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현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배척과 조롱을 받은 사실은 의원들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얻어맞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창피하고 분하랴. 욕먹고 매까지 맞았는데 국민은 위로의 말 한 마디 없으니 아아 슬프다.
더욱 참담한 것은 당연한 조롱 받았고 맞을 매 맞았다는 국민들의 인식이다. 다만 전경에게 맞았다는 것이 의원체통을 구겼을 것이라는 정도다. 흔히들 제 사랑은 제가 지니고 다닌다고 한다. 이쁜 짓 하면 미워하래도 안 한다.
국민에게 조롱받는 정당이라면 무슨 희망이 있는가. 기본적으로 정당은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먹고 자란다. 어떤가. 지금 민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을 때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역시 10%대였다.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정상적인 야당이라면 여당이 죽을 쑬 때 당연히 지지율이 높아져야 한다. 상식이다. 헌데 민주당에게만은 이런 상식이 안 통한다. 왜일까. 민주당은 상식을 넘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전통야당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이제 제발 하지 말라. 전통 우려먹고 살 생각 말라. 민주당의 전통이라는 거 국민이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들만의 전통이다.
요즘 이명박 정치를 독재라고도 한다. 언론은 지난 10년을 '민주정치 10년'이라고 한다. 그 때 뭘 했나. 싸움질 했다. 계파 싸움 했고 대통령 비판하느라고 세월 다 보냈다. 지금 민주당의 중진이라고 TV에 얼굴 내미는 사람들 좀 보라.
얼굴에는 과거 전력이 다 써 있다. 지역에 기대어 기득권 챙기려는 인물이 당 대표라고 앉아 있다. 이런데도 국민이 외면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국민이다. 좌우간 민주당의원들이 촛불 집회에서 똥 친 막대가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이렇게 맞는 것이 참 신통하다. 제대로 된 인물을 대표로 뽑고 반듯한 인물로 지도부를 구성하라는 것이다. 싹이 보이면 국민은 잘 자라라고 물을 준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한테 외면을 당하고 있다. 한나라 당도 점점 지지율이 떨어진다. 민주당은 무슨 생각을 할까. 정당의 목표가 집권이라면 민주당은 당연히 집권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지만 민주당 역시 제1야당이니 그런 꿈을 비정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문제는 가능하냐는 것이다. 어림없다는 생각이다.
불행한 가정이지만 만약에 이명박 대통령이 확실하게 국민에게 지지를 잃어 스스로 퇴임을 한다던지 임기단축을 걸고 국민투표를 해서 조기에 물러난다던지 하는 경우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가 바닥이고 한나라당 역시 그 꼴이니까 집권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야무진 꿈을 꿀는지 모른다. 야무진 꿈이다. 나쁘게 말하면 웃기는 꿈이다. 어림없다. 절대로 민주당이 집권 못한다.
누가 될 거냐. 박근혜다. 왜 박근혜인가. 민주당에는 국민이 인정하는 깜이 없다. 운동경기에서 이기는 비결은 선수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이 유럽 축구에서 우승한 것을 보라. 정치도 같다.
지난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이유가 꼭 국민이 이명박을 지지해서라고 생각하는가. 민주당 후보를 찍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소리 많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마저 모두 꽝이 됐지만 이명박에게는 <경제>라는 상표가 있었다. 뭔가 한 가지, 유식한 말로 어필하는 것이 있어야 찍어 주지 않겠는가. 사필귀정이다. 민주당의 패배는 지극히 당연했다.
죽은 자식 X랄 만지면 뭘 하겠는가만 그런 것만은 좀 알라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 전당대회 얘기 좀 하자. 한나라당도 전당대회를 한다는데 버스 값이 70원이라는 당 대표 후보가 나오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도 관심은 민주당에 있다. 당 대표에 출마한 사람들의 면면도 안다. 최고위원 출마자도 안다. 지지하는 사람 있는가. 당연히 있다.
그 사람이 누구냐. 이름을 거명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한 마디로 바르게 살아 왔다고 믿는 인물이다. 참여정부 출범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 중의 하나라고 했는데 대선자금과 관련해 감옥에 갔다. 기가 막혔다. 내 자식 같은 놈이었는데 숨이 막혔다. 이게 훈장이로구나.
"승리자라도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릴 수 없다. 독재정권 시절에는 악법을 어기는 것으로 저항했다. 이제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무겁게 처벌해 달라."
법정에서 그가 한 말이다. 일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면회를 갔다. 겁이 난다. 내가 눈물을 쏟기 때문이다. 면회만 하고 나면 열을 받아 혈압이 오른다. 놈이 나더러 면회 오지 말라고 했다. 건강 상하니까 오지 말라는 것이다. 교도관들이 말했다. 저렇게 반듯한 죄수 처음 봤다고. 당연하지 그 놈이 어떤 놈인데.
형기 마치고 나왔다. 지난 총선 때 공천 신청을 했는데 공천기준에 걸렸다. 난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가라고 했다.
"제가 소속된 정당의 규정입니다. 출마 포기합니다."
미친놈이라는 욕이 나왔다. 아무 소리 안하고 웃고 있었다. 잠시 후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래 잘 생각했다' 한마디였다. 저런 녀석이 이 나라에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속으로 울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 걸어 온 길을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가 걸어 갈 길도 보인다. 그 사람 하나만 보지 않고 그의 주위에 누가 있는가를 본다. 그러면 그 사람이 보인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정당의 누가 있는가. 특히 정당을 이끄는 사람이 누군가. 그럼 그 정당의 참 모습이 보인다.
요즘 민주당의 지지가 좀 오른다고 한다. 민주당 공동대표가 등원을 주장하는 모양인데 의원들은 지금 지지율이 좀 올라가는데 등원은 안 된다고 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국민은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직이라도 던져버리길 원할 것이다. 들어가 뭐하나. 쪽수에 밀린다고 단상이나 점거할 것인가. 의사당에서 농성하면 더위는 안 먹을 것이다.
시원한 의사당에서 아무리 단식을 하고 농성해도 국민들은 코웃음 친다. 누구 놀리느냐고 한다. 국민과 함께 해야 국민이 믿는다. 물 대포 맞아 길바닥에 넘어지고 곤봉 맞아 머리 깨지고 분말소화기도 맛보고 이정희 의원처럼 닭장차도 타야 한다. 그게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심을 보일 때 국민들은 지지한다. 전당대회도 같다. 한결같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짜증나는 꼴만 보이고 그렇고 그런 얼굴이 당을 대표한다면 국민은 민주당 전당대회 뉴스 끈다.
이번 민주당의 전당대회 정말 중요하다. 지역에 기대어 정치를 하려는 인물들은 골라내서 버려야 한다. 당이야 어떻게 되든 끼리끼리 계파를 만들고 감투나 쓰려는 이른바 중진이라는 인물들도 솎아 내야 한다. 그게 민주당이 살 길이다.
민주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길 바란다. 이유는 그래도 유일하게 민주화 10년을 함께 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1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