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는 북한 잠수정의 ‘놀이터’였다
불신 탓 말라. 합조단 조사발표가 그렇다지 않은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21)
“천안함 사태 당시 잠수정들이 기지를 이탈하는 것은 식별했지만, 설마 우리 해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잠수정이 기지를 이탈해 수중 잠항이 시작되면 세계 어느 나라 과학기술로도 추적하는 것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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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결과 발표하는 합조단. ⓒ 머니투데이 |
합조단의 조사발표기가 이렇다. 기가 막히는 것이 아니라 숨을 못 쉴 정도였다. 별을 세 개나 단 장성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그 뻔뻔함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합조단 발표대로라면 북한의 잠수정이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다. 해군이 철통경비를 한다는 이곳이다. 그런데 한 짓이라고는 어뢰를 맞았다는 것뿐이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 대통령이 가도록 했다. 그때는 몰랐는가. 알고도 가도록 했는가. 대통령이 아무리 애도를 표하고 싶어 간다고 해도 참모들은 말렸어야 한다. 이런 안보책임자들을 그냥 놔둬야 하는가. 즉각 전원 해임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유고를 가져올 수 있는 엄중한 사태를 방기한 책임자들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합조단 사람들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상식적이어야 하지는 않겠나. 복잡하게 지적할 것도 없다. 애들도 알 수 있는 상식이다.
도둑놈이 명찰 달고 도둑질하는 거 봤는가. 잠수정을 귀신도 모르게 침투시키고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어뢰의 ‘1번’이라는 글씨를 써 놨느냔 말이다. 쓴 글씨라도 지워야 할 판인데 말이다. 명찰 달고 도둑질 한 다음에 주소 남겨 놓고 나온 꼴이다. 이걸 조사라고 했는가.
그리고 뭐가 필요해서 천안함을 공격했는가. 얻을 것이 뭐가 있는가. 얻을 것이라고는 국제적 고립과 욕바가지뿐인데 이런 짓을 왜 한단 말인가.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 설명이 안 된다.
이래서 뭔가 일을 꾸며도 제대로 하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TNT 250kg급의 중어뢰가 폭발했는데 어떻게 스크류가 그렇게 말짱할 수 있느냐.”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경찰이 범죄자를 찾고 있다고 치자. 헌데 연락이 왔다. ‘날 범인이라고 하는데 난 아니거든. 내가 갈 테니까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다 내놓고 나하고 현장검증을 하자’고. 경찰이 어떻게 할 것인가.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칠 것인가. 당연히 오라고 마중이라도 나갈 것이다.
북한이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하자. 이건 도둑이 제 발로 찾아오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오라고 해야지. 그런데 거절이다. 경찰이 거절이다. 범인이 찾아가겠다고 하는데 그만두라고 한다.
이게 상식인가. 세계 어느 나라의 상식인가.
100미터가량의 물기둥이 솟았는데 견시병의 뺨에 물방울이 있어서 그게 증거라고 한다. 한미 양군이 이지스 함을 띄어놓고 군사작전훈련을 하는 현장에 북한의 잠수정이 귀신도 모르게 숨어들어 와 한국해군의 초계함을 어뢰로 공격해 두 동강을 낸 후 증거를 남겨두고 유유히 도망쳤다. 믿으란 말인가. 국민이 복장을 칠 일이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합조단이 발표를 했으니 이제부터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사람은 엄중히 다스린단다. 입 다물고 믿으라는 말이다. 믿게 해야 믿지. 믿을 수 있어야 믿지. 입만 열면 거짓말을 달고 다니는 정부 말을 누구더러 믿으라는 것인가.
좋다. 믿는다고 치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지나면 이명박 대통령이 중대발표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소행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정부 발표대로라면 북한이 먼저 공격을 했다. 그러니 우리가 대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당방위다.
대북관계 전면적 중단인가. 벌써 그건 끝난 것이 아닌가. 남은 것은 보복이다. 전쟁밖에 더 남았는가. 당했으면 갚아야지. 46명의 우리 자식들이 죽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미사일 몇 방 오고 가면 끝이다. 그다음은 어쩔 것인가. 뭘 어쩌긴. 다 망했는데 뭘 어쩐단 말인가. 라면 사재기도 소용없다. 있는 놈은 미국으로 도망치면 되겠지만 없는 놈은 굶어 죽는다.
이런 거 생각하면서 전쟁인가. 국민의 목숨이 마음대로 처분하는 물건인가. 전쟁 모르는 애들의 철부지 짓거리가 아니지 않은가.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됐는가. 한나라당이 더 이상 북풍은 없다고 말했다. 북풍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북풍의 효과를 다 봤다는 말인가. 그럴 것이다. 보수의 결집은 이제 완성됐을 것이다.
6월 2일 지방선거 공식선거일에 맞춰 합조단 발표 등 일련의 행동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미 북풍의 의미를 다 알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보수의 결집은 없고 남은 것은 짜증뿐이다.
분명히 예언컨대 한나라당은 이번 북풍으로 재미 볼 것이 없을 것이다. 아침에 정몽준이 ‘시선집중’에 나와서 다시 한 번 좋은 방송의 품격을 떨어트렸다.
한나라당에 할 소리를 야당한테 하고 있다.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표 잃지 않으려면 정몽준의 입을 채워놔야 한다. 딱해서 하는 소리다.
우리 국민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전쟁의 공포를 잊고 살았다. 전쟁은 목숨을 담보로 한 최악의 범죄행위다. 지금은 어떤가. 당장 내일이라고 전쟁이 날지 모른다. 이것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서 국민에게 주는 선물인가.
늘어난 것은 전쟁의 공포와 부채, 4대강으로 대표되는 환경파괴, 빈부격차의 심화, 도덕의 파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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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10유권자희망연대' 등이 주최하는 '5 18 광주 민중 항쟁 30주년 추모 기념 및 투표참여 콘서트' ⓒ프레시안 |
막을 방법은 없는가. 있다. 6월 2일 날. 심판하는 것이다. 표로 심판받으면 끝이다. 아니라고 한다면 무슨 짓을 하겠다는 것인가. 국민을 무시하면 벌 받는다.
부처님 오신 날.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가.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용서하십시오.
덧글
칼럼을 쓰고 글을 올리려다 충남지사에 출마한 안희정이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과 인터뷰한 기사가 서프에 실렸다.
아는 얘기지만 다시 눈물이 난다.
노무현 대통령과
안희정과
이광재와
유시민과
우리의 좋고 좋은 노빠들.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다.
2010년 5월 21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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