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차지철을 살려내다니. 그럼 김재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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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9-03)
정두언이 무서운 말을 했다. 정말 무서운 발언이다. 청와대에 차지철이 되살아 왔다고 했다. 귀신이 살아 왔는가. 정두언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MB의 최측근이다. 그의 말 한마디는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정두언이 살려낸 차지철이 누구인가. 청와대 경호실 장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궁정동 마지막 만찬에서 김재규에 의해 버러지 같다는 욕설과 함께 생을 마감한 3, 4공의 실세였다. 비서실장 김계원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도 맥을 못 쓰던 막강한 실세였고 대통령의 신임을 배경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인물이었다. 방약무인이었다.
그가 대통령과 비서실장과 김재규와 함께 있을 때 했다는 말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1979년 10월 18일. 이른바 부마사태의 진원지인 부산과 마산에는 계엄이 선포됐다. 군인과 탱크를 동원해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진압하겠다는 독재정권의 단호한 결의였다. 살벌했다. 박정희와 비서실장 김재규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차지철의 대담 무쌍한 망언이 나온다. "캄보디아에는 300만 명을 죽였는데, 우리라고 100만 명 200만 명 죽이는 게 대수겠는가?" ‘킬링필드’를 기억할 것이다. ‘폴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즈군이 캄보디아를 공산화한 후 전 국민의 4분의 1인 200~300만 명의 반대세력과 지식인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인면수심의 반인간적인 발언의 주인공 차지철. 그는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차지철은 지금 음습한 독재의 망령으로 국민들 뇌리에 박혀 있다. 그는 정부의 뜻에 반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폭행과 욕설을 서슴치 않았다. 조인트를 깐 것이다. 사찰과 감시는 필수였다. 장관들도 그의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였다. 그런 차지철을 정두언이 살려낸 것이다. MB가 역정을 냈다고 한다. 당연하다. 아무리 당했기로서니 차지철을 살려내다니. 그럼 김재규는 어떻게 되는가. 차지철 같은 사찰의 주범을 살려내면 그를 제거한 김재규도 살려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가. 사실 조금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두언 발언의 심각성은 바로 느낄 수 있다. 한나라당을 비롯해서 정권차원에서 부산하게 움직인다. 이재오의 특수임무도 시작됐다.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의 입을 막는 것이다. 방송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청와대는 펄펄 뛰지만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평화방송 PD가 언급했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힘이 빠진 목소리다. 다들 그럴 줄 알았다는 분석이다. 뛰어봐야 벼룩이 아닌가. 부처님 손바닥 안에 손오공이다.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 재미를 보던 인간들이 소외를 당하면 견디지 못한다. 일종의 금단현상이다. 그러다가 시일이 가면 현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 정두언이 그 꼴이다. 그래도 그렇지. 차지철을 살려내다니. 처음에 귀를 의심하다가 이어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했다. 그러나 정두언의 발언이 시사하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흔히들 레임덕이라 하는데 레임덕의 증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권력자에 대한 발언이 험해진다. 겁이 없어진다. 이상득에 대한 한나라당 내부의 발언도 수위가 높아졌다. 집권초기 같으면 어디 생각이나 할 수 있는 발언인가. 앞으로 더욱더 거칠어 질 것이다. 호칭만 해도 그렇다. 살펴보면 변화가 느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님께서’가 ‘이명박 대통령은’으로 변한다. 이미 MB라는 호칭은 이상하지도 않다. 다음은 그냥 ‘대통령’이다. 그 다음은 달랑 ‘이명박’으로 된다. 인터넷에 들어 가 보면 차마 입으로 옮기기 거북한 호칭들이 난무한다. 일찌기 보지 못한 현상이다. 대통령이 그럴진대 그 밑에 공직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위기를 느낄 것이다. 좌우간 정두언은 용감했고 차지철은 살아났다. 그러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독재정권의 비극을 차지철을 살려냄으로써 국민에게 일깨운 정두언과 한국의 정치현실이 아프다. 김재규는 지금 지하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10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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