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박근혜의 생존게임
(서프라이즈 / 김동렬 / 2010-01-20)
태평양 바다 가운데 섬 하나 있다. 두 사람이 들어가면 한 사람만 살아나온다는 전설의 섬. 생존게임 벌어진다. 김영삼과 김대중 두 사람이 섬으로 들어갔다. 한달 후 한 사람이 살아서 나왔다면 그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우리는 도덕성과 리더십, 자질과 정책을 따져서 지도자를 선출하려 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이고 대중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판단하려 든다. 그들의 생존본능은 민주주의 룰과 상관없이 작동한다.
그들은 정글에서 살아남을 자를 선택한다. 누가 살아남겠는가? 김영삼이 그의 야비함과 사악함, 집요함을 발휘하여 살아남았을 수 있다. 물론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높은 확률로 그러하다. 그렇지 않나?
김대중과의 머리싸움에서는 김영삼이 진 적이 많았지만 뻔한 승부에서는 항상 이겼다. 3당야합도 마다하지 않는 철면피가 최대의 무기. 금융실명제 시행을 비롯하여 일반의 의표를 찌르는 깜짝쇼식 정치스타일도 그러하다.
그 무기로 이종찬, 박철언, 김윤환을 단칼에 날려버렸다. 민주주의를 떠나 도덕성을 떠나 정글에서의 생존이라면 그의 야비함과 암흑가 보스기질, 승부근성이 먹힌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판은 아직도 정글이다.
김대중과 이회창이 무인도에서 생존게임을 벌인다면 누가 살아남겠는가? 이회창의 고지식함으로는 딱 좋은 먹이가 될 뿐이다. 이회창은 정글에서의 생존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왔을 뿐.
노무현과 이회창의 대결이라도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정글에서의 생존게임이라면 김영삼 승, 김대중 승, 노무현 승, 이명박 승이다. 이명박과 정동영을 어디 가둬놓고 누구라도 살아나오는 자를 뽑는다면 단연 이명박 승이다.
거짓말을 해도 더 잘한다. 얼굴에 철판깔기를 해도 더 두껍다. 정동영은 눈빛이 불안하고 표정이 어색하다. 이명박의 뱀눈은 사람 여럿 해친 노회한 고수 티를 풍긴다. 정동영은 물가에 내놓은 아기같다. 불안하다.
힘도 없고 깡도 없고 머리도 없다. 근성도 없고 오기도 없다. 엊그제 민주당 탈당했다가 또 금방 들여달라고 문 앞에서 애걸하고. 어디에서도 보스의 면모를 발견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당선된 이유는 뻔하다.
이명박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일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는 누구도 용이하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 정동영이라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애초에 게임이 안 되는 거다. 이명박이 정동영보다는 한 수 위다.
다음 대선은 박근혜 대 유시민이다. 무인도에서 둘 중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면 누가 살아서 돌아올까? 물론 유시민에게는 아직 난관이 많다. 일단 유시민 대 박근혜 둘의 대결로 좁힐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서울시장으로 갈 수도 있고, 민주당의 비협조로 엉뚱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우리가 유시민을 링 위에 올려놓는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박근혜 정도는 가볍게 때려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리더십이나 도덕성, 자질, 정책 이런 건 우리 이야기고. 대중들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보아서 누구를 선택할까? 누가 더 깡이 셀까? 누가 더 머리가 좋을까? 누가 더 승부감각이 탁월한가? 누가 더 독이 올랐는가?
그렇다면 답은 나온 거다. 물론 실제로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유시민도 검증과정에서 안좋은 게 나올 수 있다. 지역적인 불리함, 조중동들의 편들기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런 잡생각은 버리는 게 낫다.
잡생각 많은 전문가들이 항상 오판하더라. 잘 아는 신문기자들 75프로가 2002년에 이회창 당선을 예상했더라. 동물적인 직관으로 판단하는 네티즌 감각이 더 정확하더라. 그렇다면 다음 승부도 기대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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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