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쪽집게 무당인가. 천기누설자인가.

순수한 남자 2008. 12. 6. 18:47

쪽집게 무당인가. 천기누설자인가.
번호 184452  글쓴이 이기명 (kmlee)  조회 64  누리 53 (53/0)  등록일 2008-12-6 17:35 대문 4 추천

천상에 띄우는 편지 (114)


         -쪽집게 무당인가. 천기누설자인가.-


          비서실장 예언, 제발 거짓이길 기원.


                       이   기   명(칼럼니스트)


날씨가 엄청 춥군. MB가 꼭두새벽에 가락시장 행차를 했네. MB는 야채 파는 할머니가 장사 안 된다며 울자 같이 눈물을 흘리더군. 20년 간 매던 목도리도 선물했네. 가슴이 아팠던 모양이야.


MB와 할머니는 서로 체온을 느꼈겠지. 그저 그렇고 그런 언론들이 경쟁하듯 써 대더군. 그 뉴스를 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체온은 몇 도 쯤 될까. 눈물 찔끔 흘리고 할머니 안아주고 배추 500포기 산 MB의 인간성에 국민들은 얼마나 감동했을까. 원래 정에 약한 우리 국민들이라 궁금하군. 이번 행차에 이런저런 말들을 하지만 설마 복선 깔고 새벽  시장에 간 것은 아니겠지.


청와대 안에서는 대통령이 대장이네. 그럼 비서실장은 뭔가. 대단하지. 대통령과 한 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걸. 그러니 여간 조심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나네. 말조심 하고 행동 조심, 집에 들어가서도 식구들 하고 맘 놓고 말도 못하는 신세네. 비서실장 하던 사람이 그러더군. 완전히 입 닫고 귀 막고 살았다고.


“상황이 매우 엄중하고, 내년 3~4월이 되면 더 어려울 것이다”

“현 정부나 체제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 수준이다”


“내년 2월이 되면 대졸 실업자들이 쏟아지고, 삼사월이 되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가 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이런 상황을 구조적 문제로 돌리게 되면 현 정부나 체제에 대한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


그냥 이렇게 써 놓으니까 별것 아닌 것으로 알지 모르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보통 얘기가 아니네. 정권차원의 문제제기가 아닌가. 더구나 말을 한 사람이 비서실장 쯤 되면 끔찍한 소리네. 한 마디로 천기누설이 아닌가. 청와대 비서실장이 한 말인데 안 믿고 어쩌나.


현 정부나 체제가 위협받을 수준이라면 무엇을 의미할까. 설명을 꼭 해야 알아들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이 바보는 아니겠지.


내년 위기설이 시중에 나 돌기는 했어도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것도 청와대 비서실장이 시기까지 박아서 말 하니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사실 이 얘긴 비서실장이 의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한 소린데 말하자면 끼리끼리라고 할까. 설마 새 나가랴 했을지 모르지만 세상에 믿을 놈이 어디 있나. 좌우간 이렇게 중대한 문제를 분별없이 발설한 비서실장이나 그 얘기를 전한 의원들도 한심하기는 오십보백보인데 한 마디로 정리하면 기강이 엉망일세. 


이 얘기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소방수가 나섰는데 그게 강만수. 긴 설명 필요 없이 한 마디로 아무 걱정 말라고 하네. 언젠 걱정 하라고 했나. MB가 747 띄운다고 할 때부터 알아 본 경제실력인데 걱정 말라는 강만수 말대로만 된다면 그야말로 ‘하느님 강만수’할 판이네. 강만수 소방관께서 가로되



3월 위기설이 돌고 있는데 구체적 조사 결과 근거가 없다. 경제가 어려워 자꾸 이런 위기설 같은 것이 불거지고 있다”


자넨 기자 편집국장 주필 다 해 봤으니 좀 알겠지. 강만수가 무슨 소릴 해도 믿는 사람이 없네. 국민 누구도 경제가 파탄나기를 바라는 사람 없고 설사 MB를 반대하더라도 나라만은 잘 되기를 기원하지 않겠나. 그러나 솔직히 믿지를 못하네. 신뢰지. 속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어떻게 번번이 속는단 말인가.


국민들은 지금 온 몸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네. 지금까지 MB정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말하는 대로 믿었겠지. 그러나 이제  MB와 강만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를 않네. 이거 국민 잘못인가.


강만수는 요즘 세계적인 경제 위기 때 CEO 출신 대통령을 가진 것은 다행이라고 하더군. 세계적 경제위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국가 간의 경제순위가 바뀔 것인데 한국은 강대국 반열에 들어갈 수가 있다네. 빈 말이라도 고맙군. 그러나 자네 믿어지나. 


외국만이 아니라 국내 경제전문기관에서도 한국은 내년에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네. 강만수야 자화자찬 자기도취에 빠져 있으니 상대할 것도 없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이야 어찌 믿지 않을 수가 있겠나.


중소기업의 도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네. 중소기업 도산하면 실업자들 뭘 먹고 사나. 호황이라던 조선업계도 수주가 취소되고 자동차 생산업계는 모두 조업을 단축했네. 취직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  가기보다 어려운데 MB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한다네. 좋은 일자리 찾으니까 취직을 못한다는거야. 미치고 환장할 일 아닌가.


겨울에 얼어 죽을까봐 밥 주고 재워주는 교도소 가려고 죄짓겠다는 노숙자의 예길 듣고 숨이 막히더군.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금강산 개성관광 모두 중단되고 개성공단 철수하고 외화는 다 빼먹은 다음에 어쩔 것인가. 큰 소리 빵빵 치던 스와프라는 거 있지 않나. 한국은행이 지난 2일 40억 달러를 빼 왔는데 9일 미국에서 30억 달러를 들여온다네. 두 번째지. 이제 230억 달러 남았나. 곶감 빼 먹듯 잘도 빼 먹네.


청와대는 내년 3월 위기설은 위기를 조장하고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비난을 했네. 반국가적이라는거지 .그러나 3월 위기설은 청와대 비서실장이 말한 것 아닌가. 비서실장이 야단을 맞아야지.


MB도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내년 상반기가 최악이고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가락시장을 찾아서도 역시 같은 말을 했네. 18번인 ‘기도’ 얘기도 하지 않았나.


외환보유 2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까 걱정이 태산 같은 모양인데 무너지면 대외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후에 사태는 청와대도 잘 알고 있겠지. 


한반도에 있어서 남북관계는 어느 정도나 중요한가.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탓하겠지. 맞네. 남북관계는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일세. 우리 민족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평화통일이고 기장 두려운 것이 전쟁이네.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 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금강산과 개성관광이고 개성공단 이라고 믿네. 이제 관광도 끝이고 개성공단도 문을 닫을 판이네.


남북 교류, 경제거래 목적의 통행이 제한되고 차단됐지. 4천여 명에서 880명으로 체류인원이 제한됐네. 56년 만에 운행되던 남북철도는 이미 멈췄네. MB정부 출범 9개월 만이야.


“기다리는 것도 전략”, “남북관계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박희태는 한 술 더 뜨더군. “우리가 경계할 일은 종북주의적 태도와 맹신이며 개성공단 정도는 남한에 수백 개가 있다”고 큰 소리쳤네. 여당의 대표란 사람이 개성공단의 의미를 알고나 있는지 답답하군.


개성공단은 평화를 촉진하고 남북에 서로 이익이 되는 ‘상생 모델’로 자리 잡았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비유는 천박한가.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은 개성공단이 문을 닫게 되면 누이도  매부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네.


북한은 가난에 익숙해 있지. 우리와 사고도 체제도 다르네. 우린 어떤가. 전문가들의 분석은 직접적인 피해만 5조8천억 원에 이른다네. 거기에다 남북긴장에 따른 해외투자들의 불신까지 합치면 수십 조 원에 이르고 공단입주 기업의 손실은 바로 부도로 이어져 그야말로 줄줄이 사탕이 될 판이니 이런 거 생각이나 하는 MB정권인지 물어 보고 싶은 심정이네.


도대체 왜 이러는가. 남북관계의 악화가 MB정권에 어떤 이익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설마 독재시절에 써 먹든 긴장 조성으로 국론을 모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 남북관계가 첨예한데 경제 가 어쩌구 하면서 시비 걸지 말라. 기다리면 북한이 무너질 수도 있다. 오냐오냐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대한민국 망한다. 강경하게 맞서서 버릇을 고쳐놔야 한다. 배고프면 기어들어 올 것 아니냐.  혹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MB정권이 닥친 코앞에 위기는 바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목젖까지 차 있다는 사실이네. 택시 한번 타 보게. 기사님들이 하는 원색적인 욕설은 듣기가 민망할 지경이네. MB가 아무리 채소장사 할머니 껴안고 울어봐야 국민은 웃는다고 하더군.   

국민의 분노는 꼼수로 달랠 수 있는 게 아니잖나. 청와대 비서실장이 체제의 위협으로까지 느끼는 것이 돌팔이 점쟁이의 점괘가 아니라면 나름대로 근거가 있고 그 근거는 바로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와 같다는 것이지.


여기서 간곡하게 MB정권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네. 제발 진실 좀 말 하라는 것이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거짓말 한 번 안하고 살 수가 있겠나. 할 일 없는 어떤 심리학자가  통계를 냈다는데 사람이 하루에 거짓말을 2백번이나 하드라네.


그냥 악의 없이 일상에서 하는 ‘좋아서 죽겠네’ ‘배불러 죽겠네’ 따위가 아닌 진짜로 ‘차라리 죽고 싶다.’는 것이 거짓이 아니고 진짜라면 그건 심각한 문제가 아니겠나.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을 정말로 만들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고 자꾸 하다 보면 나중에는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조차 모르게 된다네. 정부도 마찬가지지. MB정부가 하는 말이나 강만수가 하는 말을 정말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정길 비서실장의 체제위협 발언 속에는 MB와 강만수의 대 국민 발언도 원인이 됐다는 깊은 뜻은 담겨있지 않을까. 나라의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경솔한 발언을 해서 천기를 누설한 실수는 범했지만 솔직했다는 의미에서는 마냥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네.


MB를 지지하던 안 하던 대한민국 국민으로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리라고 생각하네. 1997년 IMF때 우리 국민은 애들 돌 반지까지 전부 들고 나왔네. 농담으로 금이빨 까지 빼겠다는 친구도 있었지. 온 세계가 놀랐네.


만약에 우리가 우려하는 것처럼 내년에 다시 IMF가 온다면 과연 몇 명의 국민이 자식의 돌 반지를 들고 나올까. 1997년 한국국민의 애국심에 놀라던 세계가 이번에는 어쩌면 이렇게 대한민국 국민의 애국심이 사라졌나 하고 놀라지나 않을까.


정직하지 않고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치인이나 정권은 절대로 성공 할 수 없다고 단언하네. 집안의 애비가 불신을 받으면 끝이네. 정부라고 뭐가 다르겠나.


홍콩 배우 성룡이 감동을 주었네. 문근영인 얼마나 신통한가. 연기가 아니라 실제상황이네. 돈의 액수가 아니라 행동이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던가.


                               2008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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