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전쟁.

순수한 남자 2010. 6. 17. 17:02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전쟁.
번호 173479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3579  누리 955 (955-0, 45:124:0)  등록일 2010-6-17 08:29
대문 70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전쟁
4대강 배수진으로 대 국민 선전포고한 대통령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6-17)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했다. 4대강 때문이다.

수경스님이 어디론지 사라졌다. 조계종 승적도 버리고 가사는 불전에 올리고 떠났다. 4대강 때문이다.

20연년 간 골재채취로 살아오던 대구의 70대 노인은 음독자살했다. 유서는 이렇다. 20년 밥줄을 보상금 한 푼 없이 끊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정치 좀 잘 해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는 소리다.

목숨을 잃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강에서 살던 물고기들이 허연 배를 들어낸 채 수천마리가 죽었다. 이들이 유서를 썼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한 마디 ‘이명박 대통령님. 살려주세요’가 아닐까.

4대강 개발은 전쟁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전쟁이 되었다. 대통령과 국민이 배수진을 치고 물러서지 않는 전쟁을 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수장당할 각오를 하고 4대강을 막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사의 야당 당수가 수장당하는 비극을 겪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4대강으로 해서 귀한 목숨을 버릴까.

대통령과 국민이 4대강은 두고 죽느냐 사느냐 건곤일척의 전쟁을 벌이는 오늘의 대한민국. 정말 부끄럽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 짐작이 안 간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말 예감이 안 좋다. 오래 산 것이 후회가 되는 세상이다. 무슨 참혹한 꼴을 보게 될지 겁이 난다.  

왜 4대강을 개발하느냐 왜 반대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이제 부질없는 논쟁이다. 이미 국민들도 다 알고 이명박 대통령도 잘 안다. 세계가 다 안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물속에 물고기들도 다 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는 역사가 판단한다 해도 이미 4대강 문제는 결정이 났다. 잘못된 것이다. 국민이 결정했다. 인간의 상식이 결정했다. 

국민은 4대강 사업은 따질 것도 없이 국토를 망친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미 망가지고 있다. 이제 시작을 했으니 중단할 수 없다고 하니 계속해서 망가질 것이다. 결국 완전히 망가지고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 땅에서 우리 후손들이 살 것이다.

근거를 대라면 참으로 어리석은 대거리다. 전문학자들의 연구는 말하지 않더라도 국민은 표로서 4대강 사업을 심판했다. 국민의 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역시 표로서 4대강 반대 의사를 표시한 국민의 말을 따라야 한다.

국민의 표를 무시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대통령 선거에서의 국민의 지지표도 무시할 것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4대강과 함께 국민의 표로 심판을 받았던 세종시 수정안은 접었다. 그러나 4대강은 요지부동이다. 이유는 독선이며 아집이며 국민무시다. 밀어 붙이면 된다는 과대망상이다. 국민의 소리를 무시한 소통부재의 결과다. 그 밖에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안 된다.

반항과 저항! 반항이 육체적이라면 저항은 정신적이다. 뺨 한대 맞고 왜 때리느냐고 덤비면 반항이지만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싸움은 저항이다. 자손만대의 삶이 걸린 싸움이라면 저항이다. 

못 살겠으니 갈아보자고 표로 심판했던 3.15 총선은 부정이었다.

모든 국민은 저항의 불꽃으로 변했고 4.19 혁명으로 독재정권은 막을 내렸다. 부정선거의 원흉들은 처형됐다. 비극이다. 

5.18은 무엇인가. 항쟁이다. 반항과 저항이 함께 했다. 인내는 미덕이라고 한다. 우리 국민의 인내심은 대단하다고 한다. 인내는 한계가 없는가. 아니다. 지금 국민의 인내가 한계점에 와 있다. 정점에 서 있다.

보이지 않는가. 안 보일 것이다. 안 보려고 할 것이다. 안 들으려고 할 것이다. 무시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안 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귀를 막는다고 소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꿈에라도 나타난다. 바람소리로 들린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라는 고사도 있다.    

이 대통령은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했다. 잘 한 일이다. 국민의 뜻은 이렇게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현명한 대통령이다. 내 생각만이 최선이라는 아집은 버려야 좋은 대통령이다. 그래야 자신의 마음도 편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불퇴전의 의지를 밝혔다. 야당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시민사회가 모두 함께 4대강 사업 중지를 요구하고 저지를 위한 대규모 단일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결전의 시기가 온 것이다.

자살이 줄을 잇는다. 신의 뜻으로 바르게 살겠다고 약속한 종교인들이 반대를 한다. 목숨까지 끊었다.

민주주의 정권이라고 한다.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을 하늘처럼 섬긴다고 했다. 동의하는가. 지금 국민은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버리며 저항을 하는 것이다.

이들의 저항이 개인을 위해서인가.

우리는 독재정권 치하에서 가슴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조차 죄스럽다. 독재에 항거해서 할복을 하고 학교 교정에서 투신을 하고 교정에서 분신을 한 열사들.

이들은 천금 같은 목숨을 버리고 무지개 같은 꿈을 버렸다. 그들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더 소중한 가치가 있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소명의식이 있었다.

그렇게 세워진 민주정부였다. 이제 다시는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다. 그래서 다시 목숨을 버린다.

고문이 살아난다. 민주주의를 쟁취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참여연대가 이적단체가 된다. 마음 놓고 말을 못하겠다고 한다. 옆에 눈치를 살피는 세상이 됐다. 전직 총리가 미행을 당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은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4대강 사업처럼 법적인 절차와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통행 식으로 강행하는 사업은 독재 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현 정부 들어서 대한민국이 점차 '거짓말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온 국토뿐만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대표의 말이다.

‘만인을 위한 꿈을 하늘 아닌 땅에서 이루고자 한 청춘들 누웠나니, 스스로 몸을 바쳐 더욱 푸르고 이슬처럼 살리라던 맹세는 더욱 가슴 저미누나.

의로운 것이야말로 진실임을, 싸우는 것이야말로 양심임을 이 비 앞에 서면 새삼 알리라.

어두운 세상 밝히고자 제 자신 바쳐 해방의 등불 되었으니 꽃 넋들은 늘 산 자의 빛이요 볕뉘라.

지나는 이 있어 스스로 빛을 발한 이 불멸의 영혼들에게서 삼가 불씨를 구할 지어니.”

우리 모두 이 글을 가슴 깊이 새겨두자.

6월의 눈부신 태양은 하늘에서 축복처럼 빛나건만 이 땅은 너무 어둡다. 강은 죽음의 색으로 변해 간다.

전쟁은 끝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전쟁이다.

명분 없는 전쟁은 끝내야 한다. 국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대통령은  없다. 국민의 주장을 받아드리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전쟁은 대통령이 끝내야 한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2010년 6월 17일

이 기 명 (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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