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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논산 그리고 대구

순수한 남자 2008. 2. 29. 12:20
봉하마을, 논산 그리고 대구
번호 218401  글쓴이 독고탁 (dokkotak)  조회 1087  누리 481 (481/0)  등록일 2008-2-29 10:49 대문 18 추천


봉하마을

저의 집이 있는 김해 장유에서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지만, 빠뜨림 없이 가야겠다고 맘먹고 찾았던 봉하마을, 저는 제 주변 지인에게 봉하마을을 얘기할 때 '제대로 된 마트 하나 없는 마을'이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가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게랄 것도 없는 조그만 매점이 전부였지요.

그만큼 작은 마을이라는 얘기고, 단출한 마을이라는 뜻도 되지만, 어쩌면 그만큼 소박한 마을이라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물론 진영읍내까지 나가면야 사정이 좀 나아지지만, 봉하마을은 그렇게 휘감아 도는 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사는 조그만 촌락입니다.

완성된 대통령 사저는 전체적으로 황톳빛을 띠고 있어 친근한 느낌을 주더군요. 민족패론지(敗論紙) 조중동과 윤모라는 어떤 덜떨어진 양반이 뻥튀기는 바람에 삼백억, 사백억짜리 건물로 둔갑하기도 했던 사저는 그리 울창하달 수 없는 주변 산자락과 조화를 이루며 언덕 기슭에 비스듬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그 건물을 보는 순간 저는 프랭크로이드라이트(Frank Lloyd Wright, 美, 1867~1959, 자연과 호흡하며 시간과 장소와 사람과 어울리는 유기적인 건축설계로 모든 건축인의 존경을 받는 전설적인 건축가)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 건물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만큼 주변과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 자료사진 : Frank Lloyd Wright의 낙수장 )

결코 튀지도 않고,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도 않지만 따뜻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오히려 사저 경호를 위해 조망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삼 층 높이로 지어진 경호동 건물이 옥에 티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대통령 사저는 그렇게 소박하면서도 품위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삼겹살 파티가 열리는 날 그 내부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 서프앙님께 소개해 드릴 기회가 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선 노 대통령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고 난 후에 말이지요.


논산

봉하마을에 땅거미가 내리고 사저에 은은한 백열등 빛이 가득 담겼을 때 봉하마을을 출발하였습니다. 향하는 곳은 공주. 중부내륙고속도로(이 도로는 MB의 운하 길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며 평균속도 140킬로가 가능한 한 뻥 뚫린 고속도로임) 일부 구간을 거쳐 눈발 날리는 공주에 닿으니 자정이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안희정 전 참평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을 논산 선거사무실에서 만나야 해서 논산 가까이 공주에 살고 계시는 이사야 목사님 댁에 하루 여장을 푼 것이지요. 앉자마자 이사야 목사님과 함께 열띤 토론이 열렸는데 주제는 '한국교회 이대로 가면 무조건 망하고, 망해야 산다.'였습니다. 물론 다음날 아침에도 토론이 이어졌지요.

이사야 목사님 네 가족이 사시는 마을도 정겨운 시골마을인데 밤새 엄청난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풍경이 그 자체로 크리스마스카드였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뒤로하고 공주를 출발, 논산시 취암동 587-4번지 안희정 후보 선거대책 사무실에 닿으니 오전 11시. 여전히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잃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간직한 안희정 예비후보를 만나 대담인터뷰를 하는 동안 내내 제 마음속에는 짠한 느낌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네요.

논산은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인제 의원의 지역구입니다. 그리고 양승숙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과 함께 통합민주당 내 삼파전 공천경쟁을 벌여야 하는 곳인데, 현재 당내 분위기를 보면 맘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짓누르는 부담이 큰 편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습니다.

그나마 공천심사위의 인적 구성에 개혁인사들이 여럿 포함되어 있어서 그분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 준다면 문제가 없겠는데, 그 외의 여건들이 그에 따르지 못해서 걱정입니다. 공천심사위원들께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진정성을 담아 메일을 보내는 운동을 벌여야 할 것 같습니다.


대구

대구 수성(을)에 꼭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대구엔 가지를 못하였습니다. 처음 계획은 봉하마을을 출발하여 성주에 들러 낙동강변 산자락에 수목원을 조성하고 계시는 땔나무님 댁에서 하루 신세를 지고 다음날 대구 수성(을) 사무실에서 유시민 의원을 뵌 후 논산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유시민 의원께서 총리인준 국회본회의 참석차 서울로 가시게 되어 대구 계획이 국회 의원회관으로 변경되었던 것이지요.

논산에서 출발하여 국회 유시민 의원 816호 사무실에 닿으니 오후 네 시. 환한 웃음 얼굴 가득하게 맞아 주시는 유시민 의원과 대담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그가 풀어놓는 논리의 전개에 몰입하다 보면 마치 책상 위 컴퓨터 CPU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똑 부러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를 따라가다 잠시 잠시 꼬리를 놓치게 되는데, 그건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게 촉촉이 젖은 듯한 그의 눈망울에 빠져버릴 때이지요.

정말 힘든 여건 속으로 그 자신을 던져버린 결단에 무한한 경의를 보냅니다. 고향이고 본가가 있는 지역임에도 필사의 악전고투를 벌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보수적인 지역에서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유시민 의원께서 반드시 새로운 역사를 대구지역에 그려 내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스나이퍼님께서도 좋은 생각을 글로 올려주셨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아 담으면 훌륭한 전략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저력 있는 강팀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자연과 조화로운 건축물처럼, 우리에게 조화로운 정치인을 만들어 내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입니다.

 

ⓒ 독고탁


덧글 : 지난 19일, 특검이 하라는 '수사'는 않고 '식사'만 한 날, 저는 '밥을 끊겠다'고 선언을 하였습니다. 선언 후 일주일을 옥수수 차만 마시며 FM대로 끊어봤습니다. 처음엔 일주일 예상했는데, 밥 끊겠다는 글이 시사서프라이즈에도 올라가는 바람에 삼일을 더 연장했습니다. 최소한 책 배포가 끝날 때까지는 지켜야 할 것 같아서요.

머리띠 두르고 피켓 들고 앉아 하는 단식은 아니지만, 밥을 끊어보겠다고 작심한 것은, '밥'이 '법'을 유린한 것 같아 밥 맛이 뚝 떨어진 탓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과거 총과 칼로 권력을 찬탈했던 정권보다도 더 불합리하고 모순투성이인 사람들이 펼치고 있는 일련의 뻘짓 파노라마와 밀어붙이기식 추진행태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 5년 동안 제대로 견제하려면 단식해야 할 일이 한두 번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불합리나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든, 아니면 위협에 대한 대응이든, 그것만이 가장 효과적인 저항수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되리라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체질인 제가 모질게 곡기를 끊고 참는 훈련도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일단 마무리하고, 그제부터 가볍게 먹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활동이 많아졌는데 굶으면서 움직이니 꽤나 힘들더군요. 영양제를 투여해 주신 내과의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힘들던 삼일째 되던 날, 서프에 응원 와서 직원들과 자장면 시켜 먹은 정나님과 직원들에게는 아직도 서운한 마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