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사소한 생각들
('한명숙의 세상이야기' / 한명숙 / 2010-02-08)
하나, 아무리 추운 겨울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아직 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아무리 매서운 동장군도 시간의 흐름까지 얼려둘 순 없습니다.
며칠 동안 두문불출 집 밖을 나가보지 못했습니다. 책과 자료와 내 살아온 날들과 씨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살아온 삶이 그렇게 자랑스럽지도 내세울 것도 없다는 생각에 묻어 두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들을 파내야 할 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기실 몇 해 전부터 지난 일들을 조금씩 되새겨 둔 원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삶들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겪은 깊은 슬픔이 쉽게 저를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한 달, 두 달이 멍하게 흐르고 덮어 둔 작업 원고에는 먼지가 앉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연말 정말이지 길을 걷다 갑자기 날아온 돌멩이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어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요.
하지만, 돌을 던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 목적이 또렷이 보이자 오히려 없던 힘마저 솟아납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함을 깨달은 것이지요.
그러자 돌아가신 두 분 어른의 자취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뜻을 이어 제가 해야 할 일들이 가슴에 속에 또록또록 새겨집니다.
작업 원고에 먼지를 털어 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곧 작업이 끝나고 부끄러운 작은 책 한 권이 나올 예정입니다. 저의 지나온 행장들이 행여 장독대를 덮어 두는 데 쓰이게 되더라도 그저 양지바른 햇살이나 쬐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2월 26일 금요일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봄이 온다는 믿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봄 마중이나 가시지요.
둘, 국민은 준비되어 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해입니다. 그 의미에 대해서 굳이 길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모두들 아실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보다 승리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별 후보들 간의 경쟁이면 여당이 이기고, 야권 단일 후보면 민주진영의 승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국민은 MB정부를 심판할 준비를 하고 있으나, 정치권은 그 준비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민주진영의 승리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방법에 대하여 고민 중입니다. 지점은 분명합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을 극복하는 일입니다. 그 안에서 제가 할 일을 찾겠습니다.
셋, 26일은 아주 바쁜 날 될 것 같아
오는 26일은 제게 참 의미 있는 날입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의 출판기념회도 예정되어있고, 제 재판의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이기도 합니다. 조선일보와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변론 준비기일도 예정되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혼신의 힘을 기울이려 합니다. 진실이 함께하고 있으므로 저는 언제나 당당합니다.
2010년 2월8일
한명숙 올림
출처 : http://hanms.net/entry/아무리-추운-겨울도-오는-봄을-막을-수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