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말라! KBS와 MBC는 국민이 지킨다.
- 공영방송 건드리는 것, 정말 실수하는 짓이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7-11)
전생에 무슨 원수라도 졌느냐. 생기는 게 뭐가 있어서 그토록 씹어대느냐고 조중동 출신 친구들이 묻는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되물었다. 내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게 해 달라. 그럼 절대 조중동 씹지 않겠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면 친구들이 웃는다. 그러면서 들려주는 말이 나를 절망케 한다. 아무리 욕을 해도 조중동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배부른 돼지기 때문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를 선택했다. 수염이 대자라도 먹어야 양반이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사흘 굶어 담 넘지 않는 놈 없다고 한다. 언론민주화 떠들다가 해직된 기자들 꼴 좀 봐라. 어떻든가. 불쌍하지.
조중동을 비판할 때마다 견딜 수 없게 화가 나는 것은 도무지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뻔뻔함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모른 척한다. 헌데 참으로 희한한 일이 생겼다.
중앙일보가 사과를 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7월 5일 자 신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 중인 식당에서 쇠고기를 굽고 있는 사진은 "연출된 사진이었다."라면서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고 공식으로 사과한 것이다.
물론 하고 싶어 한 사과도 아니고 사진을 연출한 저의도 나쁜 짓이지만 사과했으니 이제 철이 좀 들려는가. 조선일보가 판매 부수를 조작해 늘렸다고 한다. 사과할 것인가. 어림없다. 둘 다 속만 무척 쓰릴 것이다.
조중동이 오뉴월 복날에 개처럼 얻어맞고 있다. 당연히 맞을 짓을 했다고 하면 뭘 잘못했는지 지적하라고 대들 것이다. 당연히 지적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조중동과 뭐가 다른가. 다만, 그 많은 사례들을 다 열거할 수 없고 미국산 쇠고기 관련 대표적인 것만 지적하자.
"미국이 지금처럼 수출검역을 허술하게 한다면 정부가 미국산 갈비 수입을 허용하기는 힘든 일"
"미국은 왜 이번 일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지 원인을 확실히 밝히고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를 이용해 만든 식품이나 화장품을 통해 병원성 프리온이 극미량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계속 축적되면 발병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서울대수의학과 우희종 교수 말 인용)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SRM)인 등뼈가 발견됐다."
"미국의 수출 검역이 이토록 허술해서는 미국 산 쇠고기 수입을 확대하자고 우리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틀린 말이 없다. 시기가 문제다. 위의 기사는 조중동이 2007년 참여정부 시절에 쓴 사설이거나 기사들이다. 그러니까 참여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을 경고하는 조중동의 대견하고 신통한 모습이다.
1년 전에 조중동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에는 그렇게도 위험했던 미국산 쇠고기가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는 더 없이 안전한 고기로 변신했다.
1년 전 하고 바뀐 것이라고는 대통령밖에 없는데 지금 조중동은 "인터넷이 잘못된 여론을 호도해 터무니없는 광우병 괴담들이 난무하고 있다."라고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멀쩡한 소가 웃다가 광우병에 걸릴 노릇이다.
이제 분명히 밝혀졌다. 광우병 괴담의 주인공은 인터넷도 네티즌도 아니고 MBC PD수첩도 아니고 조중동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국민한테 빌어야 한다. 그러나 사과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조중동은 원래 사과와는 상극이다.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끝이 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가 무지막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노골적이고 솔직하다. 완전무결하게 안면몰수다. 욕을 할 테면 얼마든지 해라. 욕은 먹어 주겠다. 그러나 방송만은 확실하게 장악한다.
속도전이다. 고속열차다. 하기야 체면을 버렸으니 거칠 것이 없다. 체면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체면을 버리면 인간이 얼마나 파렴치하게 변하는가. 마치 배만 채우면 그만인 맹수와 같다. 야만의 세계다.
KBS의 정연주는 원래 한나라당의 적이었다. 독재정권 시절 정연주는 언론민주화의 선봉에 섰다. 동아일보 해직기자다. 미국에서 특파원을 하면서 군사독재를 비판했다. 그가 참여정부에서 KBS의 사장이 된 것이다. KBS 개혁을 위해 노력했다. 기득권 세력들에게 배척당했다. 노조도 등을 돌렸다.
경영부실이다 낙하산 인사다 떠들었지만 그건 핑계일 뿐 진실은 기득권 수호였다. 아니라고 하는가. 그럼 조심해서 하늘 한번 쳐다보라. 조심하지 않으면 벼락 맞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 KBS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인기폭락이 KBS 때문이고 정연주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이 그런가. 아니다. 여론조사는 KBS를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평가했다. 조중동은 쓰레기로 외면당했지만 KBS와 MBC, 그리고 한겨레와 경향은 신뢰받는 언론으로 평가했다. 맞다. 맞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더욱 미워한다. 정권을 잡았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찾은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을 찾았으니 앞으로 20년 50년 백 년을 해 먹어야지. 그렇게 작심을 했다. 훼방꾼이 있다. 언론이다. KBS다. 갈아 치우자. 정연주는 순순히 나갈 인물이 아니다. 감사를 하자. 배임죄로 고발을 하자. 매에 장사 있나. 그러나 만만치 않다. 우선 국민들이 정연주 편이다. KBS 편이다.
신재민이 언론사에 기록될 망언을 남겼다. "대통령이 KBS사장의 임명권만이 아니라 해임권도 가지고 있다." 공부 좀 하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차라리 법을 바꿔 대통령이 KBS사장을 임기 중에도 해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 좋다. 악법도 법이니까 지킬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신재민도 언론인 출신이니 참 딱하다. 무식은 아닐 테고 후안무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가 문화관광체육부 제2차관이다.
MBC가 암적 존재다. 만만치도 않다. 폭탄이다. 그러나 두고 볼 수도 없다. 어차피 작심한 것이 아닌가. PD수첩의 폭로로 이명박 정부가 그로키 상태다. MBC를 놔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바꿀 수 없는 인식이다. 뇌관들은 모두 제거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밝힐 것이 있다. KBS나 MBC나 한겨레나 경향이나 모두가 이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사실이다. 어느 빌어먹을 언론이 자기 나라 망하라고 하겠는가. MBC의 광우병 관련 방송은 우리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과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의 불안전성을 국민에게 알린 지극히 당연한 방송이었다.
MBC의 PD수첩이 아니었다면 국민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심재철과 미국산 쇠고기 구워 먹으며 한우보다 더 맛이 좋다고 낄낄거리는 말을 그대로 믿었을 것이다. 곱창구이도 해 먹는다고 한다.
MBC와 KBS의 '뉴스 후'나 '미디어 포커스'가 아니었으면 부수를 엉터리로 조작해 독자가 제일 많다고 사기를 친 조선이나 엉터리 사진 연출이나 한 중앙일보나 광우병 배후나 떠들어 대는 조중동의 정체를 어떻게 알 수 있었단 말인가.
방송이 사실을 전하지 않으면 왜 존재해야 되는가. 직원들 월급 주기 위해 방송하는가. 국민의 건강이야 어찌 되던 조중동처럼 말 바꾸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나 선전해야 방송인가. 이번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은 우리 방송사에 찬연히 빛날 기념비적 프로며 국민의 방송시청 안목을 넓힌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확신한다.
MBC의 PD수첩을 보았기에 국민이 깨달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일어선 것이다. 내 자식들이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를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가만히 있다면 이건 부모도 아니다. 낳기만 하면 부모인가. 건강하게 제대로 길러야 부모다. 촛불은 대한민국 어머니가 당연히 켜야 할 의무를 이행한 것이다.
군사정권 찜 쪄 먹게 이명박 정부가 언론탄압을 한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라는 사람은 KBS와 MBC가 장악되느냐고 했지만 말장난을 하지 않는 것이 욕 안 먹는 길이다. 우리 국민과 언론은 이미 ‘땡 전 뉴스’를 경험한 지워지지 않는 분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언론탄압이나 언론장악이 아니라는 헛소리는 하지 말기 바란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문제는 개원협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한심한 정당이다. 한나라당이 완강하게 거절하자 철회했다고 한다. 말이라고 하는가. 조중동이 무서워서 미리 경기를 일으켰는가. 더럽고 치사하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4년간은 확실한 직장이 보장됐으니 편하게 살고 싶은가.
"방송 민주화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다"는 분노의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절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불퇴전의 결의가 형성되고 있다. 정연주를 몰아내려던 KBS 노조도 이제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다행이다. 천추의 한을 남길 번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란 영화가 있다.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의 머릿속에서 점점 지워져 가고 있다. 경제를 살린다는 747의 보랏빛 날개는 펴보지도 못하고 접었다. 개각에서 강만수는 살아남았다. 차관이 잘렸다. 누가 웃기는 소리를 했다. "도둑놈은 놔두고 망보던 놈만 잡았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의 남은 염원은 제발 거짓말 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 국민은 겁부터 난다. 왜냐면 사과를 하면 반드시 얼마 지나지 않아 전보다 더한 문제가 터지기 때문이다. 옆에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가. 사과의 기억을 되 살려 줄 충신은 없는가. 최시중은 뭐하는가. 이동관은 뭐 하고 있는가. 멘토와 충신의 직무유기다.
언론탄압은 언론인들에게 견딜 수 없는 치욕의 기억을 일깨워 준다. 박정희 시절과 전두환 시절의 치욕적인 언론탄압을 언론인들은 안다. 그 시절 가슴속에는 분노가 지글지글 끓고 있는데도 그놈의 채찍과 당근 때문에 말도 못하고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목숨을 이어갔다.
기자들은 자존심으로 산다고 스스로 말한다. 묻는다. 지금 조중동 기자들은 자존심으로 사는가. "조중동 폐간" "동아 불 꺼" "조중동 쓰레기" "조중동이 신문이면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치욕의 말들이 왜곡된 표현인가.
그래서 정론이 더욱 빛난다. 다시 조중동에게 묻자. MBC의 PD수첩이 진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되어 심리가 진행 중인데 검찰이 뛰어들었다. 고소나 고발도 아니고 수사의뢰라는 어설픈 형식으로 검사 5명의 전담팀이 구성됐다. 삼성재벌에 대한 특검팀도 4명의 검사로 구성된 기억을 되살리면 PD수첩이 엄청난 죄를 저지른 모양이다. 사실이 그런가. 말 좀 해야 신문이 아닌가.
PD수첩의 테이프 원본을 내 놓으라는 검찰의 요구가 온당한가. MBC를 압수수색한다는 것이 검찰의 정당한 검찰권 행사인가.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과 맞장 뜨던 젊은 검사들의 기개는 어디로 갔는가. 이명박 정부 이후 사표 내고 민변에 가입했다는 농담이 떠돈다..
진정 이런 것들이 언론탄압이라고 여겨지지 않는가. 군사 독재시절에도 이런 기억은 없다. 조중동은 여전히 침묵이 금인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는 명백하다. 전방위 공격이다. 인터넷이 좌불안석이다. 네티즌은 출국금지다. 나우컴 대표는 구속됐다. 이명박 후보의 언론관련 특보들이 낙하산을 타고 언론사를 향해 수직 강하한다. 공수부대가 낙하하는 전쟁영화를 보는 것 같다.
청와대 사람이나 한나라당 사람이나 잘난 조중동 기자들이 애써 외면을 했는지 모르지만 MBC 앞에서 1,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촛불을 들고 MBC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촛불은 밤 10시 MBC를 떠나 한나라당을 찾았고 이어서 KBS를 향했다. 시민들이 움직이는 동안 촛불 행렬은 어느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구호를 외친다.
"PD수첩 지켜내자" "KBS 사랑한다", "공영방송 사수하자" "PD수첩은 MBC(명박씨) 것이 아니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 나의 것"
신뢰와 정직은 왜 중요한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바탕이며 고리가 되는 것이다. 이제 정부와 국민을 연결하는 고리는 끊어졌다. 신뢰가 무너졌다.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은 믿지를 않는다. 이미 시중에 돌아다니는 IMF의 망령을 이명박 정부는 보고 있는가.
하루에 피죽 한 끼를 먹어도 마음이 편해야 산다고 우리 조상들이 말해 왔다.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은 너무 불안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국민이 믿는 것이다. 불신이다. 신뢰가 문제다. 신뢰를 잃고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는가.
물대포로 촛불을 모조리 끈다고 치자. 명박산성으로 촛불 집회를 막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국민들 가슴속의 촛불은 무엇으로 끌 것인가. 마음속에서 서로 손의 손 잡고 모이는 집회는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자의든 타의든 신뢰는 무너졌고 회복은 난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급한 일은 신뢰의 회복이다. 이제는 대통령의 사과를 믿지 않는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다.
방법은 없는가. 한 가지가 있다.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는 것이다. 언론장악 기도를 포기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자. KBS 사장은 법이 정한 임기를 마쳐야 한다. MBC PD수첩 건드리지 말라. YTN 구본홍 사장 임명할 생각 접어라.
국민의 뜻을 알고 있을 것이다. KBS와 MBC는 국민이 지킨다고 결심했다. 국민 이겨 먹는 정부는 없다. 모든 사건에는 교훈이 있다. 쇠고기 집회는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정부가 당하는 어려움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위장술로 군림해 온 조중동의 정체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얼마나 값진 교훈인가.
길을 잃었을 때는 큰길로 가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길을 잃었다. 큰길로 나가라.
2008년 7월 11일
이기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