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와대 눈에는 국민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순수한 남자 2010. 1. 29. 16:31

-청와대 눈에는 국민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번호 110928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1731  누리 458 (458-0, 25:56:0)  등록일 2010-1-2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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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눈에는 국민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머리가 그 정도면 대통령 참모 사표 내라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1-29)


대통령의 가족동행 인도방문 구설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면 어땠을까.

‘잘못했다.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국민에게 사과한다.
딸자식과 손녀도 내가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인도, 스위스. 여행시켜주고 싶었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별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누라 자식들 아무 잘못 없다.

죄송하다. 
국민감정을 살피지 못한 불찰을 다시 한 번 사과한다.’

이렇게 정리하면 안 되었을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

신문방송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청와대에서 대응하는 논리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배짱을 부리는 것 같지만 허둥대는 것이 역력하다.

- 인도 정부가 대통령 가족과 함께 와 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
- 대통령 부부의 코디를 조언하려는 목적.
- 분초를 아끼는 대통령의 국익외교를 폄하. (김은혜 부대변인)
- 대통령 가족이 외국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국제관례.
- 부시는 동생 부부까지 데리고 간다.
- 공식 요청인데 경비는 대통령 가족이 부담한다.

이 정도면 국민들은 나름대로 대충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이제부터 지극히 인간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보자.

이명박 대통령이던 부인 김윤옥 여사든 해외출장이니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을 것이다. 그중에는 이런 얘기도 포함될 수 있다.

가족동반 문제다. 솔직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 새끼다.
철부지가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조를 수도 있다. 나도 비행기 타고 인도에 가고 싶다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가 조르는데 이겨 먹을 할아버지 있는가.

딸도 졸랐을 수 있다.
더구나 이번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2008년 페루 국빈방문 때도 딸을 대동했다. 지난해 9월 뉴욕 UN 총회에도 장녀를 데리고 갔다.

그러니 이번에도 지극히 자연스럽게 데리고 갈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이 대통령 가족들의 ‘관례’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가 장녀ㆍ외손녀 등과 함께 인도 뉴델리 산스크리티 학교를 방문했다. ⓒ프레시안

사람이라는 게 자기 일에는 더 없이 관대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대통령쯤 되면 무서운 것도 별로 없고 이명박 대통령의 성격상 딸과 손녀쯤 전세비행기에 태워 가는 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설마 누가 뭐라고 할까. 지들은 자식들 없나. 손녀 딸 없나. 이해를 해 주겠지. 비행기 좌석도 넉넉한데 두 사람 더 타면 어때.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의 이 같은 편리한 생각을 억지로 이해하라면 못 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감정이 그렇지 않다.

딸과 손녀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공식 해외순방'에 데려간 것 자체가 도무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위에 지적한 많은 이유를 진정으로 이해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이때 필요한 게 대통령의 이성적 판단이고 참모들의 용기 있는 조언이다.

전혀 먹혀들지 않을 변명 성 해명은 접고 무조건 잘못을 사과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그렇게 결단했으면 평가는 좀 달라졌을 것이다.

‘어 이명박 대통령한테 저런 면이 있었구만.’

촛불 집회 때 산에 올라 사과를 한 것도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번 사과는 ‘가족사랑’이라는 울타리가 있다.

만약에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하면 참모들이 강권이라도 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애당초 전용기에 자녀가 동행하는 것을 말렸어야 할 참모들이다.
아무리 쉬쉬하고 다녀와도 결국은 알려진다.

평기자 생활에서 고위 언론인까지 지낸 참모들이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 간단 말인가.

이미 2002년 7월 3일.
히딩크의 명예시민증 수여식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느닷없이 아들과 사위를 불러 히딩크 감독과 기념사진을 찍게 했다.

▲ 지난 2002 월드컵 4강 진출 직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아들 이시형 씨와 히딩크 감독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오른쪽은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오마이뉴스

그때 공과 사를 구별 못 한다는 비판을 받는 사실을 참모들은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아무리 형편없는 기자라 해도 기사 한 줄은 쓸 것이고 그러면 인터넷은 게시판을 누빌 텐데 그저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면 이런 참모들과 함께 일을 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평소에도 말썽을 빚은 참모들 사표 받는 것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봐서라도 반드시 단행해야 할 일일 것이다.

공직자들의 해외여행 때 가족이 얼씬거리기만 해도
"공직자 관광여행은 도둑질"이라고 거품을 물던 조선일보는 왜 이렇게 점잖으신가.
대통령의 사생활이라서 ‘사생활보호’ 차원에서 그런 것인지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한심한 신문이다.

한나라당은 뭐 하는가. 참여정부에서 이런 일이 생겼으면 탄핵하자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이럴 때 할 말을 해야 정당 대접받는다.
정몽준은 뭐하는가. 함께 돌아다녔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인가.

좌우간 경험은 좋은 경험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해외순방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해외여행을 다닐지 모른다.

다음부터는 딸과 손녀도 공식 수행원으로 임명해야 국민들의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다.

경험처럼 좋은 스승은 없다.

 

2010년 1월 29일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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