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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쎄쎄쎄’ 놀이를 하고 있으며 어른들은 일본의 전래풍속과 밀접한 도안이 그려진 ‘화투’를 치고 있다.
60년,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흘러간 시간의 크기만큼이나 깊숙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역사의 정의라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그러는 동안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에 태평양 전쟁 전범들과 함께 식민시대 조선과 대만에서 강제 징용한
청년들의 혼마저도 함께 합사해 놓은 채 자신들이 외쳤던 ‘대동아 공영권’이란 명분으로 전쟁을 합리화 시키고 있다.
출격 전날
‘아리랑’을 부르며 식민지 청년의 한을 가슴에 품은 채 꽃이 되어 흩어진 가미가제 특공대원에게도, 만주에서부터 남태평양에 이르는 전장에
끌려다니며 청춘을 빼앗겼던 소녀들에게도 60여년의 세월은 여전히 이런저런 딱지를 붙여 놓은 채 우리의 기억에서 스러지고 있다.
광복 60주년, 진정한 광복을 만드는 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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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택에서 만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이응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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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이제야 진정한 광복을
만드는 첫해이며 이것이 광복 60년의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 민족적 심금을 울리는 감성적인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이때, 기자 역시 그런 감성을 지닌 채 지난 13일 오후,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을 방배동 자택에서 만났다.
“금년이 광복
60주년입니다. 동양적 습관으로 보면 환갑, 회갑이란 거죠. 갑(甲)이라는 것은 60갑자가 한 바퀴 돌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인간으로
치면 한 살이 되는 것과 똑같은거죠. 무슨 뜻이냐 하면 이제야 광복을 맞는 날로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60년은
심하게 말하면 광복의 의미는 없고 식민지 시대의 후기와 같은 60년이라고 밝혔다. 과거사에 대한 청산이 없이 흘러온 우리 사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광복을 맞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청산의 의미
그러면 왜 과거사 청산을 해야하는지, 60년이 지난 지금에서 과거사 청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물었다.
“여러
토론을 해보면 그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 저는 반문을 해봅니다. 그럼 왜 안해야 되느냐고 물으면 이런 얘기를 하죠. ‘경제가
혼란스럽다’고······ 경제와 과거사 청산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과거사 청산을 하면 더 잘된다고 하는 것이 저의 시각입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과거사 청산의 대상이란 것은 그것이 어떤 형태였던 자유, 평등, 박애, 올바른
상행위와 거래의 부정적인 측면입니다. 따라서 과거사 청산이란 것은 우리들이 그간 해왔던 모든 관례의 비인도적이고 나쁜 것들을 청산하자는
것입니다. 비리와 나쁜 점, 어두운 점을 청산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되나요, 손해가 되나요? 만약 과거사를 청산함으로 인해 경제에 손해가
온다면 그 경제는 필요 없는 경제입니다. 국민들을 위한 경제가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경제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먼저 말씀을 드립니다.”
임 소장은 그렇기에 국민들이 먹고 살 일이 힘든데 왜 그런 일을 하냐는 말이 가장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정말로
과거사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정말로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이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사 청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사비리, 부정부패 등이나 최근에 불거져 나온 ‘X파일’의 문제 역시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지나간 일은 조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럼 세상에 힘든 일은 다 안해도 되는겁니까?
살인사건이 나도 힘든 일이면 안합니까? 어렵건 안어렵건 옳은 일은 항상 해야 합니다. 인류 문화 역사의 발전이라는 것은 화석을 보고도 탐구하는
것이 역사의 발전인데, 과거사 청산은 크게 보면 인류 발전을 위한 아주 기초적인 것입니다.”
그는 해방이후 60년의 역사는
질곡이었고 식민시대의 부록, 제2기 식민지배와 비슷한 것이었다고 다시금 강조하며 과거사 청산이 돼야만 진정한 회갑을 맞는 광복절이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사 청산은 정부, 역사학자, 시민단체 세 축이 함께 해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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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이응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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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사 청산을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도 있고 역사의 평가에 맡겨두자는 주장하는 쪽도 있습니다.”
기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임 소장은 “다 맞는 얘기면서도 다
틀린 얘기”라고 답했다.
“모든 분야에서 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부 기구만으로는 과거사 청산이 다 안됩니다. 역사학자들만 해도
청산이 안됩니다. 시민사회단체만 해도 청산이 안됩니다. 이 세 주체를 합쳐야 합니다.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만이 가능한 것이지 세 박자 중에
어느 하나도 어긋나면 안됩니다. 그런데 이 셋 중에서 어느 하나만 하자는 것은 대충대충 하자는 뜻으로 해석해도 틀림없습니다.”
그는 △정부분야에서는 법률적인 면과 법에 합당한 각종 기구의 설립과 기구의 활동을 보장해야 하며 △역사학자는 학문적으로 전문적인
지원을 해줘야 하고 △시민단체는 정부기구와 역사학자들이 놓치는 것을 보완하고 자극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세 축이 함께
돌아가면서 협력해야만 과거사 청산이 되며 그것의 대상은 일제 강점기나 해방 이후 시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역할
우리 사회에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역할을 물었다.
“과거청산의 뿌리이자 핵은 일제 잔재 청산입니다. 지금 우리들이 말하고 있는 각종 과거사 청산 중 제일 중요한 부분이 일제 식민지
청산이고 이걸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끌어 왔습니다. 과거사 청산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견인시킨 역할은 연구소가 했다고 자부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현재도 하고 있으면서 앞으로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로 국민들의 의식을 올바로 잡아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민 의식을 올바른 위치에 올려놓을 때 8·15 이후의 우리 역사를 바로 보이고 오늘의 정치와 남북문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내부적으로 먼저 역사의 문제를 바로잡는 다면
일본도 저절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것은 안고치고 일본한테만 자기 얼굴에는 검정 묻었는데 상대 얼굴 검정만 자꾸
닦으라고 하니 일본이 속으로는 비웃으면서 지금까지 계속 역사 교과서를 개악해왔고 아마 다음에는 더 개악을 할 것입니다.
일본은
2차 대전 이전 상태, 파시즘적 체제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은 참 위험한 사회입니다. 일본 내 비판 세력은 너무 약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과거사를 청산하고 우리 민족적인 주체성을 일본에 보여줄 때 일본 사회도 한국에서 배울 수 있다는 실험이 될 것 입니다.
우리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에게 올바른 민주주의와 평화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줘야 합니다. 일본은 계속 자기 나라의 이익과 확산을
위해서 이웃나라의 희생을 강요하고 역사왜곡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는 동아시아 평화는 없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라는 측면에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역할을 크게 봐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인터넷 사이트
주소는 ‘http://www.minjok.or.kr’과 ‘http://www.banmin.or.kr’이다. ‘민족’과 ‘반민’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소는 광복 60년 동안 한국 사회가 못했던 일, 광복 이후 우리 사회가 했어야 했던 일을 원점에서 다시 하고 있다.
임헌영
소장은 그런 의미에서 이번 8·15가 우리의 광복이며 그래서 국민들이 그전에 불렀던 만세의 감격을 올해 다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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