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새로운 도심 교통수단의 제안 - RINSPEED UC?

순수한 남자 2010. 7. 23. 19:21

새로운 도심 교통수단의 제안 - RINSPEED UC?

 자동차생활, 201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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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기 커뮤테이터 제안은 많았다. 그런데 린스피드 ‘UC?’는 열차를 타고다니는 자동차다. 주행거리가 짧은 커뮤테이터의 한계를 열차로 해결했다. 이를 위해 길이 2.6m의 초소형으로 디자인했고, 열차 이동 중 충전이 가능하다. 스위스 메이커다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스와로프스키가 커팅한 충전단자 커버. 충전상태에 따라 조명이 변한다

길이 2.6m에 불과한 길이는 열차를 타고 다니기 위한 선택이다

노란색과 녹색이 조화된 친환경풍 인테리어. 장난감 같은 인상을 준다

스티어링 휠이 사라진 대신 조이스틱으로 운전한다. 장애인차 전문기업 파라반이 개발한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사용했다

지붕에 수트 케이스를 얹어 수납공간의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충전 스테이션이나 열차에 마련된 충전기기를 사용해 충전한다

해치백을 열면 크지는 않아도 화물공간이 있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네바모터쇼가 다른 모터쇼들과 차별되는 부분은 바로 중립성. 스위스라는 나라 자체가 영세중립국이기도 하지만 자국산 자동차 메이커가 없다는 이유가 더 크다. 그렇다고 팔렉스포(제네바모터쇼가 열리는)가 다른나라 메이커들에 완전히 점령당한 것은 아니다. 이곳의 터줏대감 린스피드가 매년 컨셉트카를 선보이는 덕분이다. 원래 포르쉐 튜너로 시작된 린스피드는 수중차 스쿠바나 접히는 차 프레스토처럼 독특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왔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환경친화적인 차 만들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차 엑사시스나 지난해 선보인 아이체인지처럼 말이다. 올해 린스피드가 가지고 나온 것은 스마트 크기의 초소형 전기차. UC?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기차와 연동된 새로운 미래 교통체계에 대한 제안이다.

열차를 타고다니는 전기차
UC?라는 이름은 ‘Urban Commutator’에서 따 왔다. 그런데 장거리 이동을 포기하는 대신 도심에서 단거리 이동에만 주력했던 지금까지의 커뮤테이터와 차별화했음을 나타내기 위해 뒤에 물음표를 붙여 UC?가 되었다.

이 차의 길이는 불과 2.6m. 이런 극단적인 사이즈를 선택한 데 바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도심 교통과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기차 제안은 지금까지 많이 있었다. 열차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통해 도심근교까지 접근한 후 공용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차의 청소나 관리가 힘들 뿐 아니라 아무리 많은 차를 준비해도 차들의 위치를 적절히 안배하기가 힘들다. 사용자마다 출발지와 행선지가 제각각이기 때문. 그런데 린스피드는 자기 차를 직접 열차에 싣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열차에 실을 수 있을 만큼 크기를 줄이고, 이동하는 동안 충전도 한다는 신선한 아이디어다.

린스피드는 이번에도 스위스 전기차 메이커 에소로와 손을 잡았다. 최고시속 120km, 완충상태에서의 주행거리 105km는 유럽의 평균적인 주행조건을 두루 만족시킨다. 아우토반이 아니라면 이 이상의 고속주행이 무의미하며, 유럽인 80% 이상이 한번에 60km 이상을 이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상적인 사용조건에 전혀 무리가 없는 스펙이다. 여기에 장거리 이동을 열차로 할 수 있다면 UC?의 장점은 극대화된다.

UC?의 겉모습은 마치 피아트 500을 싹둑 잘라놓은 듯한 느낌이다. 커다란 눈망울과 보닛 굴곡이 2세대 500을 빼어 닮아 피아트의 새로운 A 세그먼트 모델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1930~50년대 유럽의 소형차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니 어느 정도 의도적인 디자인인 듯하다.

인테리어는 형광 노랑과 초록을 매치시킨 가운데 센터페시아 중앙에 커다란 원형 계기판을 달았는데 전체적으로 장난감 같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친환경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 둘레에 달린 색색의 동그라미는 깜빡이와 헤드램프 등의 표시등이며 고급스러운 기계식 시계도 있다. 그런데 있어야 할 자리에 스티어링 휠이 보이지 않는다. UC?는 스티어링을 제거하고 시프트 레버 위치에 있는 조이스틱으로 운전한다. 장애인차 전문 메이커 파라반이 개발한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사용했다. 한편 열원인 엔진이 없기 때문에 히터는 전열식으로 마련했다. 극단적으로 짧아 수납공간이 부족한 문제는 지붕에 전용 수트 케이스를 얹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보닉과 다임러(메르세데스 벤츠)가 합작한 전기차 배터리 전문기업인 독일의 리포텍 제품이다. 충전장비는 압사르와 ABB 등에서 참여했다. 보닛 앞에 달린 230V 입력단자에는 엠블럼 대신 반짝거리는 커버가 씌워져 있다. 스왈로프스키가 커팅한 크리스털 커버는 필라멘트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충전상태에 따라 적색(방전상태), 오렌지색(절반충전), 녹색(가득충전)으로 빛난다. 피렐리가 개발한 P7 친투라토는 구름저항을 최소화한 전기차용 타이어로, 사이즈는 195/40 R17. 유니크한 경량 AEZ 휠은 하나에 6.2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전기차시대에는 인프라가 더욱 중요
원래 포르쉐 튜너로 시작해 퍼포먼스에 주력했던 린스피드는 언제부턴가 친환경이라는 화두에 더 주력하고 있는 느낌이다. 친환경에 적극적인 스위스라는 지리적 요건도 있지만 시대적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UC?는 단순히 도심에서 타는 전기 커뮤테이터의 한계를 스위스의 잘 짜여진 철도망을 활용해 확장한다는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전기차시대에는 차 한 대의 성능보다는 이처럼 유기적인 인프라 확보와 효율적인 활용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