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까맣게 탄 영혼이 지금 우리를 보고 있다.

순수한 남자 2009. 1. 21. 15:28

까맣게 탄 영혼이 지금 우리를 보고 있다.
번호 195494  글쓴이 이기명 (kmlee)  조회 62  누리 61 (61/0)  등록일 2009-1-21 15:01 대문 4 추천

천상에 띄우는 편지(128)


          -까맣게 탄 영혼이 지금 우리를 보고 있다.-


           죽어 말은 못해도 할 말이야 오죽 많으랴.

    

                            이  기  명(칼럼니스트)


YTN의 미공개 동영상을 봤네. 아비규환. 지옥이었네.


“어! 어! 저기 사람이 있어요.” 치솟는 불 길, 눈을 돌렸네.


2009년 1월20일 이른 아침.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용산 한강로의 5층 빌딩에서 참혹하고 슬픈 죽음이 있었네. 한강로 재개발 예정지역 5층 옥상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반대 시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했네. 이들이 과연 명대로 살지 못하고 참혹하게 죽어야 되었는가.


경위를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네. 재개발과 철거민의 문제는 처음이 아니지. 재개발 과정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동네에서 구멍가게도 하고 설렁탕집도 하는 우리 이웃이네. 특별히 폭력적인 사람도 아니고 보통의 우리 이웃사촌들이지.


오랜 세월 정들어 살던 동네에서 갑자기 쫓겨난다고 생각해 보세. 그냥 이사를 가도 서운한데 이건 생판 쫓겨나네. 재개발인가 뉴 타운인가 때문에 들어서는 초고층 복합아파트가 돈 없는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그 때문에 쫓겨나게 되는 주민들의 한은 어쩌나.


세 들어 사는 주민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그야말로 맨 몸으로 쫓겨  나네. 눈이 뒤집힐 일이지. 이 겨울에 어디로 간단 말인가. 자식새끼들 데리고 얼어 죽으라는 말인가. 이래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절박한 심정이 아니겠나. 철거민들 중에는 간혹 가짜 철거민도 있다지만 이들이 목숨까지야 걸겠나.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배고픈 설움과 집 없는 설움이라고 했네.

비록 셋집이라 해도 식구끼리 살면 내 집이네. 거기서 쫓겨 나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 앉게 됐으니 제 정신이 아니겠지.


누가 잘못을 했는지는 법적으로 가려 볼 일이지만 인생사 모두 법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법과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기는데 제대로 돌아가던가. 법은 제대로 지키던가. 국민의 말은 듣던가.


농성 하루 만에 건물옥상에 특공대를 투입하고 시너가 폭발해 6명이 사망을 하고 이것을 합법이라고 할지 모르나 국민들은 아니네. 법은 불법을 막기도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되지 않겠나.


컨테이너에 특공대를 실어 5층 옥상에 투입하는 진압방법이 ‘명박산성’에서 재미를 본 ‘컨테이너전술’인지는 몰라도 결과는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6명의 생명이 불에 타 죽는 것으로 나타났네.


이 방법 밖에 없는가. 국민은 납득을 못하고 분노하고 있네. 힘없는 국민은 때리면 맞고 내 쫓으면 쫓겨나고 옥상에서 죽어야 하는가. 국회의원들의 뉴 타운 사기공약으로 당하고 돈 한 푼 못 받고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가. 무도한 인간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지.   


재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정이 이루어지고 세입자를 쫓아내기 위해 동원된 용역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힘없는 민초들이 얼마나 얻어터지고 병신이 되는지 다들 알고 있네.


며칠간이라도 서로 의논을 하고 방법을 모색했으면 저런 참극은 면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요구하는 생존권의 100분의 1만이라도 들어 줄 수는 없었을까. 재벌의 수백 수천억 탈세를 그들을 위해 쓸 수는 없었을까. 


‘저거 어떻게 할까요.?’

‘특공대 투입해서 밀어 버려!’


혹시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국민들의 의혹을 풀어 줄 방법이 있겠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면 그저 소름이 돋네.


무도하기 그지없던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때도 저런 기억이 없네. 이제 우리는 세계 경제순위 10위권에다 2차대전 후 가장 민주화 됐다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살고 있다네. 그런 나라에서 국민들이 시너에 까맣게 불 타 죽었네. 자꾸 눈물이  흐르네.



5층 옥상에 철거민들을 진압하면 바닥에 매트리스는 깔아야지. 철망이라도 쳐야지. 철거민은 국민이 아닌가. 시너가 수두룩한데 소방차 한 대도 없이 물대포만 쐈으니 이거 죽어도 좋다는 거 아닌가. 해선 안 될 짓이었네. 설득도 별로 해 보지 않고 농성 하루 만에 특공대는 투입됐네. 속도전이네. 속전속결이네.


책임소재를 따지겠지. 정치하는 인간들 늘 그랬으니까. 어떻게 조사하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진상 규명은 나중이고 책임자 문책부터 해야 한다고 했네. 맞는 말이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진상규명부터 하자고 당론을 정했지. 책임져야 할  지도 모를 당사자가 무슨 진장규명인가. 박희태 대표는 진상조사를 검찰에 맡기자고 했다던가. 검찰이 나선다면 국민이 믿을 줄 아는 모양이지.


국민이나 유족이나 야당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줘야 하네. 그래야 수습이 되네. 야당이 당략으로 이용하면 국민이 용서 안하네. 한나라당은 머리 굴릴 생각 말아야지. 전에도 많이 당해 보지 않았나.


외신들도 다투어 보도하더군. 로이터, 더 타임스, BBC 등이네. 그 만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얘기지.


왜 유족들과 의논도 없이 부검을 한다고 시신을 맘대로 훼손했나. 서둘러서 해결될 일이 아니네. 개각 다음 날 일이 터져서 다급하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정도를 걸어야지. 꼼 수 쓰다가는 금방 들통 나네. 가뜩이나 불신 받는 정권이 이번 사건을 적당히 얼버무리려다가는 큰  코 다치네.


부싯돌로 정글을 태우네. 조용히 눈을 감고 죽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하네. 마음을 비우고 국민의 편에 서서 귀를 기우리면 분명히 진실을 들을 수 있다고 믿네.


                                     1월 21일


덧 붙여.

이 글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95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