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눈물 보이지 마라. '강원도의 힘이 지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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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6-13) 7월11일.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 이광재 강원도 도지사 당선자(이하 이광재)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관은 판결로서 말한다. 판결로 말했을 것이다. 법관이 판결로서 말한다면 국민은 무엇으로 말을 하는가. 투표로서 말한다. 이광재는 국민의 의사인 투표로서 도지사에 당선됐다. 민심이 천심이고 천심이 하늘의 뜻이라면 이광재의 당선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늘의 뜻에 반해서 국민들이 이광재를 선택했단 말인가. 강원도민들은 하늘의 뜻을 어겼다는 말인가. 비약이 심한가. 이광재 당선자는 판결로 말하는 판사에 의해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사실 증거는 없고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만 존재한다.” “박 전 회장이 법정에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검찰이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고 박 전 회장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힐 기회가 주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백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자를 범죄자로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은 비단 법관만이 하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이상의 불과한 말이라 하더라도 법이 추구해야 할 정신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곽영욱은 돈을 ‘의자’에게 주었다고 했다. 박연차는 ‘캐비닛’이다. 왜 말 못하는 의자와 캐비닛인가. 의자를 기소해야 된다는 우스개가 떠돌았다. 이번 이광재의 재판에는 무슨 우스개가 나돌까. 이번에는 캐비닛이다. 박연차는 누구인가. 세상은 안다. 일그러진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검사는 증거로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서 말한다. 그래서 검사는 증거를 찾기에 혈안이고 판사는 법조문 찾기에 열심이다. “국민이 납득 못하면 좋은 판결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5월 내한한 영국의 대법관 ‘브랜다 헤일’의 말이다.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판결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납득도 못하고 이해도 못 하고 결과도 나쁘다면 이건 어떤 판결일까. “(지난 1심 재판 때 증인으로 출석한) 박연차 전 회장이 나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중요한 증인인 박 전 회장이 법정에 나오겠다는 의사도 표했다.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박 전 회장을 검찰과 법원이 왜 불러주지 못하는지 참 슬프다. 법원이 박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뒤 구인 영장까지 발부했음에도 출석이 성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내가 왜 법정에 박연차를 데려오지 못하느냐고 하니 검찰이 말을 못했다. 증거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박 전 회장의 진술만 있을 뿐이다. 박 전 회장이 법정에 나와서, 6개월 동안 매일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법정 증언 뒤에 당시 대기석에서 박 전 회장이 저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너무 힘들다고 얘기했다. 그런 박 전 회장을 한 번만 더 (법정에) 불러달라는데…. 참 슬프다. 대한민국이 정말 바로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리고 너무 억울하다.” 재판장은 판결로서 말하고 이광재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박연차 전 회장에게 여러 차례 강제구인장을 발부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나오지 않아 2심 법정에서 직접 증언을 듣지는 못했지만 1심 증언과 진술조서에 충분히 일관성과 구체성이 인정된다.” 일관성과 구체성이 인정된다고 했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유죄판결로 지사직을 박탈당하게 될 이광재는 강원도민의 의사에 의해서 당선된 도지사다. 왜 검찰은 박연차를 불러내지 못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했는가.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었는가. 그가 병원에 입원을 했기 때문인가. 병원에 가서 조사 못 할 이유가 있는가. 1심에 출석한 증인이라도 진술을 받을 필요성이 인정되면 항소심에서도 다시 부를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인정, 박 전 회장에게 강제구인장을 발부했으나 검찰은 집행하지 않았다. 이것은 억울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가. 백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수백만 강원도민의 지지로 당선된 이광재 도지사다. 판사는 판결로서 말한다고 한다. 이광재는 유죄판결을 받아 도지사 자격이 박탈됐다. “이 당선자가 선고에 앞서 변론재개를 신청했지만, 이미 선고 결과에 대한 심증을 얻을 정도로 충분히 심리가 진행됐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것이 판사의 말이다. 강원도민의 투표로 당선된 도지사가 마지막으로 요구하는 변론재개를 거부한 판사는 판결로서 말했다. 이광재는 유죄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분명하게 알아야 할 일이 있다. 법원이 이광재에게 내린 판결로서 도지사직을 박탈당하고 직무가 정지됐다 해도 이광재는 살아 있다. 판결로 말한다는 판사의 판결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이광재는 강원도 도민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강원도의 도지사라는 사실이다. 결재 도장을 찍지 못한다 해도 그는 강원도의 정신적인 도지사다. 선거를 통해 뽑아준 도지사로서 강원도민의 지지와 힘으로 이제는 직위 없는 지사로서 강원도를 이끌어 갈 것이다. 이광재는 20년이 넘는 기나 긴 세월을 옆에서 지켜본 동지이자 혈육 같은 존재다. 노무현 이광재 안희정 모두가 내게는 피만 다를 뿐 혈육과 같다. 그들을 너무나 잘 안다. 그들의 출생도 성장도 세상살이도 내 자식처럼 잘 안다. 그들이 세상을 바르게 살려고 얼마나 애들 썼고 남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삼았는지 안다. 노무현이 번번이 떨어지는 출마를 할 때도 우리는 말없이 함께 했다. 부산 단칸방에서 쪼그려 잠을 잤고 낙선 후 소주잔을 기울이며 함께 울었다.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는 냉정한 광재가 이번에 눈물을 많이 보인다. 가슴이 미어진다. 대통령도 보고 계실 것이다. 강원도에 지역구를 잡았을 때 서울의 7배가 넘는다는 저 넓은 지역구를 어쩔 거냐고 했을 때 부지런한 광재는 하면 된다면서 웃었다. 폐허가 된 태백 정선 탄광촌을 다니면서 이제 강원도도 사람이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구를 다섯 바퀴나 돈 것 같은 열정을 쏟을 때 너무나 안쓰러워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하면 광재가 말했다. 이제 동계 올림픽만 유치하면 우리 강원도가 사람대접 받고 당당하게 산다고 했다. 조중동이 근거도 없이 음해하고 공격할 때 물었다. 광재가 날 보며 말했다. “선생님이 절 못 믿으세요.” 아니다. 난 믿는다. 그냥 믿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걸고 믿는다. 나는 광재의 후원회장이다. 노무현 후원회장을 했고 이광재 후원회장을 했고 부천시장 당선자인 김만수 후원회장을 했다. 대통령 후원회장이라는 자리는 실없는 사람들이 힘 좀 쓰는 자리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힘써 본 적 없다. 그래서 광재 후원회장을 한다. 대통령이 이기명은 돈 모아주는 능력 있는 후원회장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지만 역시 광재에게도 합법적인 돈도 한 푼 모아주지 못했다. 그 대신 몸과 마음으로 후원했다. 재판정을 나오면서 문득 생각했다. 내 팔자가 너무 세서 광재가 저 고생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너무나 분하고 억울하다. 내가 이럴진대 광재는 오죽하랴. 그러나 판사는 판결로서 말한다니 도리가 없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바위 아래 부처님도 광재를 믿으리라고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가 있다.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이 참 좋다. 난 강원도의 기운을 타고난 광재를 믿는다. 광재는 절대로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어난다. 2010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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