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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크리스마스이브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서로 사랑하기 때문은 아니고... 다음날 새벽 일찍 원주로 가야했기 때문에 따로 약속 잡는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그랬던 겁니다. 9시 30분에 재판이 있으니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대략 2시간으로 잡고, 집에서 7시에는 출발을 해야 조금 넉넉히 도착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무슨 재판이었냐구요? 아마 이 그림, 기억들 하실 겁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위 그림의 비석 밑 문양이 사실은 가카에 대한 욕설이었다는 걸 말입니다. 살짝 곁다리로 새는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정확히 7시에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해 보였습니다. 당일 안개가 많이 껴서 운전이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서울-춘천간의 고속도로는 뻥 뚫려 있었습니다. 잠시 후에는 도로 그림과 주변 지명도 사라지면서, 4차원의 관문을 통해 볼리비아의 소금사막 한가운데로 공간이동이라도 한 듯 네비게이션의 화면은 온통 하얗게 먹통이 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비게이션은 여전히 유턴을 하라며 지랄삥을 쳐댔습니다. 빌어먹을 고속도로에서.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 상황도 슛으로 찍어두었습니다. 짙은 안개, 겨울비, 주행거리 18만 km의 중고 취재차량, 그리고 겨우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 후 들어서게 된 제한 속도 80km의 국도. 악천후였기 때문에 아마도 실제 주행 속도는 40km이하로 가야했을 겁니다만, 저희는 거짓말 안 보태고 140을 밟았습니다. 미친 짓이었지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재판에서 그나마 본지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을 최대순 작가를 생각하면, 차라리 사고가 나서 늦었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안개 속 140의 폭주는 죽음을 부르는 사고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때는 그런 상식적 판단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끄럽지만 거의 울먹이며 가속페달을 밟았습니다. 고로, 회사 차량 앞으로 수십만원의 속도위반 과태료가 청구된다 하더라도, 당일 운전자에게 다시 구상권을 행사하는 비인간적 처사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굳이 청구를 해야 한다면 문제의 네비게이션을 떼다가 옥션에 올리는 것이 수순이라 하겠지요. ㅇㅇ;; 아무튼, 죽음의 레이싱을 펼쳐 원주지원에 도착한 시각이 대략 9시 45분쯤. 재판이 열리던 1호 법정에 들어가니 마침 최대순 작가의 차례였습니다. 많이 미안하더군요. 가능하면 법정에 들어서기 전에 같이 담배라도 한 대 태우며 ‘힘내시라’는 말씀 한마디 보태려고 그렇게 새벽부터 서둘렀던 건데, 보람이 없어진 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대순 작가는 2009년 12월 23일, 원주지원의 형사재판에서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참고로 당일 재판에는 상습 마약사범과 조직폭력배들도 있었습니다만, 이들의 벌금이 대략 3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였습니다. 이 사건의 대략적인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최대순 작가는 널리 알려진 유명 만화가는 아닙니다만, 안산 지역신문 창간에 일조한 바 있고, 경인매일신문에 만평을 연재한 바 있는 시사만화가로, 2002년부터 원주시의 시정홍보지인 ‘행복원주’에 매월 2회씩 만평을 기고해왔습니다. 그러니까 2009년 5월까지 대략 7년여 기간 동안 130회에 걸쳐 꾸준히 만평을 그려왔다 하겠습니다. 경인매일신문에 연재했던 만평 中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에 발생하였습니다. 최대순 작가는 원고 마감일인 2009년 5월 24일, 즉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바로 그 다음날 인간 노무현을 추모하고자 다음과 같은 형식의 만평을 원주시에 제출하였습니다. 그래서 2차로 보낸 만평이 바로 위에서 본 ‘이명박 개새끼’, ‘이명박 죽일놈’의 더블 콤보 문양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아로 새겨진 작품이었고, 그 만평은 결국 2009년 6월 1일자 ‘행복원주’에 게재되었습니다. 이후 10여일이 지난 후, 한 시민이 숨겨진 문양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해당 만평은 일파만파의 이슈가 되었다 하겠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나대신 적절한 욕을 공식적인 지면에 질러줬다는 점에서 반가운 이슈로, 어떤 이들에게는 내가 뽑은 대통령님께 쌍욕을 해댔다는 점에서 불쾌한 이슈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이걸로 잘못하면 가카에게 밉보이거나, 밥줄이 절단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공포의 이슈로 다가왔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독 공포의 이슈로 다가왔던 이들에 의해, 즉 원주시에 의해 최대순 작가는 현재 1억 2천 3백만원이라는 거금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과, 가능하다면 감옥에서 콩밥도 좀 먹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형사소송까지 걸려있는 상태입니다.
아래는 12월 18일, 12월 23일 2회에 걸쳐 이루어진 최대순 작가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너부리(이하 너): 그동안 미디어오늘에서만 인터뷰를 하셨던데. 최대순(이하 최): 네. 다른 매체와는 안했습니다. 너: 거기 말고 다른 매체와 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나요? 최: 여러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만, 다 거부를 했지요. 뭐 당연한겁니다. 당시에 그 문제를 (언론에서)장삿속의 일환으로만 다루려 했기 때문이죠. 저한테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는데... 그리고 솔직히 제가 뭐 잘한 건 없잖아요. 뭐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내뱉어가지고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시사만화가들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고 하면 그것도 마음의 부담이구요. 여러 면에서 사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청에서 지나치게 사람을 몰아붙이니까 저도 할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 아 그럼 그동안은 그냥 할 말 있어도 참으셨던 거군요. 최: 사실 그동안 조금이라도 일을 그르칠까봐 어떻게든 쉬쉬하려고, 뭐 여러 언론사에서의 인터뷰 요청을 제가 다 거절했거든요. 내 모습을 그렇게 보이고 싶지가 않았고. 그래서 인터넷에서 나에 대해 근거도 없는 말을 떠들 때에도 그것에 대해서 대꾸 한번 하지 않았어요. 내가 뭐 인터넷을 할 줄 몰라서 안한것도 아니고. 그런 이유가, 그래 내가 잘한 건 아니니까, 그리고 나로 인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니까 이건 예의가 아니다 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제는 좀 도가 지나치니까... 너: 손해배상액이 엄청나죠.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일단 부담이 되시겠네요? 최:(한숨)네. 뭐 그렇죠. 너: 가족분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최: 솔직히 우리 아이들같은 경우엔, 제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니까. 제가 이거는 그냥 드리는 말씀인데 노무현 대통령 서거하셨을 때 그날 저녁에 엄청 울었어요. 그때 울때 큰놈도 같이 울었을 정도는 되니까, 그러니까 그녀석은 저를 믿어요. 제가 했던 일 자체에 대해서 뭐 전혀 서운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물론 일이 이지경까지 되었으니 가장으로서는 무책임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참고로 최대순 작가에게는 부인과 현재 군인인 큰 아들, 고3인 둘째 아들이 있습니다. 너: 그렇다면 지금 심정은, 뭐랄까요. 조금의 후회가 생긴 상황인가요? 최: 그때 그렸던 그 그림의 동기가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상황이 원망스럽다보니... 제가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다는 지점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제 행동이 잘못됐다, 나쁘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너: 그러게요. 사실 그 당시에, 서거 직후에 많은 국민들이 마음 속으로든 밖으로든, 이명박 개새끼, 이명박 죽일놈, 혹은 그 이상으로도 욕을 했단 말이죠. 최: 사실이잖아요. 너: 네. 실제로 그랬죠. 그런데 이게 빌미가 되는건 아마도 원주시의 시정 홍보물인데, 거기다가 했다는 것 때문이겠지요? 최: 네. 맞습니다. 너: 그 문제로 원주시에서는 담당 공무원이 짤렸다는 얘기도 있던데.. 최: 아니요. 직위해제가 되었다가 다시 다 복직 했습니다. 너: 아 그래요? 최: 네, 그렇게 됬고... 근데 문제는 이게 제일 웃기는 거예요. 지금 이렇데 말씀드리는건 뭐하지만 이건 지금 소송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얘기예요. 그 이유를 제가 말씀 드릴게요. 너: 노무현 사진에 추모의 글을 남겼던 그림 말씀이죠. 최: 네. 근데 그게 두 가지 이유때문에 반려가 된 거에요. 첫번째가 뭐냐면 당시에 그 만평 외에도 행복원주에 여러가지 노무현 대통령 추모글이 들어가기 때문에 만평까지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게 첫번째 이유였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뭐냐면 사진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건 만평이 아니었다고 얘기를 해요. 참 무지한 얘기죠. 만평이라는 개념을 뭘로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걸 백지로 내든 거기다 사진으로 내든 만화를 찍어내든 그건 표현의 방법의 차이일 뿐이지 그자체가 만평이라는 거는 변함이 없어요. 2B5EAA>너: 흠.. 그럼 첫번째 만평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만평이 담당 공무원에게서 반려되었다는 사정도 그 소위 '욕설만평'이 나오게 된 계기이기도 한건가요? 최: 그건 아닙니다. 검찰에서는 무슨 유도심문하듯 그때 반려됬으면 기분 나빴겠네요? 그래서 고의로 담당자들 엿먹일라고 그랬겠네요?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서거와 맞물려서 정말 욱했던 게 전붑니다. 너: 이후 그 만평의 문양이 사실 이명박에 대한 욕설이었다는 건 어떻게 밝혀진 건가요? 최: 그때가 6월 14일이었을 겁니다. 어떤 분이 행복원주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하시고는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의 홈페이지에 그 사실을 처음 통보했더라구요. 그러니까 이제 이계진 의원 측에서 시청에 연락을 한거고요. 그리고 시청에서 저한테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전 사실 그거 보내고 나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니깐 덜컥했습니다. 그러니깐 바보처럼 순간 변명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 그냥 문양이다. 한글문양이다. 그랬는데, 이제 더 추궁을 하니까. 뭐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다고. 너: 원주시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소송이 들어가기 전에. 그러니까 언론에 노출 되기 전에는 원주시도 이 문제를 조용히 넘어가게끔 하고 싶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최: 시청에서 이 문제를 조용히 넘기려 했는지는 제가 알 수가 없죠. 왜냐면 나는 조용하게 넘어갈려고 이계진 의원의 사무실을 가려고 했어요. 내가 얘기를 해보겠다. 근데 원주시 공무원들이 그러지 말자고 했거든요. 그러지말라고. 그래서 저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고요. 그 이후부터는 제가 그쪽에서 진행하는 일들의 과정 속에서 어떤 것도 개입할 여지가 없었어요. 그냥 자기네들이 사과 기자회견 하고. 그리고 지역신문 여기저기에다가 사과광고를 내고. 그래놓고 나서는 그 회수비용과 광고냈던 비용과 ,그다음에 명예를 훼손했다는 거에 대해서 저에게 청구가 들어온 거예요. 너: 그 명예훼손 여부가 대통령의 명예가 아니라 원주시민과 원주시 공무원의 명예라면서요? 최: 네. 맞습니다. 사실 원인 단초를 제공한건 저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반론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리고 지금도 잘했냐 잘못했냐 물어보면 전 잘못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먼저 잘못한 건 정치잖아요. 너: 그 원주시민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거에 어떤 근거가 있는 건가요? 최: 단순 보복이죠. 뭐. 너: 당연히 저도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면적으로야 원주시가 입은 손해배상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의 보복, 혹은 알아서 국민들 기죽이기. 강원도가 한나라당 텃밭이기도 하니까요. 최: 예..근데 그게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더군다나 뭡니까. 이제 곧 지방선거잖아요. 그러니 이쪽 원주시장 입장에서도 그 일이 굉장히 거슬렸던 건 있었겠지요. 그러니까 법원에서 낸 조정안을 수용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명예훼손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이 나 올리는 작년 여름 조선일보의 만평입니다. 근조에서 굳이 삼갈 謹을 빼서 노무현의 죽음 따위에 본지는 전혀 삼갈 것이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사람이 죽어 하늘로 승천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서커스에서 대포알 대신 인간탄환이 날아가는 것처럼 묘사해 놓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너: 네. 법원에서 2000만원으로 합의를 보라고 조정안을 냈는데 원주시에서 거부를 했더라구요. 최: 네. 터놓고 얘기해서 제가 무슨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아무리 극단적인 사례였어도 손해배상 청구가 5천만원이 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근데 저를 상대로 1억2천만원 그대로 다 받아내야 겠다 뭐 이러는 거는 자신들로써는 뭔가에 대한 최선의 역할을 다한다는 거죠. 그래야 어떤 명분이 설 거 아닙니까. 소송이 진행중인 관계로 주어가 없다거나, 뭔가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점은 독자제위께서 알아서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너: 그때 원주시에서 2천만원으로 조정된 안을 수용했다고 하면 본인도 그 액수에 합의를 보실 의향이 있었나요? 최: 저는 개인이고 그쪽은 관이예요. 그리고 저는 어떤 변호인단이 구성되지 않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법률적인 지식이 없는 제 입장에서는 법원에서 조정안을 나름대로 생각해서 냈을텐데 그거를 제가 거절한다 라는 건 참 힘든 일이죠.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시에서 수용을 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할수가 없는 입장일 거라고 생각을 했지요. 너: 네들이 함부러 주둥이를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 시범케이스를 보여야 하니까? 최: 음... 예, 뭐... 그러니까 제가...사실 이거는 뭐 제 입장에서는 그렇죠. 너: 아 맞다. 지금 변호인 없이 스스로 변론을 하는 상황이죠? 최: 네. 일단은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습니다. 너: 국선변호사는요? 최: 이게 솔직히... 국가기관을 상대로 하는 일이라, 그러니까 솔직히 국선 변호사 분들이 얼마나 내게 호의적이겠냐는 생각도 들어요. 뭐 그거 아주 간단한 예측 아닙니까. 이쪽에서 변호인을 선임해서 뭔가를 해본다고 하더라도 원주에 있는 변호인들이 원주시에서 또 자유롭겠냐는 거예요. 그렇다고 다른 지역의 변호인을 고용하고 싶어도 돈도 없고... 아시겠지만 뭐 만화 그리는 사람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너: 네.. 흠흠. 23일에 있을 형사재판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 거라 예상하시나요? (이 질문은 12월 18일에 물었던 내용입니다) 최: 결과요? 물론, 무죄가 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결과일 거고 , 상식적으로 본다면 집행유예나 벌금 정도가 나올 가능성도 있죠. 뭐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큰 가능성일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제 본보기가 되서 앞으로 인터넷이나 매체를 보면 좀 심하게 말들을 하는 경우도 있겠다 시범케이스가 필요하긴 할 거예요. 저번에 제가 제 문제로 인터넷에 조회를 해보니까 저같은 사례가 참 없어요. 욕을 한 사례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케이스는 없더라구요. 이런 케이스에 대한 어떤 하나의 본보기는 잡아놔야 한다는 게 만약에 작용을 한다면 뭐 제가 구속되는 수도 있겠죠. 근데 문제는 형사에서의 결과가 1억 2천이 청구된 민사에 바로 영향을 끼치겠죠. 2B5EAA>너: 아마도 이런 소송을 당하시는 건 처음이실 텐데, 너무 뻔한 질문이긴 합니다만 지금 어떤 심정이신가요? 두려우시겠죠? 최: (한숨) 제가 법을 알아서 변호를 할 수 없다 보니까 그 두려운 게, 제가 무슨 말을 하든 지네들은 아니라고 빡빡 우겨서 어떻게든 괘씸죄라는 게 적용이 될 거라는 거지요. 그걸 생각 안할 수가 없어요. 더군다나 만약에 저 혼자만 있는 거 같으면 전 걱정 안해요. 문제는 가족들이 있으니까. 제가 만약에 저 혼자 같으면 떳떳하게 해요. 근데 그러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법원에서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인 거고 찍소리 않고 가만히 있었던 거고... 근데 이게 정말 두려움이 작용하는 부분이예요. 너: 예. 그래서 밥줄공안 뭐 그렇게 표현도 하죠. 데려가서 고문하고 그러진 않지만.. 그러니까 생계를 끊어버리는 나름 지능적인 전략을 쓰고 있는 거지요. 최근에 그런 일들 많았잖아요. 진중권씨도 그랬고. 최: 이 일이 사실 2009년 6월에 일어났던 일입니다. 검찰로 불려간 다음에 한참이 되어서야 법원으로 넘기고. 그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에 이게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충격이 아닐 수가 없어요. 그렇죠? 일단 미래가 불확실해지다 보니, 일에서도 지장을 받죠. 금전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하죠. 그 다음에 제 고객들 중에서도 제 일을 알고나서는 거래처 못가는 곳도 생기죠. 제 거래처중에서도 공공기관이 있단 말이예요. 못가요. 다 막아 버렸거든요. 그럼 그사람들은 내가 가는걸 꺼려해요. 당연히 꺼려하겠죠. 그런식으로 나는 생계형 박대를 받고 있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직접 박대를 하는 게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었던 거예요. 이게 조금 더 지나면 전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죠. 전 저로서는 빨리 결정나는 게. 전 솔직히 이런 생각도 해요. 정말 내가 이대로 그냥 구속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럼... 적어도 지금처럼 조마조마하고, 그냥 이렇게 비참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여기까지만 공개합니다. 다른 많은 얘기들도 있었습니다만, 이 정도면 충분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가슴 답답해지는 얘기 말입니다. 이런 류의 사건을 취재하다보면 거사(?)를 도모한 인터뷰이가 불굴의 의지와 금석 같은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일종의 투사이기를 바라곤 합니다. 그래야 그 꿋꿋함으로 생계문제라든가, 인간관계라든가 하는 자질구레한(?) 역경들 역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투사가 아니라면 마치 나주 세무서의 김동일 계장님처럼 파면의 사유가 너무도 불합리해서 공분을 사게 만드는 일방적 피해자이기를 바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순 작가의 경우는 위의 어느 바람에도 해당되지 않아 보입니다. 1억 2천 3백만원이라는 손해배상청구액은 실제로 그를 가정파탄의 벼랑끝까지 몰아 넣으며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으며, 자신의 개인적 공간이 아닌 공적인 시정홍보지에 대통령에 대한 쌍욕을 숨겨 놓았던 상황은 일방적 피해자의 위치를 선점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형사의 소송은 표면상 가카에 대한 욕설의 괘씸죄를 묻는 형태가 아닙니다. 그가 만평에 실었던 욕설에 대해 청와대가 명예훼손이라며 소송을 건 상황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겁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의 법리가 충돌하는 본격 갑론을박 타액분출의 논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겠지요. 아마 그런 상황이 되었다면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는 동북아시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권위를 갖고 있는 본지도 손모가지 하나쯤은 걸고 논쟁에 뛰어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최대순 작가와 관련해 진행되는 민사, 형사소송의 원고는 ‘원주시’입니다. 말하자면 가카에 대한 욕설을 징계하겠다는 의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소송이 아니라 실제 원주시가 배포했던 시정홍보지를 회수하는데 든 비용과, 원주시장이 신문지면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하는데 든 비용을 근거로 이뤄진 매우 비즈니스적인 소송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물론,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원주시에게 은밀한 지시를 내렸거나, 원주시장이 먼저 화들짝 놀라 알아서 척추를 접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심증이 있을 뿐 물증은 없는 상황이라 해야겠지요). 즉, 해당 만평에 의한 정신적 위로금 1억 어쩌구 하면서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뻥튀기해 청구한 건 사실이지만 아예 근거가 없는 완벽히(?) 부당한 소송은 아니라는 얘기 되겠습니다. 게다가 그의 만평으로 몇몇 담당 공무원은 직위해제를 당해 생계를 위협받는 제3의 피해자도 발생했습니다(지금은 복귀가 되었다고 합니다만). 일전에 '강호의주윤발'님께서 딴나라당이 여타 야당들 끼리 서로 박터지게 하는 전략을 '이이제이'로 표현해주셨는데, 이는 꼭 거창한 정치판에서만 횡행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개인들 간에도 흔히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이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는 데에는 원주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좀 남새스러운 표현이긴 합니다만). 최대순 작가에게 가장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민사문제와 관련, 1억 2천 3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액 중 1억원은 원주시민과 공무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는 나라의 국민에게 실추될 명예가 어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합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신이 아득한 지경에 서로 닮은 아픔과 분노를 다른 이들도 느끼고 있다는 공감대를 증명한 만평으로, 원주시의 명예가 격상되면 격상됬지 왜 실추가 되었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합니다. 판결문을 훑어보니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아마도 '담당공무원을 비난하는 취지의 게시물 86개'와 '항의전화 수십 회'가 최대순 작가의 만평이 원주시민과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는 결정적 근거로 간주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아래는 원주시청의 게시판 주소와, 전화번호입니다. 별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독자제위의 편의를 위해 남겨두는 겁니다. 대표전화 033-742-2111 최대순 작가에 대한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솔직히 많이 우울했습니다. 가카의 활약으로 국가의 격이 자꾸만 부적격으로 변모해 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보다 실체적인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과거의 군사독재가 죄 없는 사람을 잡아 가두고, 고문을 하고, 사법살인을 저질렀을 때 국민들은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명백한 범죄’에 공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에도 내 한 몸 보존하고, 처자식 먹여 살리고자 외면하는 사람들은 많았겠습니다만, 그런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명백한 범죄’에 유린당하는 타인들을 보며 무거운 부채의식이 마음 한켠에서 덜컥거렸을 확률은 높았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독재(혹은 건설독재)는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의 최대치 벌금을 때리고, 직장을 짤리게 함으로써, 물리적 폭력의 ‘명백한 범죄’를 가하는 대신 물질적 박탈의 ‘모호한 협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모호한 협박’은 당사자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하기보다는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분을 느끼게 할지라도 매우 가벼운 수준으로 끌어내립니다. 정치적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 돈이 없고 능력이 없어 저런 지경이 되었다는 식으로 가치관의 문제를 금전적 문제의 이미지로 교묘히 치환시켜 주입한다는 얘기 되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는 개인을 변화시킬 수도 있고 또 개인들끼리 연대하게 만들 수도 있는, 타인에 대한 부채의식의 무게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지난 해 12월에 이루어진 인터뷰가 왜 이렇게 늦게 올라왔는지 궁금해 하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칫 본지의 기사가 1월 21일, 그러니까 내일 오후 2시에 이루어질 1억 2천 3백만원의 피해보상액이 청구되어 있는 민사재판에서 혹여 최대순 작가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까봐 일부러 늦게 올리는 소심한 이유가 있었을 뿐입니다. 제가 우울한 실체적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을 자꾸 소심하게, 그리고 치사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마치 전국민을 '쥐새끼'로 만들겠다는 듯 말입니다.
추신 1. 아래 그림은 최대순 작가가 며칠 전 본지에 기증하신 만평입니다. 추신 2. 본 기사가 올라간 뒤 대략 1시간 후, 그러니까 2010년 1월 20일 오후 6시경에 본지 사무실에 한 변호사분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최대순 작가에게 무료 변론의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물론 전문 변호사가 도움을 준다고 해서 판결이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걸 기대해서야 안 되겠지만 일단 만세 한번 외칩니다. 만세!
딴지편집장 너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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