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나 그런 류들처럼 잘못을 전혀 묻지 않는 지지자들을 가진 사람들이야 정치인이라 불러서는 안 되겠기에 일단 젖혀두고요, 정치인이란 지지도를 먹고산다고 합니다만, 저는 정치인이란 신뢰를 먹고사는 존재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윤리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 아니라도, 정치적으로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기도 하는 일이 생겨납니다.
서프나 노사모가 정동영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신뢰의 깨어짐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서프앙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는 강운태 후보의 경우도 비슷하지요. 탄핵 문제만 아니었다면 서프에서 애진작에 스타가 되고도 남았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좀 다른 데가 있습니다. 정동영 후보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열린우리당을 부정하는 행동들이 그의 정치적 일관성과 통일성에 대한 신뢰의 깨어짐이라는 결과로 돌아왔기에, 세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선뜻 마음을 돌이키기가 어렵습니다. 이성적인 거부이지요.
그러나 강운태 후보의 경우는 마음의 상처가 문제입니다. 탄핵에 대해서는 우리가 승리자이지요. 그러나 그때 흘렸던 눈물과 아픔이 아직 마음에 남아, 그가 아무리 좋은 모습을 보여도 믿어주기가 싫은 정서적 거부감이 있는 것이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강운태 후보를 쭉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이분이 단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탐나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점입니다. 탄핵에 대해 사과문을 게시했을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 정치의 역사에서 이런 사과는 없었다. 제 관심도 그때부터이지요. 지금까지 여섯 달 이상을 지켜보았습니다.
정치인은 단지 표로서 심판받겠노라고 합니다. 자기가 한 일이 잘못되었으면 떨어질 것이고, 아니면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논리가 지역주의에 의해 표심이 왜곡되고 있는 우리 정치판에서 얼마나 많은 잘못들을 덮어버렸던지 되새김질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어쨌든 반성이나 사과는 곧 정적에 의한 매장이라는 세태 속에서 정치인들은 하나의 단추를 잘못 꿰어도 풀지 않고 그냥 가지고 가는 옹고집들이기 일쑤였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언론의 지도에 따른 형식적 사과 세레모니를 하곤 하지요. 그러고는 곧 덮입니다. 장기적으로 우리 정치의 타락을 불러옵니다.
지금 통합신당에는 탄핵주도세력 가운데 탄핵문제에 대해 어떤 사과나 심지어 유감표명도 하지 않은 사람들도 들어가 있습니다. 당의 요직을 맡고 있죠. 이들도 아무렇지도 않아 합니다.
하지만, 강운태 후보는 사과를 했습니다. 정치인이 하면 안 되는 금기를 깨었습니다. 정치적 판단이 잘못되었다. 사과한다.
저는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틀렸다고 과감히 말한 정치인을 노무현 대통령 말고는 이분을 처음 보았습니다. 노대통령을 저는 잘못한 것에 대한 솔직히 반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다 변명거리가 있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릅니다. 예컨대 대연정에 대한 오연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의 발언이나, 어제 철군 시한 연장 문제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신 것들이 그것입니다. 제가 파병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철군 연장에 대한 정치인으로서 통치자로서 노대통령의 판단과 정의로움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강운태의 사과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방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보니 서프에서 강운태의 탄핵가담을 거론하시는 분들이 있네요. 사과한다고 과오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만, 사과할 수 있는 정치인이란 점에 대해 점수는 제대로 맥이면서 비판을 해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의 지성이란,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는 힘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힘내십시오, 강후보님, 요즘의 님을 보면 호시우행이란 말이 어떤 건지 조금 이해가 됩니다. 노무현에게도 대통령직 자체가 그분의 정치적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직이란 불의를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중요한 직분이었을 뿐, 성취해야 할 정치적 목표는 아직도 가야만 하는 길 위에 있는 겁니다. 강후보님도 그러시리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아득히 멀리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님을 보며 이분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일까를 곰곰 생각하는 중입니다.
선거는 세력으로 하지만 정치는 대중의 마음을 얻어서 합니다. 비록 서프는 이제 어떤 세력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조그만 장소이지만, 이곳에서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시려는 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 노혜경
덧글:
▣ 강운태 & 문국현 후보를 위한 청원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33182
강운태 후보와 문국현 후보가 백분 토론에 함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장외후보 단일화가 실현되려면 문국현 씨 외의 다른 후보들에게도 관심을 갖아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 역시 문국현 후보의 기사나 방송을 잘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경제통은 문국현 후보라고 생각하겠지만 강운태 후보도 만만치 않거든요. 예상을 깨고 팽팽한 대결을 이룰 것이라고 봅니다. 장외후보들 중 자질이 괜찮은 인물은 기회를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취지에 공감하면 청원에 동참해주세요~
글쓴이 :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