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금은 오뉴월 메뚜기 철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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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6-18)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철이라는 속담이 있다. 선거가 때마다 이 속담을 떠올리며 웃는다. 6.2 지방선거 때 정말 메뚜기가 많았다. 저마다 날개를 펄럭이며 자리 찾아 헤매는 메뚜기들을 보면서 저 중에 몇 마리나 살아남을까 생각했다. 요즘 다시 메뚜기 철이 왔다. 쇄신메뚜기다. 이 메뚜기들 때문에 정당이 시끄럽다. 이 메뚜기들은 당을 쇄신하겠다고 야단이다. ‘당권집착성’ 메뚜기다. 솔직히 한나라당의 메뚜기들에게는 관심 없다. 어느 누가 나와 봤자 대통령 손바닥 안에 원숭이니까 말이다. 관심은 그래도 야당이다. 그중에서도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한다고 한다. 영락없이 메뚜기가 등장한다. 덩치가 제법 크다. 최고위원, 당 대표. MBC 시선집중에 천정배가 나왔다. 당권에 도전한다. 민주당 안에 쇄신모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천정배가 공동대표다. 쥐나 개나 모두 쇄신을 말하니까 이제는 쇄신에도 질렸다. 쇄신 대상자들이 쇄신을 하겠다는 정치판이다. 이번에는 뭘 쇄신한다고 할까. 한나라당이야 선거에서 박살이 났으니 당을 쇄신한다는 명분이나 있는데 민주당은 무슨 쇄신일까. 철새들 쫓아낸다는 쇄신인가. 변절의 달인들을 몰아낸다는 쇄신인가. 기대는 않지만 들어 봤다. 새로운 인물을 세워 과감한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게 쇄신의 핵심이라고 한다. 새로운 인물이라고 했다. 한참 생각했다. 누가 새로운 인물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새로운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머리가 나쁘다. 방송을 다 듣고 나서야 겨우 깨달았으니 말이다. 천정배 자신이 새로운 인물이라는 것이다. 아 새로운 인물은 저런 것이로구나. “새로운 지도자가 분명하게 나서서 정체성도 새로 세우고 정책과 비전을 만드는 일들을 이끌어야 된다.”고 했다. 답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정배가 말하는 그런 조건에 맞는 인물을 그려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새로운 인물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역시 아니었다. 왜 아닌가. 천정배는 국회의원도 몇 번 했고 노무현 대통령 정권시절 법무장관도 했다. 의원직 사퇴도 해 봤고 단식도 했다. 할 것은 다 해 봤는데 그가 뭘 얼마나 잘했는지, 더구나 새로운 인물이라는 데는 고개가 끄덕여 지지가 않는다. 그는 정세균 대표가 지난 2년간에 민주당 부진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원들이 아니라고 하면 책임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소리다. 얌전한 맏사위 같은 정세균 대표. 미안하지만 사고라도 한 번 쳤으면 좋겠다. 이번에 4대강 저지를 위해 수장까지 각오한다니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은 정당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요소를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민주당은 인물, 정체성, 정책, 철학, 투지, 전략, 비전, 당내 민주주의, 국민과의 소통, 자기반성도 없다.” 이거 심각하다. 이런 정당이면 해체해야 한다. 아니라면 당을 음해했다고 출당을 하던지. 농담이다. 맞는 말이다. 정말 한심한 정당이다. 왜 국민들이 이번 6·2선거에서 민주당을 많이 당선시켰는지 의심이 갈 지경이지만 그건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미워서라는 것을 안다. 국민도 알면서 찍어줬다. 왜 민주당이 이 모양인가. 왜 민주당은 주구장창 헬렐레한 정당으로 남의 덕만 보고 살아왔는가. 사람이 없다. 저마다 잘났다고 하긴 하는데 그게 ‘구렁이 제 몸 추는 격’이다. 천정배는 민주당에 인물이 많다고 했다. 손석희가 정동영 손학규를 물었다. “좋은 지도자들이죠. 또 객관적으로 우리 당의 인물 중에서 가장 국민적으로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인물들인 것도 사실 아닙니까? 그런 분들도 앞으로 다음 대선에 나와서도 얼마든지 우리 당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국가지도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그런 바탕과 토양을 우리 당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정당으로 당을 바꿔가야겠죠.” 농담 아니다. 진짜로 천정배가 한 소리다. 놀랍다. 이 정도의 인물감식안인가. 혹시 우회적으로 민주당의 인물 없음을 고백한 것이라면 맞다. 정동영과 손학규를 민주당의 대표적인 국가지도자로 꼽는 것이 진짜 천정배의 안목이라면 그가 민주당의 당권을 잡을 경우 당을 위해 불행하다. 정동영이 누구인가. 중요한 시기에 당을 배신하고 탈당을 하고 당을 비난까지 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낙선한 것이야 깜이 안 되는 후보를 낸 민주당의 탓이라고 하겠지만 적어도 대통령 후보까지 했다면 최소한의 금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정동영은 무척 바쁜 모양이다. 당권에 도전한다는 설까지 돈다. 역시 덩치 큰 메뚜긴가. 아니기를 두 손 모아 빌지만 만약에 사실이라면 끔찍한 일이다. 쇄신모임이 할 일은 무엇인지 알 것이다. 해당행위자의 당권정지다. 쇄신모임의 면면들을 살펴봤다. 한겨레 식 직설이라면 자신들부터 쇄신을 해야 하고 ‘쇄신장사’를 넘어야 한다. 이들은 노무현을 근거 없이 지겹도록 비난했고 혐오하고 증오했다. 그리고 필요하면 이용했다. 노무현의 탄핵 이후 길에서 금배지를 주운 알량한 선량들은 이번에도 노무현 정신을 잘도 팔았다. 이건 정치지도자로 낙제다. 이제 쇄신모임이 할 일이 있다. 천정배가 할 일이 있다. 정동영이 할 일이 있다. 당권에 도전할 생각이라면 세력이 있을 것이다. 그 세력을 제대로 쓰라는 주문이다. 벌써 은평 지역구 보선에 쥐나 개나 모두 나간다고 한다. 이럴 때 칭찬받을 일 좀 해 보라. 무슨 말인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과감하게 공천을 하지 말고 야당과 연대하여 한나라당을 침몰시켜야 한다. 출마한다는 당원을 어떻게 막느냐는 소리는 입 밖에도 내지 말라. 그게 바로 정당의 지도자다. 민주당이 잃는 게 있을 것 같은가. 아니다. 얻는 것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다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쥐꼬리만 한 기득권에 안주하여 도토리 주워 먹으려다가 알밤도 잃고 민주당은 정당으로서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진다. 아니라고 하는가. 두고 봐라. 내 말 맞는다. 든든한 지역적 배경이 있다고 큰소리칠 것인가. 지역도 당신들이 시원찮으면 버린다. 가차없이 버린다.
이제 정식으로 민주당에 제의한다. 이것은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이른바 쇄신모임 의원들에게도 제의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몰두해야 할 일은 당권경쟁이 아니다. 당대표를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가 아니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비민주적 정치권력과 싸우는 것이다. 4대강이 지금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모른단 말인가. 4대강으로 해서 당의 대표가 수장당하는 것까지 각오하는 비장한 결심을 피력했다. 천안함 관련 유엔에 서한을 보냈다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 온 참여연대를 보안법에 건다고 한다. 참여연대를 폭파하겠다는 가스통이 등장한다. 민주화 운동의 참 일꾼인 김기식이 폭행을 당했다. 경찰이 피의자를 고문한 사실이 폭로되었다. 전직 총리가 미행을 당한다. 국민의 기본권은 사라져 가고 있다. 나는 천정배를 변호사 시절에 처음 봤다. 그는 항상 인권이 유린된 소외계층을 변호했고 시국사건의 단골변호사였다. 당시 유일하게 정론을 펼치던 CBS 방송에 단골 출연 인권변호사였다. 몇 년이었던가. 독립문 근처 인권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임수경 변호를 맡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너무나 존경스러워서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았다. 그런 천정배였다. 지금은 국가의 위기다. 당권이 문제가 아니다. 해야 될 일이 있다. 김진애 의원이 온 몸을 던지며 지금 4대강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다. 민주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민노당을 보라. 강기갑 대표에게 배워야 되지 않는가. 이정희 의원에게 바른 정치를 배워야 한다. 부끄럽지 않은가. 국민들이 주시한다. 지금은 전당대회에 정신 팔 시간이 없다. 쇄신모임에게 중요한 것은 당권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일의 우선순위를 잘 알 것이다. 잘만 한다면 당권은 국민들이 갖다 준다. 국민이 안아준다. 그게 바로 정권 찾아오는 거다. 민주당은 정말 정신 좀 차려라. 지금이 메뚜기 철인가.
2010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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