대 총선이 대다수의 예측을 실패하게 만든 채 여당의 과반수 획득으로 끝이 났다.
여태까지 대부분 선거의 결과를 예측해 온 나 자신의 예측도 여야의 의석을 거꾸로 잘 못 맞출 만큼 예측에 완전 실패했다.
MB 임기 마지막 해에 치러진 총선에서 그간의 현정권의 숱한 실정, 의혹 및 경제난 그리고 기득권 위주의 정책에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보궐선거, 지자체 선거마다 정권 심판론이 우세케 하며 야권의 승리를 가져다 준 유권자들이 대선의 전초전이자 오픈게임인 총선에서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
이번 총선을 지배한 프레임과 주요 요소들은 무엇인가?
이번 총선은 연말 대선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등의 수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2. 첫 번째로 이번 총선에서 느낀 교훈은 대중은 복잡하고 민감하지 않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전 지역에서는 새누리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신임투표로 이번 총선을 인식했다.
MB 임기 4년 내내 그녀는 여당 속의 야당 즉 국민적 무의식에는 야당인사로 존재했고 그 자신의 이름으로 지난 10.26 보선에서 첫 등장했다. 그러나 이때도 찬조연사였지 자신이 주도하는 당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의 결과나 이번 총선 결과가 서울- 야 우세, 지방- 여 우세로 놀랄 만큼 흡사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보수분열 방지라는 미명하에 MB와 박이 연대하는 모양새를 띠었고 야권은 『이명박근혜』라고 양자를 한데 묶어 공격했지만 수도권을 빼고는 MB 조연, 박 주연이라 인식했지 야권의 동반 공격 프레임이 작용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첫 등장한 박 비대위원장에게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지지로 화답했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대선과 지역감정 극복의 척도로 삼은 PK 공략에 있어서도 65석 중 3석에 그쳐 오히려 지난 18대 총선보다 의석수만 보면 후퇴했다.
결국 단순하게 말하면 지방은 MB-박의 연대조차 박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인정하며 박을 보고 투표했다. 이 투표 행태 속에는 일단 박의 첫 등장에 있어 밀어주고 지켜보겠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 MB 심판과 박 지지 사이에서 지방유권자들이 후자를 택할 이유는 MB 심판을 총선이슈로 만들어 내지 못한 야권의 전적인 책임이다.
수도권에서는 전체 112석 중 야권 연합이 69석을 차지하여 62% 가량을 차지했다. 나는 애초 야권이 70%를 차지하지 않겠나 판단했다.
지방에서는 야권이 기대보다 영남, 충청, 강원에서 15석 정도 더 차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방이야 박의 인기, 세종시 보수색채 등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야권이 예상보다 10여 석을 더 잃은 것은 이번 선거의 판세를 좌우한 결정적인 요인이다.
만약 야권이 수도권에서 10석을 더 얻었다면 결과는 야권연대 150, 새누리 142곳 거꾸로 바뀌었을 것이며 과반수에 육박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에도 몇 차례 지적했듯이 공천, 무의미한 이념 논쟁, 민간인사찰 대응 미숙, 김용민 파동 등으로 실수를 거듭하며 정권 심판구도를 쟁점화 하는데 실패했다.
정권의 실정과 의혹, 경제난, 기득권 편향 등을 지적해야 할 공격수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민간인 사찰 폭로가 80% 전 정권이라는 MB 측의 반격에 밀려 어설프게 봉합되었다. 나는 다 까라고 했지만 애초 KBS의 폭로가 없었다면 민주당이 민간인 사찰 폭로도 안 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야권의 이해 안가는 행태의 배경에는 총선 전과 총선 과정에서 야권의 친노, 동교동 등 양대 주축에 대해 비리 사정에 나선 MB의 압박이 주효했다.
자신 주변 문제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역으로, 사정으로 덮는 MB의 치밀한 끈기가 그의 『모래밭 1cm 되배치기』를 강조해 온 평소 나의 지론과 일치한다.
야권의 『정권 심판제기』는 MB의 공격수 각개 격파 식 디테일 선제공격에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무너졌다.
싸울 용기도 없으면서 야권 지도부 취임 일성이 『복수와 검찰개혁』이었다니 허풍도 이만 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4. 나는 이번 총선 결과가 야권이 근소하게 이기더라도 MB만 재미 보게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오히려 여권이 과반수를 넘겨 대승을 했다.
이 경우에 MB는 총선 결과 힘 조절에 실패해 자신에게 다소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 비대위원장의 여권 대선후보는 사실상 확정되다시피 했고 당분간 지지도가 더 상승해 독주가 예상된다.
따라서 MB가 가진 두 가지 무기 『비리정보에 의한 사정』과 『안철수 카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친이가 내부적으로 조직화해 경선 국면에 반란을 조성한 명분도 없어져 버렸다.
결국 당분간 박 주도에 MB가 묻어가는 구도가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MB가 이토록 정권 재창출에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 임기 마지막의 절망적인 상황하에서도 의지를 불태우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라 실용적인 기업인이다.
그는 퇴임 이후가 끝이 아니라 이미 벌여 논 일들을 기반으로 더욱 활발히 움직이려 계획하고 있다. 즉 제2의 인생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가 그토록 싫어하던 박과 손을 잡으면서까지 총선에 집착한 이유는 남은 임기 중에 해 치워야 할 수많은 관심사가 있기에 그런 것이다.
UAE 원전 및 추가수주, 국내원전 증설, 차세대 전투기 등 방산도입, 자원에너지 외교 뒷 마무리, 4대강 마무리, 수쿠크 이슬람채권 도입, 영리병원 문제 마무리 등 그의 머릿속에는 남은 10개월간 해야 할 일들이 꽉 차 있은 것이다.
따라서 그는 변화된 총선 결과에 맞추어 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빠른 시간에 적응해 내려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에 대한 공격카드를 총선결과에 고무된 검찰과 함께 적절히 주무를 것이며 다소 머쓱하게 된 안철수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희한한 것은 민간인 사찰 폭로 그 다음날 저축은행비리 관련 가장 중요한 수배자인 『이철수』가 조용히 검거되었다는 것이다.
그간 잡네 마네 말이 많으면서도 신출귀몰하던 저축은행 비리의 최고 거물이다. 그가 이 시기에 검거(?)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며 또 하나의 중요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는 야권 승리를 예상하고 여야에 적당히 힘 조절을 했지만 여권이 승리해 운신의 폭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과 PK에서 야권의 득표력을 고려할 때 그가 야권에 합류할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누누이 주장하지만 그가 독자적으로(?) 야권 대선후보로 움직일 수 있는 상수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나는 여전히 그를 MB의 종속변수로 본다. MB의 최종선택은 대선 직전까지 갈 것 같다.
5. 당분간 당내 경선이 요식행위가 되 버린 박 비대위원장의 독주가 예상된다. 그러나 그녀도 많은 함정이 있다.
과반수 의석을 겨우 확보한 입장에서 대선까지 남은 8개월간 숱하게 나올 MB의 설거지를 다해야 하며 총선 승리 지분을 주장하는 MB와의 관계를 차별화하는 것이 대선 막판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MB 또한 차별화 되는 순간 사정의 칼날이 자신에게 날아올 것이기에 최대한 이를 막으려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수도권과 PK의 민심이반을 남은 기간에 쉽사리 회복할 방법이 없는 것 또한 고심거리이다.
54%가 투표한 총선과 60% 중반 대에 이를 대선 투표율의 차이 또한 대선에서 수도권의 표 격차의 크기를 더 벌일 수 있다.
이번 총선의 보수진보 정당 투표(비례대표)는 거의 비슷했다.
또 새누리당이 말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쇄신이 내부 인적 구조와, 보수기득권의 저항과 유착으로 보아 제대로 구체적 실천이 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남은 기간 터져나올 독이 오른 야권의 MB 정권 심판 및 의혹, 비리폭로도 숱한 지뢰밭이 있다.
결국 수도권에서 40~50 만 표 이상 벌어지면 대선승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겼다고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본선까지 갈 길이 너무도 멀다.
6. 야권은 잘 차려진 상도 제발로 걷어찰 수 있음을 이번 총선에서 확인시켰다.
MB 실정과 경제난 속에서 중산층, 서민들의 5대 불안을 해소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친 기득권 비리 정권 심판을 주장했어야 함에도 자살골만 연발했다.
컨텐츠와 진정성 없이 나꼼수, 트위터 등 SNS, 유명인의 투표독려(비키니까지) 등으로 2040 젊은 층 투표참여와 지지를 얻어내려 한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한미 FTA 폐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가 왜 나왔는지 서민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아마 이번 선거 계층별 투표성향을 분석해 볼 수 있다면 서민층은 보수를 다시 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가 힘든 서민 자신들의 삶과 무관한 야권 진보진영의 이념적 지향은 외면 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박의 안정과 신뢰가 더 잘 먹힌 것으로 보인다.
나눠먹기, 세습 지명공천이 결국 막판 저질 발언으로 대형사고를 쳤다.
정치와 엔터테인먼트를 착각하고 꼭 거친 냉소와 조롱, 저질스런 욕으로 표현 해야만 MB 심판과 기득권 청산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입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나꼼수는 5백만이 들어도 그 청취자가 모두 교주에 충성을 바치는 열렬신도는 아님이 증명이 되었다.
트위터에 들어가거나 나꼼수 지지자만 보면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가 아니라면 왜 졌는지 설명이 불가하다.
무조건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식으로 퍼주기 보편적 복지만 주장하면 표가 모이지 않는다는 것 또한 깨달아야 한다.
90% 이상이 대학가는 있으나 마나 한 대학이 수두룩 한 나라에서 반값등록금 주장 이전에 교육, 입시제도 개혁, 부실대학 개혁이 우선해야 한다.
야권의 총선 공약을 보면 자기들끼리 순혈 교배를 통해 멸종 직전인 희귀동물을 연상시킨다.
야권 연대하고 입으로 공갈로 정권 심판(실제 겁이 나서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면서)하고 보편적 복지 거론하고 유명인 옷 벗으면 이기는 것이 선거가 아니다. 그토록 비난하던 ‘그네공주’가 야권 대선주자가 다 달라붙어도 왜 건재한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이 선수들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지 원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7. 『독재자의 핸드북』이란 책에는 『정치의 원동력은 통치자의 사적인 이해관계』란 말이 나온다.
되도록 소수의 사람에게 의존하고 언제든 측근은 갈아치울 수 있음을 보이고 수입의 흐름을 장악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지자들에게 보상하고 지지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지 마라고 되어있다.
고매하고 고상한 원칙, 정의, 이념을 지향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기한 처세술에 능한 것이 성공하는 정치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주요원칙에 적합한 한국의 지도자가 과연 누구인가?
지나치게 과잉 된 이념과 맹목 된 지지에 눈이 먼 우리는 어쩌면 정치의 본질을 잘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너무 고상하거나 너무 냉소적인 것으로만 볼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
나는 일전에 『나꼼수에 열광하는 사이에 진짜 꼼수가 다른데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언급했다.
대중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정치의 본질도 잘 모르면서도 정치를 떠드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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