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희망을 걸어도 되는가
- 국민에게 외면당한 정당의 생존방법을 찾아라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10-03)
집권의지도, 능력도, 국민의 지지도 상실한 민주당을 생각하면 암담하다. 왜냐면 제1야당이니까.
-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MB가 말한 "더 할 수 없는 좋은 영수회담"을 인정하는가.
- 박지원 의원은 배은망덕의 의미를 알기나 하는가.
- 최시중의 만찬접대 받은 민주당 의원의 착각지수는 몇 점이지.
무척 까칠한 질문이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말은 대한민국 초대독재자 이승만이 한 말이다. 지금의 민주당을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야당이라면 화를 낼 것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하니까 이해는 하지만 잠시 흥분을 누르고 뒤를 돌아다보자.
역사란 무엇인가. 지나온 과거다. 구구하게 민주당의 과거를 되뇌이지 않는다. 필요도 없다. 국민들이 안다. 민주당이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빛나는 정통민주정당이라는 것이다. 이것도 함께 묶어서 평가하자.
분열의 정당, 질시와 반목의 정당, 독불장군의 정당, 지역이기주의에 안주하는 정당. 이렇게 평가한다면 또 길길이 뛰겠지. 이름만으로도 민주당의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자유당 시절 유석 조병옥이나 해공 신익희의 반독재 투쟁은 빛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관된 민주회복투쟁 역시 민주당의 자랑이다.
그러나 과거를 아무리 자랑해도 그것이 오늘의 면죄부가 되느냐. 아무리 족보를 자랑해도 국민의 지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지지율 말만 나오면 기가 죽는 민주당이 안쓰럽지만 자업자득인 것을 어쩌랴. 이유는 민주당이 집권의지도 능력도 지지 세력도 별로라는 국민의 평가 때문이다.
"민주당 가지고 되겠나." 이런 소리 많이 들었을 것이다.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이 하는 소리만이 아니고 민주당을 아낀다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거침없이 나오는 말이다. 참여정부가 탄생하기까지의 보여 준 민주당(잡다한 당명 포함)의 행태는 국민의 질타를 받기에 손색이 없고 집권 후에도 방사능에 중독된 비키니도 섬의 거북이처럼 왜 그렇게 헤맸는지 딱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나간 일들은 이 정도로 해 두자. 지금은 어떤가. 지금의 민주당 의석수 가지고 뭘 어떻게 하느냐고 한탄하는 의원들 많다. 그게 국민의 책임인가. 정치가 꼭 쪽수만 가지고 하는 것인가. 옛날 야당 시절 국회의원 몇 명 되지도 않으면서 펄펄 날랐다. 독재시절의 여당이 설설 기었다. 야당은 명분과 불퇴전의 의지, 국민의 지지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우선 보자. 종부세라는 화약고가 있다. 국민 2%만을 위한 특혜라고 한다. 국민여론도 반대다.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욕하지 마라. 2%를 위한 세금혜택이라면 98%의 국민은 뭔가. 특혜받는 2%를 부러운 눈으로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아니지. 못하게 막아야지. 누가 하나. 민주당이 해야지.
쪽수 말하면 안 된다. 국민의 지지가 있지 않은가. 여기에 민주당의 의지가 도마에 오르는 것이다. 두고 보자. 종부세 어떻게 처리할 거지. 국민들의 시퍼런 눈길이 보고 있다. 전국 돌아다니며 피켓 들고 앉았다고 종부세 막아지는 거 아니다.
MB 정부는 종부세를 내는 2%의 납세자가 참여정부의 희생자고 사회정의가 온통 무너져 내린 것처럼 떠든다. 2%를 제외한 98% 중에는 하루하루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국민들도 허다하다는 현실이 그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청맹과니다. 민주당이 몸을 던져야 할 것이 이거다. 98%의 국민지지와 성원이 걸려있다.
"더 할 수 없는 좋은 영수회담", 정 대표도 동의하는가
절대로 종부세는 바꿀 수 없다고 다짐한 정 대표가 청와대에 갔다. 국민들이 MB 만나서 뭘 했느냐고 궁금해 한다. 그냥 밥이나 한 끼 먹으려고 간 것은 아이겠지. 이동관 대변인이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고 한 것을 보면 MB는 대단히 만족한 모양이다. 정 대표도 같은가.
경제현안과 남북문제에 대해서 동반자 관계임을 확인하고 '초당적 협력'을 합의했다는데 무엇을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것인지. 종부세도 '초당적'에 포함되는 것인가.
10여 일 후 MB를 만난 정책위의장 원혜영이 할 말을 했다.
"지금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새로운 희망과 계기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감세 후) 특권층을 위한 종부세 완화 폐지를 반드시 막아내겠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토론을 통해 시민과 함께 싸우겠다."
인적쇄신도 요구했다. 경제책임자, 치안책임자, 방송통신책임자의 문책이었다. 강만수 최시중 어청수를 지칭하는 것임을 국민들은 안다. 정 대표가 한 말을 원혜영이 흉내 낸 것일까.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민주당이 MB에게 제대로 제동이나 한 번 걸어 본 적이 있는가. 경제가 이 꼴이 되도록 민주당은 뭘 했지.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는 무슨 역할을 했지. (정 대표가 방북한다는 소식이 있다) 뭘 초당적으로 협력하는지 알 길이 없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MB는 협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것이며 민주당의 할 일은 협력이 아니라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MB 정권을 다잡는 것이다. 협력이 아닌 견제다. 정도로 가게 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른바 영수회담이라고 하는 MB와의 만남으로 위상의 상승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오히려 판단력 부족이라는 손해만 봤다는 평가다.
협력을 하기에는 MB 정권의 실정과 시행착오가 이미 한참 도를 넘어섰다. 4%도 어렵다는 경제성장을 6%로 잡는 억지 배짱이다. 아파트는 분양이 안 되어 16만 채가 텅텅 비어 있는데 5백만 채를 더 짓는단다. 그린벨트는 엄청 해제한다고 한다. 분당신도시의 15.7배다. 녹색혁명 청정에너지는 어디로 갔는가. 민주당이 할 일은 밥 먹는 게 아니라 넥타이 풀고 싸우는 것이다.
'나는 노무현과 다르다. 조선일보라도 인터뷰를 피하지 않는다.' 정 대표가 한 말이다.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말고는 정 대표 맘이다. 그러나 잘못 생각한 것이 있다. 마치 용기 있는 정치인이라서 조선일보를 겁 내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노무현은 조선일보가 왜곡 과장 오보를 하는 언론이라는 판단 때문에 상대를 안 한 것이다. 무시한 것이다.
"정 대표가 청와대 회담을 계기로 대중적 정치지도자로 올라설 수 있느냐, 더 큰 정치적 목표를 노려볼 수 있느냐 하는 시험대 위에 선 것 같다."
조선일보의 보도다. 무시하는 것이 좋다. 아직도 조중동의 실상을 모르거나 두려워한다면 아예 집권은 꿈도 꾸지 않는 것이 좋다. 조중동을 넘어서지 못하는 야당이나 정치인은 국민이 포기할 것이다.
MB 정권이 끝나는 2012년 대한민국 모습을 생각하며 전율한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이며 남북관계는 어떤 모습이며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갈래갈래 찢긴 지역의 갈등과 2%와 98%의 양극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소름이 돋는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과 정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이해득실을 따지는 얄팍한 머릿속 계산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건 당당한 싸움이다.
무조건적이고 상투적인 재래식 정쟁이 아니라 MB의 즉흥적 국정운영의 대안을 제시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며 여야가 상생하는 길이며 민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집권을 하는 길이다.
박지원 의원은 배은망덕의 의미를 알기나 하는가
요즘 박지원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 인간에 대한 환멸과 슬픔을 느낀다. 이른바 배은망덕론 이다. 그냥 몇 마디하고 넘어가자. 우선 언제까지 전라도 민심을 자극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얹혀서 남은 인생 살 것인가.
노무현의 발언은 어디에도 호남을 거론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노무현은 누구에게도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다. 노무현의 말은 박지원처럼 지역주의에 편승하여 일신의 영달을 취하는 정치꾼들을 지칭한 것이다. 박지원이 언제 제대로 된 용기를 가져 본 적이 있는가.
박지원은 다시는 배은망덕을 말하지 마라. 눈물을 흘리며 참여정부 인사를 찾아 정치생명을 구걸하던 불쌍한 정치꾼을 떠올리면서 배은망덕이란 말에 실소를 한다. 연민을 느낀다.
최시중의 접대 받은 민주당 의원의 착각지수는 몇 점?
최시중 방통위원장 얘기가 나오면 또 그 사람이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등장하는 인물은 민주당의 대단한 의원들이다. 누군지 궁금할 것이니 이름부터 밝히자. 민주당의 문방위원회 간사인 전병헌, 이종걸, 서갑원, 정세환, 변재일이다.
이들 5명은 지난 9월 30일, 방통위원의 최시중 위원장의 초청으로 종로 '수정'이란 한정식집에서 만찬을 했다. 사람이 밥 먹은 게 무슨 문제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다. 이상할 것 없다. 그러나 밥도 함께 먹을 사람들끼리 먹어야 한다. 밤새도록 생각을 해도 이거야말로 영화제목 같은 '부적절한 만남'이다.
MB 정권의 방송장악 핵심 인물이며 민주당이 퇴진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인물이며 지난 7월 6만 5천여 국민들의 탄핵요구를 전달받고 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한 인물이다.
이번 국감은 MB 정권의 언론장악과 탄압문제, 정연주 사장의 강제퇴임문제, KBS와 YTN의 '낙하산 인사',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정보통신망법 개정, 민영 미디어렙 도입, 신문·방송 겸영 허용 추진을 위한 신문법 개정, 한국언론재단 임원진 사퇴 압력 등등 그야말로 격전지로 떠나는 장수의 비장한 각오가 필요한 때이며 민주당의 문방위원들이 바로 장수들이다.
이들이 적장과 사이좋게 만찬을 즐기며 술잔을 기울이고 무슨 소리를 했을까. 知彼知己百戰百勝(지피지기백전백승=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고사를 실천한 것일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해 보지만 결론은 역시 분별없는 처신이라는 것이다.
"최시중 위원장이 민주당 문방위원들과 상견례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받아 문방위원들에게 알린 후 시간이 되는 의원들만 나간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간사의 말이라고 한다.
상견례라고 했는가. 참, 할 말이 없다.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러니 MB 정권이 민주당을 뭘로 보겠나. 정치를 이 꼴로 하는데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른다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가.
이들은 민주당이 지난달 3일 "국감 기간 동안 피감기관으로부터 접대와 향응을 받지 못하도록 내놓은 '정기국회 중에 의원 행동수칙'을 위배했다. 징계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들 5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최시중 씨는 사퇴 대상일 뿐, 국감 전에 만날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맞는 말 아닌가. 적어도 중학생 수준의 분별만 있어도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 결론이 날 일이다.
최시중은 전 KBS이사장 김금수를 만나 정연주 퇴진을 압박했고, 사장을 뽑는데도 청와대 관계자 등이 참석한 'KBS 대책회의'를 주도하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PD수첩> 심의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MBC 엄기영 사장과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 후 MBC는 <PD수첩> 사과방송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고민도 많이 했을 것이다. 속으로는 조중동을 증오하고 격멸하면서도 기자를 만나면 한없이 부드럽게 표정을 바꾸는 민주당 의원들을 지겹도록 보았다. '하여가'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최시중 만나서 밥 한 끼 먹은들 그 어떠리. 우리도 이같이 어우러져 속 편하게 살리라."
최시중은 '빅 부러더'인데 안면 제대로 터놓으면 손해날 것 없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겠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만찬장에서의 대화를 공개하는 건 어떨까.
YTN의 280여 명이 밥을 굶고 있다. 5명의 민주당 의원들 단식해 봤나. 이 설움 저 설움 중에 배고픈 설움이 으뜸이다. 혹시 만찬장의 산해진미를 드시며 공정방송을 위해 단식하는 언론인들 생각 좀 하셨을까. 그럼 밥이 안 넘어갔을 것이다.
방송 신뢰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KBS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기획취재 쌈>을 비롯한 <MBC-PD수첩> <뉴스 후>등이 태풍 앞에 조각배다. 그냥 말로 신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인 평가다. 민주당의 지도부를 비롯해서 만찬장의 의원들은 요즘 방송이나 제대로 보시는가.
방송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알기나 하는가. 정치보도는 뼈대가 사라지고 물렁팥죽이다. 왜 그런지 아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어디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가. 모나게 굴다가 조중동한테 한 방 얻어맞을까 미리 자기검열의 빠졌다면 아니라고 하겠지. 아니면 다행이다. 혹시 정권 실세인 최시중 위원장 만나서 미리 봐달라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이른바 야당의원들의 행태가 온갖 치사한 상상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의 국정감사를 국민들은 주시할 것이다. 만찬의 성과는 그때 나타날 것이다.
야당이되 야당답지 않은 야당이라고 국민이 평가하는데 민주당은 야속할 것이다. "우리 민주당이 이렇게 잘하고 있으니 화끈하게 지지해 주시오. 이렇게 잘하는데 왜 지지율이 바닥입니까. 국민들이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이처럼 자신 있게 항의할 수 있는가.
미친개처럼 아무나 물어뜯으라는 것이 아니다. 병은 예방이 최선이고 도둑도 방범이 으뜸이다. 잘못된 정치는 견제하고 충고하고 응징해야 한다. 그 후에는 걱정할 것 없다. 국민의 지지는 자연스럽게 몰려오고 바로 정당의 꿈이자 존재 이유인 집권은 하게 된다.
정 대표는 줏대 있게 처신하고 박지원은 착각하지 말고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며 의원들은 분별 있게 행동해야 한다.
쪽수 타령은 이제 하지 마라. 일당백이란 말도 있고 수만 많은 곤쟁이라는 말도 있다. 지고도 이기는 싸움은 뭔가. 이기고도 지는 싸움은 뭔가. 쪽수가 모자라면 국회에서는 진다. 그럼 지는 것인가. 아니다.
민주당은 지고도 이기는 싸움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힘이면 없는 역사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기억해야 한다.
2008년 10월 3일
ⓒ 이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