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개혁세력 정신 바짝 차리자
요즘, 개념 쌈 싸먹는 소리가 하도 들려서 눈팅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구별하겠다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한때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말을 넘어서서 '한나라당에만 정권이 넘어가지 않으면 된다'는 말들이 난무했던 적이 있다. 그때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지 않았나? 뭐야, 이건. 이렇게 나약해졌나? 하는 느낌 말이다.
그래서 나왔던 것이 '반한나라당'이라는 개념이고, 반한나라당에만 동의한다면 정체성이고 정당성이고 아무 상관없이 모이면 세력이 되는 것처럼 호도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인간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나오는 소리가 '그래도 정동영이 이명박보다는 낫지 않느냐?'라는 한심한 주장이다.
모든 게임이나 경기가 그렇지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다.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도 쿨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수구들이 40년 지들 세상을 만들어 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개혁정권이 들어섰을 때 그 박탈감은 얼마나 컸겠나. 그래도 그 인간들 10년 꿋꿋이 버텨왔다. 여전히 꼴통스런 멘트를 날리고 있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살아왔다.
마찬가지로 수구꼴통이 다시 정권을 잡는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우린 죽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 갈 거다. 수구꼴통들도 살아왔는데 우리가 못살아간다는 게 말이 되겠나. 조국에 대한 사랑이나, 삶에 대한 가치관이 누가 더 우수한데….
내 말인즉,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느냐?'라는 문제로부터 조금 자유로운 위치에서 바라보자는 말이다. 그렇다고 대선을 포기 하자거나, 방관하자는 말은 아니니 열내지 말고 끝까지 읽어 보시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개똥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맹바기보다야 낫지 않겠냐. 어쨌거나 민주정권의 법통은 이어갈 수 있을 것 아니냐.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커다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지적해 주마.
지난 5년을 살았던 우리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지금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위대하게 생각하는 위인이라도, 당시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그저 독특한 사람 정도로 비쳤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나놓고 보니 우리나라에 안타까운 것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국가를 온전하게 통치하기까지 중간 과정을 감당해 주었어야 할 정치인이 생략되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혼란이 왔다. 초등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것처럼...
그렇다 보니 탄탄한 토양 위에 활짝 피워졌어야 할 꽃들이 봉우리만 맺은 채 임기를 마치게 되어버렸다. 많은 시간을 토질 바꾸고, 거름 주고, 토양 다지는데 소진하다 보니 꽃을 피우거나 열매 맺을 시간은 자연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우리는 꽃이 필 거다 열매가 많이 맺힐 거다 하며 외치는 거고...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비워주는 공간의 폭이 매우 협소하다. 그 자리를 맡아 제대로 펼쳐줄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정치인의 폭이 매우 좁다는 뜻이다. 우리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멸보다는 단절이 낫다.
건강식을 만들어 먹이겠다고 유기농 야채와 두부, 콩으로 잔뜩 주방에 펼쳐 놓았는데, 시간이 다 되었다고 다른 주방장에게 바톤을 넘기라고 한다.
대타로 나선 주방장 하나는 그래도 음식은 육식이 최고라며 수입 쇠고기로 멋진 밥상 차리겠단다. 그래서 야채 같은 것은 필요 없다며 전임 주방장의 재료들을 한쪽으로 밀어버린다.
또 다른 주방장은 야채도 필요하고 고기도 필요하니 대충 버무려서 퓨전으로 만들겠다며, 야채들을 삶아서 데코레이션으로 쓴다. 영양가 파괴되는 건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 앞에 음식을 가져다줄 주방장 후보들의 모습이다.
두고 봐라. 정동영이 대통령이 되면(될 가능성도 매우 낮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고자 했던 가치들을 모두 이상하게 뒤틀리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원칙이 없으니 일관성도 없고, 좌충우돌, 실용, 상생, 인기영합, 포퓰리즘, 헛발질공약 등으로 온통 어지럽혀 놓을 것이다.
그뿐인가. 작년 9월부터 경선대비 쪽집게 과외 특공대 1,800명을 양성해서 모두 경선 전문가를 만들었다며 버젓이 일간신문과 ‘범죄사실공표’ 인터뷰를 자랑스럽게 해대는 그의 참모들은 가슴은 없고, 머리는 텅 비고, 그저 맹목적인 열정만 남았다. 이런 자들이 위험인물이다.
개념 없는 자들이 국정 주요 포스트에 자리 잡고 그들 인맥으로 주변을 채우며 펼쳐나갈 권력의 향연을 상상해 보라. 나라 꼴이 어떻게 굴러가겠는지. 참여정부의 정신과 가치는 그렇게 그렇게 상처투성이가 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소멸되어 갈지도 모른다.
결과는 무엇일까. 너희 민주정권 10년을 완성하라고 한번 더 맡겼더니 겨우 이것이냐. 라는 지탄의 목소리만 남을 것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안 봐도 DVD다. 그러잖아도 한나라당 싹쓸이한 지방선거에서의 몰락과 그 다음 대선에서 우리는 명함 내밀기도 힘들지 모른다.
우리가 만든 10년이 올바른 길이었다면 수구꼴통이 정권을 잡더라도 우리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제대로 만든 것이 아닌 것이다. 이게 그저 나이브한 생각이라고 악다구니 거품 물 사람들도 있겠지만, 참여정부가 만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다면 그렇게 함부로 얘기해선 안된다. 하루이틀 빛보자고 만든 가치가 아니다.
수구가 왜 수구이며, 꼴통이 왜 꼴통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고, 국민들은 참여정부의 가치를 다시 곱씹으며 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결과는 2009년 지방선거에서 나타난다. 과거 한나라당 일색이었던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균형잡힌 결과가 나오는 것, 그리고 그 평가는 자연스럽게 대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멸된 것은 가치상실로 끝나버리지만, 단절된 것은 먼지 털어내고 이어갈 수가 있다. 길게 보면 그렇다.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그렇다.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 왜 소중한지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워야 한다.
마치 도박하자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주장하는바, 원칙도 개념도 없는 후보이지만 그래도 이명박보다는 나으니 적극 밀어주자는 콘돔 �어지는 소리는 하지 말란 말이지. 밀어서 대통령 되기도 하늘의 별 따기지만, 되어도 그 꼴 될 우려가 크단 얘기다. 어렵게 세워놓은 가치를 궤멸시키고 소멸시키는 것.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정동영을 밀까 말까 하며 고추 만지작거리는 짓거리는 쓰레기통에 버려라.
이단, 이명박도 아니고, 정동영도 아닌 대안을 찾아 무조건 올인해라.
삼단, 야당 할 각오하고 해라. 야당 되면 죽는다는 나약한 생각은 버려라.
ⓒ 눈팅7년차
사족
그런데 정똥이 박스떼기 한 실력을 우째우째 대선에서 발휘해서 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건 진짜 비상사태다. 보통 야당보다 더욱 가열찬 야당역할 해야 한다. 10년의 가치를 말아먹고 소멸시키지 않도록 독을 품고 시어머니, 시누역할 해야 한다. 정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 줄 때는 그때 뿐이다. 그와 그의 식구들이 우리 가치 소멸시키지 않도록 제어를 해야 하니깐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