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금 우리는 절망의 강을 건너는가

순수한 남자 2008. 9. 22. 21:36

지금 우리는 절망의 강을 건너는가
번호 165718  글쓴이 이기명 (kmlee)  조회 1225  누리 434 (439/5)  등록일 2008-9-22 09:45 대문 23 추천


지금 우리는 절망의 강을 건너는가
 - 버리지 말자. 절망을 넘어 희망이 있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8-9-22)


자기한테 세 번째 잡힌 날치기에게 형사가 소리쳤다.

"새꺄. 나한테 몇 번째 잡힌 줄 아냐. 쪽도 안 팔리냐."

날치기가 빤히 형사를 보면서 말한다.

"형사님. 넘 그러지 마슈. 나 같은 놈 없으면 아저씬 뭘 먹고 살가?"

날치기범 말대로라면 죄진 놈한테 고마워하며 살아야 할 형사다. 물론 우스개다. 고귀하신 검사 판사님들 변호사님들도 죄진 놈 없으면 자리 유지하기 힘들다. 고약하지만 죄진 놈 많을수록 이분들의 쓰임새는 높아진다.

국회의원님들은 어떤가. 그분들 하시는 일이 법 만드는 것이란다. 법이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틀림없는데 좌우간 이거 하면 안 되고, 저거 하면 벌 받고, 위장전입 하면 안 되고, 부동산 투기하면 안 되고, 부정선거하면 징역 가고 등등 온통 그저 못하는 것 투성이다. 하여튼 세상 좋게 만들려고 일하는데 국회의원의 국민 지지는 바닥이니 화를 내야 하는가 반성해야 하는가.

죄짓는 놈들이 꼭 합당한 죄값을 받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돈만 있으면 그 깐 법쯤 별거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설득력을 가지고 있어 온전한 정신 가진 사람들을 헷갈리고 열 받게 만든다.

생각을 해 보자. 대통령을 비롯해서 장관 국회의원들이 입만 열면 이런저런 공자 말씀을 늘어놓는다. 좋은 세상 만들겠다는 뜻이다. 헌데 듣는 국민들은 어떨까. 저 소리 중에 몇 마디나 정말로 믿어줄까. 말하는 당사자들은 정말 믿어 줄 거라고 생각할까.

한번 고백해 보자. 공개하기 거북하면 마음속으로나마 고백해 보자. 믿는다는 답이 나오는가. 억지로 밝힐 것 없다. 말 못하는 심정 국민들이 다 아니까.

대통령이 자기 임기 동안에 주택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다. 아아 감동! 드디어 MB가 일을 해 내는구나. 그러나 흥분은 잠시다. 생각해 보니 아니다. 2008년 건설된 아파트 4채 중 1채가 미분양이고 수도권에서도 미 분양률이 17.5%에 달한다. 이거 빈집만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닌가.

집 지을 땅 마련하기 위해 '그린벨트'를 손보는데 저탄소 녹색성장을 약속한 MB가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그린벨트' 해제 지침을 내리는 것이나 MB의 말 한마디에 타당성 조사나 의견수렴 절차 무시하고 불도저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나 국민의 믿음을 얻기에는 영 아니라는 생각이다.

생각해 보자. 집만 지으면 국민의 집이 생기는가. 헛소리다. 돈이 있어야 집을 사지. 집 지어서 거저 준다는 말인가. 집 문제가 대통령 한마디로 해결이 된다면 집 문제 가지고 골치 아플 대통령 하나도 없을 것이다. 집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말로야 무슨 소릴 못하나.

8·15 광복이 되고 북에서 공산당 싫다고 이남으로 몰려 내려왔는데 그때도 집이 없어 난민들이 숭인동의 낙산과 남산에다 판잣집 때려 짓고 살았다. 그래서 남산자락에는 해방촌이란 동네까지 생겼다. 6·25 때도 부산으로 피난 간 난민들이 용두산 꼭대기에 판잣집 짓고 살았다.

지금도 그린벨트 싹 풀어주고 판잣집이나 블록 집이나 마음대로 짓고 살라고 하면 집 문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선천초목은 누더기가 되어도 말이다. 아무리 MB의 말이라 해도 이거 말짱 헛소리로 들린다. 대통령쯤 되면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 대통령도 국민들이 안 믿을 줄 알면서 그래도 시원한 말이라도 듣고 위로를 받으라고 하는 소리일 거야. 이렇게 국민들이 생각하면 안 된다.

아무리 MB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라는 말이 있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MB 말에 그저 '네! 네!' 하는 참모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국민들이 속상하다.

MB도 그렇다. 국민은 MB를 경제대통령이라 하고 그래서 지지했다는 것을 자신도 안다. 지금 경제가 위험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조급증으로 해결되는 것인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경제에서도 진리다. 진중하게 생각하고 무겁게 행동해야 한다. 대기업 CEO의 잘못된 판단은 일개 기업을 망치지만 대통령의 실수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장관급쯤 되면 할 소리는 해야 한다.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를 강제로 내 쫓는 것은 위법이라고 소신을 밝히는 이석연 법제처장이 얼마나 당당한가. 이런 소신파 참모가 있어야 국민들이 정부를 믿게 되고 MB도 행복한 대통령이 된다.

신뢰는 어떻게 생기는가, 거짓말하지 않으면 된다. 일기예보는 반대로만 믿으면 틀림없다는 한심한 말이 있다. 정치인들의 말이 3분의 1만 진실해도 A+를 줄 것이다. 그런 정치인 열 명만 있다면 업어주자고 국민에게 제안할 것이다.

뇌물 받고 부정선거로 당선된 정치꾼과 회사 돈 수십억, 수백억 빼돌린 재벌들이 잡히면 모두가 억울하단다. 아아 저렇게 결백한 사람들을 구속하면 나쁜 정부지. 이렇게 생각해 주는 국민이 있기를 바라겠지만, 국민들은 그들의 소리를 개소리라고 웃는다. 언제 도둑놈이 남의 물건 훔쳤다는 거 봤냐. 

그러나 아직도 돈 없는 놈들만 감옥 간다는 유전무죄란 말은 진리처럼 국민의 머릿속에 박혀 있고. 법에 대한 불신 역시 요지부동인 것이 이 땅의 비극적 현실이다.

대개의 경우 죄진 정치꾼이나 재벌들은 우물우물하는 사이에 미꾸라지 손가락 사이 빠져나가듯 모조리 석방이다. 나가는 방식이야 보석도 있고 특사도 있고 가지각색인데 한 가지 법정에 출두할 때 금방 숨넘어가는 다 죽은 꼴로 수염 더부룩 한 채 휠체어 탄 꼴을 보면 죄 이전에 인간이 가련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참 많을 것이다.

이런 인간이 석방된 다음에는 어쩜 그렇게도 건강한지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딸 정도다. 양심이야 원래 없는 인간들이지만 며느리가 부끄럽지 않은가.

사회봉사 한답시고 재벌 총수라는 인간이 갓난이에게 젖병 꼭지 물리고 반성하는 표정 짓는 꼬락서니라니 구역질이 난다. 아기에게 불량양심 옮길까 겁난다.

죄 많은 세상이 그래도 이만큼 굴러가는 이유는 감시하는 눈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가. 지금 우리 식탁은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 각종 시민단체와 제 말 좀 하는 언론이 감시를 하고 젊은 엄마들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왔기 때문에 이 정도다.

언론이라는 것도 욕은 바가지로 먹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조금은 양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죄진 인간들은 자기 이름 대문짝만 하게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것을 물귀신보다 더 무서워한다. 그래서 언론이 중요하고 언론인이 사람대접을 받았다. 물론 대접 못 받는 언론도 사람 취급 못 받는 언론인도 있다. 그런데도 힘 센 권력이다. 조중동 거들먹거리는 걸 보면 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 견습기자 훈련시킬 때 경찰서장실 문만은 꼭 발로 걷어차 열었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있다. 공직자들은 언론을 무서워하고 기피한다. 왜일까. 솔직히 이득 볼 거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든가.

요즘 방송이 수난이다. 1순위가 YTN이다. 천둥에 검둥개 뛰어들듯 구본홍이라는 MBC출신 대통령 특보가 낙하산 타고 공수됐다. 그리고 이제 두 달이 지났는데도 사장의자에 앉아보지 못하고 상갓집 개처럼 괄시다. 한국언론사에 오점으로 기록됐다.

YTN이 장하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거대 공룡방송인 KBS가 저렇게 힘없이 무너져 가는데 YTN은 얼마나 대단한가. 싸움 잘해서 장하다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는 신념이 장하다는 것이다. 노종면 위원장과 KBS 노조위원장을 비교하면 하늘과 땅이다. 비교하는 것조차 노종면 위원장에게는 모욕이겠지만 YTN은 이 땅의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기념탑을 쌓고 있다. YTN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9월 17에 있은 KBS 인사를 집단 학살극이라고 한다. 국회에서 최문순 의원이 이병순 KBS 사장에게 따지니 자기는 인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문순 의원은 MBC사장 출신이다. 누구 앞에서 씨도 안 먹힐 소릴 하는가. 이럴 때 써먹으라고 조물주가 코웃음을 만들어 냈나 보다.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 간접으로는 관여했단 말인가. 오랜 경험과 훈련으로 단련된 분야의 전문기자들이 PD들이 아무 관계도 없는 지역으로 가고 전문성과는 상관없는 직책으로 갔다. 진짜 관여 안 했어?

이병순 사장은 기자 출신이다. 이게 합당한 인사라고 생각한다면 그동안 기자생활 헛했다. 심야의 인사는 월급과 조직 변화에 대한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잘못된 역사는 늘 밤에 이루어졌다지.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은 KBS의 상징하는 좋은 프로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정권의 나팔수라고 증오의 대상이던 KBS가 어떻게 신뢰도 1위와 영향력 1위의 언론이 되었는가. 국민에게 그렇게도 인기가 없던 참여정부라면 한나라당이 편파방송이라는 KBS가 어떻게 신뢰받는 방송이 되었겠는가. 오랜 세월 KBS에 몸담았던 이병순 사장은 알 것이다.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가 사라진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눈에 가시라는 소문은 정설이었다. 일요진단’의 진행자는 바뀌었다. 대답이 뻔한 질문을 한다.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

왜 이렇게 표가 나게 하는 것일까. 어디에서 어떤 손이 은밀히 움직이기에 이런 어설픈 일들이 벌어지는가. 힘 있는 손이 아무리 움직여도 아닌 것은 아니다. KBS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벌써 휘청거리는 KBS의 발걸음이 느껴진다. 국민의 눈을 속이지 못한다.

뭘 가지고 시비냐고 지적해 말하라면 한심한 소리다. 자신들에게 되물으면 된다. 정말 자신이 공정한 방송을 만들고 공정하게 방송했는가. 아무리 공정하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국민들은 안다. 국민들의 인내는 한계가 있다. 국민들은 과연 우민인가. 그 같은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때 그때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KBS의 화면이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죄진 인간들이 많다고 절망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세상에 좋은 인간이 더 많다는 믿음 때문이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무너지는 언론을 보면서도 YTN에 희망을 걸듯이. 조중동이 절망을 시켜도 그들 신뢰도가 바닥임이 희망이듯이. 힘들어도 절망의 강을 건너자.

 

ⓒ 이기명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