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명! 교육감만 잘 뽑으면 반드시 성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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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16) 그때의 선생님이 생각난다. 남자 선생님은 호시야마(星山) 선생. 여선생은 가네무라(金村) 선생을 기억한다. 호시야마 선생은 키가 엄청 컸고 가네무라 선생은 수업시간이 끝나면 나를 남게 해서 자기는 풍금을 치고 내게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그때 내가 노래를 좀 했다. 날 참 귀여워하셨는데, 일본 여성노동복인 몸빼 입은 모습이 기억난다. 꼭 기억해야 할 이유도 없으면서 기억을 하는 이유는 내가 선생님들을 좋아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좋아하는 선생님에게는 영향을 받는다. 해방이 되고 서울로 올라와서 학교에 다녔는데 그때 기억나는 선생님들이 담임선생님이다. 지금은 다 돌아가셨겠지만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고낙규라는 젊은 선생님이셨는데 내가 몰래 흉을 봤다가 고자질한 놈이 있어서 불려갔다. 혼이 날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네가 흉본 거 앞으로 고칠게. 알게 해줘서 고맙다’ 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잊혀 지지 않는다. 5학년 때 담임이셨던 진창섭 선생님은 내가 공부시간에 빠져나가 축구를 하다가 걸려서 종아리를 되게 맞았다. 내 아버지와 친구셨는데 이르지 않으셨다. 고마웠다. 잊지 못한다. 난 중학교 때 축구선수였고 고등학교 때는 럭비선수였다. 고등학교 때 제법 알아주는 주먹이어서 학교가 있는 서대문 쪽에서는 내 앞에 폼 잡고 다니는 고교생 애들 별로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국어선생님이 날 부르셨다. 교무실에 가니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을 들고 계셨다. ‘너 글 잘 쓰는구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학교신문에 투고한 내 수필이 실렸는데 보신 모양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써 보라고 하셨다. 글 잘 쓴다는 칭찬 처음 들었다. 그냥 운동이나 하고 주먹이나 좀 쓰는 놈이 수필을 썼으니 놀랍기도 하고 글을 쓰면 사람이 될까 봐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나 내게는 엄청난 사건이 되었다. 내가 문학이라는 꿈을 키운 것은 지금도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생님은 우리들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자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못한다지 않던가.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영정 앞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에게 글을 쓰게 해 주신 선생님. 그래서 문필을 직업으로 삼았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독재에 아부하는 글도 쓰면서 괴로워했다. 지금 칼럼이라는 것을 쓰면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선생님 덕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잊지 못할 스승이 한 분 계시다. 나로 하여금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주셨다. 옳다고 생각했으면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을 심어 주셨다. 무엇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를 일깨워 주셨다. 왜 민주주의가 소중한지 깨닫게 해 주셨고 때로 목숨을 던져야 할 때는 버려야 한다는 소신도 주셨다. 운명이 무엇인지도 알 게 해 주셨다. 나보다 나이가 10년이 아래인 내 스승.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1962년 윤석란이란 학생이 스승의 날을 제안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1973년 군사정권에 의해 금지되었다가 군사독재정권이 끝나면서 스승의 날이 부활했다. 스승도 몰라보는 독재였다. 스승의 날. 스승을 기리는 여러 행사가 열렸다. 문득 공정택 전 교육감 생각이 난다. 그도 교육을 위해 평생을 바친 교육자다. 지금 비록 불명예 퇴진을 하고 영어의 몸이 되었지만, 그에게 배우고 그를 따르는 제자들도 많을 것이다. 가슴이 아플 것이다. 그의 과오를 열거하면 끝이 없지만 이제 그의 교육자로서의 인생은 불명예 퇴진으로 막이 내렸다. 그러나 퇴진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교육감을 하는 동안 발생한 그 많은 비리와 잘못된 정책과 제도, 그러면서도 전혀 반성과 개선을 외면하던 독단적 전횡은 오늘의 한국교육 파행을 상당 부분 책임져야 할 것이다. 뇌물을 받고 교직을 판매한 그의 파렴치는 분노에 앞서 혹시나 저런 교육자가 다시 이 땅에 등장하지나 않을까 하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제자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저렇게라도 출세하는 것을 정도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파출부 하는 젊은 엄마가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계의 보태려고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엄마는 오직 애들의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서 파출부를 하고 있다. 영어 수학 피아노 태권도까지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아이는 초등학생이다. 애가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사교육을 시킨다. 이유는 불안해서라는 것이다. 남들 다 하는데 내 자식이 뒤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우리 어렸을 때도 사교육은 있었다. 가난한 대학생들의 학비마련 방법은 가정교사였다. 가르치는 학생은 성적이 떨어지는 애들이었다. 정말 과외가 필요한 애들이었다. 제도의 문제다. 이걸 바로 잡아야 한다. 10살도 안 된 어린애들이 얼굴이 하얗게 시어서 무거운 가방을 메고 비실비실 학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안 아플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내 자식이 남의 자식보다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모든 것을 참아야 한다. 이것은 교육의 문제이기 이전에 인간의 인권문제다. 왜 어린이들이 사교육이란 감옥에 갇혀 고문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애들에게 물어보라. 진저리를 친다. 이 같은 제도를 고쳐야 하고 고친 제도를 소신껏 추진할 신념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훌륭한 교육감이 필요한 이유다. 애들 급식문제가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어 있다. 모두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있는 집 자식들에게는 무상급식하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함께 어우러져 협동과 소통과 인성을 쌓아가는 것이다. 함께 웃고 떠들고 너 나 할 것 없이 같이 점심을 먹으면 이게 평등이 아닌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소통이 아닌가. 학교에 왜 다니는가. 학교에서는 새로운 인간이 만들어진다. 모가 진 인간은 조금 깎여서 둥글게 되고 개성 없이 둥글기만 한 인간은 야무지게 다져진다. 이렇게 해서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고생이라고는 구경도 안 해 본 애들이 부모 덕에 사교육 받아 좋은 대학에서 좋은 교육 받고 판검사 되어 죄인을 다스리고…. 그들이 알고 있는 소외된 인간의 아픔은 어느 정도일까.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주인공 ‘장발장’은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의 감옥살이를 한다. 그가 빵 한 조각을 훔친 것이 꼭 법으로 다스려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교육의 필요성이다. 교육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이 풀 과제다. 이런 거 교육감을 제대로 뽑으면 점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만 잘 뽑으면 제도도 바로 잡을 수 있다. 우리가 공정택을 잘못 선택해 마음고생 그만큼 헸으면 됐다. 우리는 사람을 잘못 선택해서 당해야 하는 고통을 너무나 잘 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제도를 누가 제대로 바꿀 수 있고 누가 애들의 인권을 바로 찾아 줄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만해야 한다. 스승의 날. 어렸을 때 기억까지 되살려 냈다. 이제 그때의 기억들을 더듬어 강화도 양사초등학교도 가 보려고 한다. 창신초등학교도 가 봐야지. 고등학교에도 가 봐야지. 내 글을 칭찬해 주시던 은사님은 돌아가셨으니 어디 가서 뵐 수 있을까. 졸업앨범이라도 펴 놓고 감사를 드려야 한다. 그리고… 날 사람답게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신 대통령도 돌아가셨다. 세상에서 가장 마음 아픈 모습으로 돌아가셨다. 그와 함께 강연을 다니던 장소를 찾아봐야겠다. 민주당 당원들을 위한 연수회에서 민주주의를 열강 하시던 지리산 계곡도 가보고 싶다. 민언련 강의를 하고 밤늦게 돌아오다 차가 고장 나 밤을 지새우던 동두천 길가도 가보고 싶다. 독감에 걸려 물도 못 마시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강연을 하던 여수 인근지역 농협도 가보고 싶다. 늘 욕만 하던 기자들과 토론을 벌이던 인사동 밥집도 가보고 싶다.
오는 23일,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노무현이란 스승을 뵈어야겠다. 비록 살아계신 모습은 아니라도 살아 계실 때 그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실 대통령님의 맑은 영혼을 만나야겠다. 스승의 날, 우리 모든 스승님들에게 감사를 드리자.
2010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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