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이야기62] 어느 과학사학자가 본 황우석 논란 |
번호 155848 글쓴이 노피디 (kbsnkj) 조회 60 누리 36 (41/5) 등록일 2008-8-14 07:23 | 대문 2 추천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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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이야기 62 과학사학자가 본 황우석 논란
과학사학자인 전북대 김근배 교수가 쓴 '황우석신화와 대한민국 과학'이라는 책은 황우석 지지자와 황우석 비판자 모두에게 그닥 환영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황우석 교수를 비판하면서도 중간중간 <PD수첩>, 프레시안 등 황우석 비판자들을 향한 날카로운 지적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 어느 입장에서건 이 책에 대한 비판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이 무겁기 때문입니다. 한 줄 한 줄을 그냥 써내려 간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내기 위해 황우석 연구팀이 국내외에서 발표한 2백여편 논문과 보고서 등을 일일이 조사해 분석한 뒤 다양한 2차 자료를 섭렵했다고 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과연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절감하게 됩니다.
적어도 한국 언론과 학계가 이 정도의 지적 성실함을 발휘했어도 황우석 논란이 이처럼 파괴적이고 사람잡는 논란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 속에 과학사학자 김근배 교수의 저서 중 제가 공감한 부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할까합니다. 공감하지 못한 부분 · 문제제기할 부분은 짧게 소개할까 합니다. 저에 관련한 부분도 있었으니까요.
공감 ① '줄기세포 조작과 연구논문 조작은 엄밀히 구분해야'
'잊지말자 황우석'류 언론과 학자들의 문제점은 모든 것을 '이게 다 황우석 탓'으로 낙인찍은 뒤 바꿔치기 등 팩트는 황우석측의 변명으로 일축, 모든 이견을 음모론으로 폄하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북대 김근배 교수가 이들과 구분되는 점은, 미즈메디의 섞어심기로 드러난 '줄기세포 조작'과 황우석 교수 책임 '연구논문 조작'은 엄밀히 구분해야한다는 입장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편의 사이언스 논문 교신저자이자 제 1저자로서 논문 조작에 대한 그(황우석)의 책임은 아주 무겁다. 그럴지라도 조작의 상황과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줄기세포 조작과 연구논문 조작을 엄밀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실제 벌어진 조작 과정은 줄기세포 조작이 앞서 행해진 후 논문조작이 뒤이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 김근배,'황우석신화와 대한민국과학', 242쪽, 역사비평사, 2007
김교수는 이러한 미즈메디의 가짜 줄기세포 만들기에 대해 황우석 교수 등은 눈치채지 못했으며 <PD수첩> 취재가 본격화된 뒤에야 이를 인지했고, 미즈메디의 조작이 연구팀에 끼친 치명적인 문제는 핵이식을 통해 확립된 배반포가 결과적으로 모두 버려졌다는 것임을 지적합니다.
"황우석을 비롯한 연구팀의 구성원들은 확립된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2번 줄기세포 연구가 2004년 9월에 비교적 손쉽게 성과를 거두자 황우석 연구팀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뒤이어 11월에는 1개, 12월에는 무려 4개의 줄기세포가 한꺼번에 만들어져 향후 얼마나 많은 줄기세포를 확립할 것인가는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이렇게 김선종은 가짜 만들기를 통해 2005년 5월까지 총 11개의 줄기세포 혹은 콜로니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황우석은 상당 기간 동안 확립된 복제배아 줄기세포가 실제로는 수정란 줄기세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중략) 황우석은 오히려 미국 슬로언케터링 암연구센터, 영국 케이브리지대학, 고려대 생명유전공학부, 서울대 치대 등에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분양하여 공동연구를 모색하기도 했다.(중략) 그가 복제배아 줄기세포에 문제가 있고 그것이 수정란 줄기세포라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은 <PD수첩>팀이 취재를 본격적으로 벌이던 2005년 10월 이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중략) 그런데 김선종의 '가짜 만들기'가 연구팀에 끼친 더 치명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배반포 혹은 배반포에서 추출한 내부 세포덩어리가 제대로 된 실험을 거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버려졌다는 것이다. " - 위의 책 243~244쪽,
공감 ② '의도적으로 사기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황우석 비판진영은 황우석 박사가 쥐뿔도 없는 상태에서 언론플레이를 타고 연구비를 끌어모았고 결국에는 세계를 상대로 한 거대한 사기극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고 주장합니다.그러나 황우석 팀의 연구논문과 방대한 2차자료를 분석한 과학사학자 김근배 교수는, 과장은 있었을지언정 의도적인 사기로는 보여지지 않음을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사실, 황우석은 슈퍼 논문이 필요했지만 그렇다고 없는 줄기세포를 완전히 조작하면서까지 논문을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 그는 세계 최초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한 연구논문을 2004년 사이언스에 발표하여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의 연구팀은 줄기세포 배양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립하지는 못한 상태이지만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던 체세포 복제기술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중략)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과학 저술가인 마이클 벨로모(Michael Bellomo)는 황우석 연구팀의 논문 조작을 다음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황우석이 야망을 지니고 있었을 수도 있고, 사회를 미래로 전진시키는 연구자들에게 그 대가로 매우 드물게 비춰지는 조명을 흠모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대중에게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내게 더 그럴듯하게 보이는 가정은 어느 누군가, 즉 황우석이든 연구팀 멤버든 혹은 연구팀 전체든, 그 일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기꺼이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었으며, 이때에 두개가 얻어졌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오직 시간의 문제였다. " - 김근배,'황우석신화와 대한민국과학', 245~246쪽, 역사비평사, 2007
또한 김근배 교수는 황우석 팀 과거 연구활동에 비춰볼 때 모든 조작을 그에게 돌리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기술합니다.
"그동안 <PD수첩>팀을 포함한 비판자들은 줄기세포와 연구논문 조작의 모든 책임을 황우석에게 전적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었다.황우석이 이미 다양한 조작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사이언스 논문의 완전 조작도 그 연속선상에서 의도적으로 행해졌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황우석 연구팀의 복제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롱이와 진이, 백두산호랑이 복제, 광우병 내성소 등 흔히 언론 플레이의 주된 대상이 된 경우는 그 내용을 과장하거나 시간을 앞당겨서 발표하기는 했지만 연구성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진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들 연구는 과장되거나 조작된 형태로 과학잡지에 연구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또한 과학잡지에 발표한 이전의 연구논문을 보면 언론 플레이 과학과는 다르게 논문 조작이 입증된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 위의 책, 241~242쪽
공감 ③ '백두산 호랑이 연구는 말짱 황이 아니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황우석팀 호랑이 복제연구는 아무것도 안 남았다고 비판합니다. 처음부터 말짱 황이었고 언론 플레이 외에는 어떤 성과도 없었다고 일축합니다. 과연 그럴까? 김근배 교수는 종전의 어떤 비판도 호랑이 연구실체를 제대로 파고들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그동안 호랑이 복제에 대한 논란이 떠들썩했음에도 이상하게 그 실체를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노력 없이 주변을 맴도는 말만 무성했다. 비록 황우석 연구팀이 호랑이 복제에 대해 정식으로 발표한 연구논문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특허 출원 자료, 학술대회 발표문, 석박사학위논문 등은 여러 편 있다. 하지만 호랑이 복제 시도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마저 호랑이 복제에 관한 이런 자료들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다." - 김근배,'황우석신화와 대한민국과학', 176쪽, 역사비평사, 2007 "많은 이들이 그의 호랑이 복제 연구를 전형적인 거짓된 부풀리기, 왜곡된 언론 플레이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모든 언론이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처럼 '복제호랑이 곧 나온다'라고 기회 있을때마다 외쳤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황우석은 적어도 실험 데이터가 어느정도 얻어졌을 때 그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이는 2000년 이전과 이후에 언론의 호랑이 복제 연구의 보도 양상이 사뭇 다르게 전개된 주된 요인이다. 그는 호랑이 복제 연구에서 제법 획기적인 연구결과가 나왔을때 언론 플레이와 정치적 수사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 위의 책 183~184쪽 호랑이 복제가 어려운 것은 맹수이자 희귀동물인 호랑이를 난자 제공 동물이나 대리모로 사용할 수 없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황우석 연구팀은 체세포는 백두산 호랑이로부터 얻었지만, 난자는 고양이나 소의 것을, 그리고 새끼를 품을 대리모 동물로는 호랑이와 임신주기가 비슷한 사자나 돼지를 바꿔가는 '삼원이종(三原異種) 핵이식 기법'을 사용했습니다.김근배 교수는 이런 노력을 '초인적인 열정과 노력'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타이거팀은 호랑이 복제 수정란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대리모 돼지에 끊임없이 이식했다. 2003년 10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342마리 대리모 돼지의 난관에 6만 4,980개의 호랑이 복제 수정란을 외과적 방법으로 집어넣었다. 이를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타이거팀은 매주마다 돼지 대리모 2.6 마리에 복제 수정란 500개를 이식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호랑이 복제연구에 실로 초인적인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 위의 책 181~18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호랑이 프로젝트는 복제 호랑이를 얻지 못한 채 끝납니다. 말짱 황이었을까? 아닙니다. 호랑이 실험성과는 '복제의 에베레스트'라던 개 복제 연구의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핵을 제공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세포융합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호랑이 복제 경험에서 확인한 바 있었다. (중략) 발육 초기 상태의 복제 수정란을 대리모에 이식하는 연구도 호랑이 복제에서 수없이 시도한 적이 있었다.(중략) 그리고 개 복제 연구는 호랑이의 경우처럼 체세포, 난자, 대리모가 서로 다른 삼원 복제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이들이 수행한 개 복제 연구의 특징은 한마디로 자연적인 개의 생식과정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점이다." - 위의 책 191쪽, "황우석 연구팀은 호랑이 복제 연구과정에서 부딪힌 거대한 난관을 돌파하려고 새로운 실험을 다양하게 벌였다. 이 다양한 실험기법과 경험은 우연히도 개 복제 연구에 유용하게 쓰여 그 기술적 토대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이렇게 과학자들의 상상력은 많은 노력이 거듭되는 가운데 새로운 결과를 낳아 실제 현실과 연결이 된다." - 위의 책 194쪽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교훈이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호랑이 복제 뿐 아니라 '난자 2천개 넘게 쓰고도 하나도 못만들었어'라는 류의 황우석 연구 무용론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황우석 연구를 부정하는 분들은 결국, 자신도 모르는 새에 대한민국 전체 과학자의 연구활동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공감하지 못하고 수정보완을 요청하는 내용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자 합니다.
비공감 ① 제 이름은 '한 황우석 지지자'가 아니랍니다.제 책 내용을 인용하면서 제 이름 대신 '황우석 지지자'라는 표현을 썼습니다."이에 반해 한 황우석 지지자는 자신의 책에서 국제학술대회 발표문, 후속연구, 특허출원, 다른 동물복제 등으로 미루어볼 때 복제소 영롱이는 진짜라고 주장했다." - 위의 책 107쪽 모든 인용서적 저자를 실명과 직함 대신 황우석 지지자와 황우석 비판자로 나눠 쓰는 기준이라면 이름 대신 한 황우석지지자라는 표현을 씀에 상관하지 않겠으나, 책 전반부에 황우석 비판자가 아닌 '한학수 프로듀서'나 '강양구 기자'라는 이름으로 표기된만큼 이 분들 모두를 '황우석 비판자'로 표기하시거나 아니면 제 이름을 있는 그대로 표기하시거나 그게 정 곤란하시다면 제 책에 대한 인용 자체를 아예 빼주시는 조치를 기대하겠습니다.
비공감 ② 영롱이는 수정란 이식으로 만든 우량젖소?
김근배 교수는 영롱이를 체세포 핵이식도 할구분할도 아닌 수정란 이식에 의한 '평범한 우량젖소'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그 판단근거에 대한 보완설명이 반드시 필요한데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수정란 이식은 우량 암소의 난자를 과배란시켜 다수 얻은 뒤 이를 우량 숫소의 정액과 수정시켜 수정란으로 만든 뒤 암소에게 이식시키는 흔히 쓰이는 종축개량 기법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오는 새끼 젖소는 아빠소의 DNA와도 엄마소의 DNA와도 다를 것입니다. 사람의 경우 시험관 아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일 영롱이가 수정란 이식으로 나온 일반 젖소라면 DNA 일치는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일. 그런데 <PD수첩>(2006.1.10)의 검증결과에서는 비록 미토콘드리아 DNA 검증에는 실패했지만 DNA는 일치수준을 보였다고 방영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 빠져있습니다.
언론과 서울대는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88.4%는 이렇게 말합니다. '실험해봐라. 뭐가 진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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