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계자'의 입만 존재하는 이상한 청와대

순수한 남자 2008. 7. 15. 18:29
'관계자'의 입만 존재하는 이상한 청와대
번호 142208  글쓴이 이기명 (kmlee)  조회 1737  누리 763 (768/5)  등록일 2008-7-15 16:38 대문 34 추천


'관계자'의 입만 존재하는 이상한 청와대
 -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인내와 아량을 존경한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7-15)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우리나라에도 稀姓(희성)이 꽤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쓰이기는 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성씨가 있으니 그게 바로 關(관) 씨다. 삼국지의 나오는 관운장 바로 그 關(관) 자다.

관 씨가 어디 있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증명해 보이겠다. 요즘 언론에 매일같이 등장하는 <미스터 關>. 이름까지 밝힌다면 係者(계자) 씨다. <관계자> 씨다.

"핵심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어쩌고저쩌고.

關(관) 씨는 분명히 청와대 안에 있다. 關씨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기자들은 모르는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유출이라는 희귀한 사건을 매일 보도하는 기사를 보면 거기에는 '관계자'라고 하는 이름뿐, 얼굴은 안 보이는 유령 같은 인물이 있다. 기자들은 유령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세칭 청와대 '기록유출사건'의 청와대 입은 '관계자'다. '핵심관계자' '복수의 관계자' '다수의 관계자' 등등. 참으로 청와대에는 '관계자'가 많다. 청와대는 '관계자'가 판치는 세상이다. 그렇게 많은 관계자는 얼굴이 없는가. 보고 싶다. 얼굴 좀 보여다오.

부끄러운 짓을 한 인간은 얼굴을 보이기도 싫고 이름을 밝히기도 꺼린다. 영장 떨어져 쇠고랑 차는 인간들은 열이면 열 하나같이 얼굴 감추느라고 전전긍긍이다.

얘기 좀 하자. 대한민국의 잘 난 기자들 부끄럽지 않은가. 관계자란 유령의 정체를 모르는가. 이때 하는 말 다르고 저때 하는 말이 다르고 앉은 자리에서도 이랬다저랬다 방금 한 말 뒤집어 부인하고 이건 기자들을 데리고 노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도무지 헷갈린다. 기자들은 '관계자' 손에서 노는 공깃돌인가.

이쯤 되면 자존심 강한 기자들이 들고일어날 만도 한데 왜 그렇게 착해졌는지 이해할 도리가 없다. 참여정부 시절 그처럼 기개 있고 언론의 정도를 주장하던 기자들은 지금 다른 사람들인가. 사람 같지 않아서 무시하는 것인가. 겁이 나서 그런가.

'관계자가 누군가'

'알면서 뭘 묻는가'

프레시안은 이렇게 기사를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너무 야비하다', '사실과 맞지 않는 거짓말'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대목에 대해 청와대는 구체적인 재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한편 "문제가 있다면 대변인이 공식 입장을 내라"는 봉하마을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실명 브리핑'은 이날도 이뤄지지 않았다.

됐는가. 왜 실명 브리핑을 하지 않는가. 관계자가 떨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봉하에서는 이미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그러니까 겁이 나서 대변인이 이름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석 자 팽개치고 關係者(관계자)로 개명을 하는 불효까지 저지른 것이다.

이름 바꾸려면 법원에 가야 한다던데 갔다 왔는지, 주민등록증은 갱신을 했는지 궁금하다. 정말 그렇게 살면 못쓴다. 하늘이 시퍼렇게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살날이 창창한데 이게 무슨 짓인가. 그 간 한 짓을 한번 돌아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청와대 자료유출을 통해 유령회사를 동원했고, K씨 회사에서 30억 원의 돈이 나왔다." <노컷 뉴스>

청와대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청와대 기록물 반출을 위해 사용된 30억 원이 국가 예산에서 사용된 것이 확실하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봉하에 <e지원 서버>를 구축하기 위해 청와대의 서버를 뜯어가려고 '유령회사'를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물론 <관계자>씨의 입을 통해서다. 헌데 청와대는 3개월간 자체 조사를 벌였다면서도 등기 한 장 떼어보면 알 수 있는 '대표자'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가)너무 야비하게 한다. 앞으로는 대화를 하겠다면서 뒷조사를 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사본이다. 그전부터 (청와대와) 대화하면서 '자유롭게 열람할 조치가 되는 대로 사본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측근의 뒷돈으로 유령회사를 만들어 e지원시스템을 차명계약하고, 청와대 컴퓨터의 메인 하드디스크를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고? 너무 모른다. 사실과 거의 안 맞는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성남 대통령기록관에 전용선 서비스를 위해 월 250만 원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공무원인 내 비서 3명에게 비밀취급 인가를 내주고 관리시켜 주면 된다"

"지금은 전용선이 연결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이 사본 한 부를 갖고 있는데 무슨 위험이…(있느냐)"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전직 대통령의 자료열람권 보장 요구는 무시한 채 <관계자>를 내세워 부도덕하다고 흠집 내는데 가만히 참고 있을 부처님이 어디 있겠는가. 좌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왜냐면 적어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와 모략은 역사를 바로 기록하기 위해서라도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관계자>가 아닌 김경수 비서관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까지 류우익 비서실장 등은 열람권 보장 문제 해법을 계속 얘기해왔고, 곧 결과를 설명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가 하드디스크 유출 문제를 제기하며 뒤통수를 치는 등 야비한 정치행태를 보였다."

그러니까 결과는 뒤통수 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똑같은 30억 원이라는 돈의 출처가 <핵심관계자>는 'K씨의 회사'에서 나왔다 하고, 또 다른 관계자와 통화를 할 때는 '국고'에서 나왔다고 한다. 모두 이름을 숨긴 상반된 뉴스로 과연 30억 원이라는 큰돈이 서버 옮기는 데 쓰였다는 청와대 <關係者>자의 말은 진짜이기나 한지 의심이 든다.

"30억 원 자체도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익명의 관계자를 내세워 언론을 통해 흠집 내기를 해선 안 된다."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책임 있게 얘기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말썽은 익명이다. 관계자란 가면을 쓰고 언론에 장난치는 청와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출처도 없이 애매모호한 <관계자>의 입을 받아 적는 언론도 한심하기는 오십보백보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언론의 현주소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참으로 대단한 성인군자들이다. 이렇게 참을성이 대단한 줄 누가 알았으랴. 일등신문이라고 큰소리치는 조중동은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허구한 날 관계자님의 입을 쳐다보기에 목뼈는 괜찮은가. 더위에 짜증도 안 나는가. 이 정도면 폭발할 때도 되지 않았나.

'관계자라고 써!' 하는데 이름 밝혔다가 혹시 출입금지라도 당할까 겁이 나서 그러는가. 참으로 '아서라 말아라.' 다. 어디 가서 기자란 말 아예 입에 담지 말기를 바란다. 자식들한테도 절대로 애비가 기자라고 밝히면 안 된다고 일러야 한다. 자식들 쪽 팔린다. 물론 조중동 기자들과 그들을 흉내 내는 기자들에게만 해당이 된다. 양심에 까맣게 때가 꼈으니 이제 목욕탕에 가서 양심에 때 좀 닦아 내도록 해라.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지만 왜 이러는가. 왜 노무현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가. 자기들 지지는 배 바닥을 들어냈는데 노무현은 인기가 치솟으니까 몸살이 나는가. 그런가 하면 더욱 기막힌 분석도 있다.

노무현을 국면돌파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노무현의 인기가 좋으니까 배가 아파서라고 하는 국민들도 있다. 민주당이 노무현과 손을 잡을까 겁이 나서 그런다는 해석도 있다. 현 정부 중요인물의 파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모두가 치사한 짓이다.

모두들 자기기준으로 판단한다. 과거를 보면 현재를 안다. 노무현이 성인군자는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꼼수는 쓰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을 국민은 안다.

무슨 '국민의병단'이란 단체가 검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절도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고 한다. 일제가 강점했을 때 의병이 일어났다. 지하에서 의병이 방성대곡을 할 것이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와서 뭘 했는가. 말이나 제대로 했는지 모른다. 할 말이 있어야 하지. 사리에 맞는 말이 있어야 할 것이 있는가. 참 딱하게 됐다. 가라니까 가긴 했지만 속으로 얼마나 투덜거렸을까. 온당하지 않은 정부에서 녹을 먹자면 도리가 없다. 팔자 타령이나 해야지.

자. 이제 결론을 맺자. 청와대는 <관계자>가 입 노릇을 하지만 봉하에서는 역시 관계자가 아닌 전 대변인 천호선이 정리를 했다.

"기초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왜곡을 일삼고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리는가 하면 분명히 거짓으로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것이야말로 일국의 대통령실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양심마저 저버린 치졸하고 비겁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봉하에서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열람권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반환을 못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법률검토를 한다고 했다. 검찰 고발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결론이 날 것이다. 검찰이 나설 것이다.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2008년 7월 15일
ⓒ 이기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