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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전사의 어뢰와 화약냄새

순수한 남자 2010. 9. 16. 12:34

세계 해전사의 어뢰와 화약냄새
번호 200290  글쓴이 Crete (Crete)  조회 69  누리 5 (15-10, 0:3:0)  등록일 2010-9-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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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해전사의 어뢰와 화약냄새

천안함 사건을 보며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있는데....

일단 이 의문을 말씀드리기 전에 몇가지 해전사, 특히나 어뢰에 피격된 군함에 승선했던 이들의 증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달그린 제독의 증언

프래이저 매거진 Vol. 78, 720쪽에 나온 내용(본문링크) 을 먼저 소개합니다. 이 얘기는 좀 오래되기는 했는데... 1865년, 그러니까 미국 남북전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를 시점입니다. 북군 해군의 달그린(Dahlgren) 제독의 증언입니다. 참고로 달그린 제독은 미해군 역사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죠. 각종 병기, 그러니까 신형 함포 디자인을 포함한 북군 해군의 병기국을 이끈 공로로 현대 미해군 병기국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양반입니다.


위의 사진은 달그린제독이 자신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50파운드 달그린 함포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사진출처) 이 사진을 찍고나서 1년 후인 1865년 3월 1일 자신의 기함인 하베스트문호(Harvest Moon)가 어뢰 피격을 당합니다. 달그린 제독은 그날 아침 자신의 함실에서 피격 순간을 경험하게 되죠. 그 부분을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의 아침 8시 경이었다. 나는 함실에서 아침식사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굉음과 함께 큰 충격이 전해졌다. 격실이 산산조각이 났고 파편들이 천지사방으로 튀었다. 처음 든 생각은 '보일러가 폭발했나보구나' 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전날 저녁에 기관공이 보일러 수리가 시급하다는 보고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화약냄새가 진동 (The smell of gunpowder quickly followed)을 했고 나는 탄약고가 폭발했나 보다 생각했다. (중략) 다행이도 고급사관실과 상갑판의 통로와 계단 사이의 빈공간을 어뢰가 가격기 때문에 희생자가 한명만 발생했다." (프래이저 매거진 Vol. 78, 720쪽에서 인용, 링크)



(2) 과달카날 해전과 한 무전병의 증언

두번째 얘기는 태평양 전쟁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힘의 균형 끝에 서 있던 과달카날 해전에서 있었던 사건이죠. 1942년 9월 15일 오후 2시경입니다. 미해군의 항공모함인 와스프(Wasp)는 함재기의 급유와 인근 해역의 대잠수함 초계임무를 수행중이었습니다. 오후 2시44분 6발의 95식 일본군 어뢰가 와스프를 향해 돌진해 옵니다. 이중 3발이 명중했고 와스프는 선미에 심각한 손상과 함께 대규모 화재가 발생합니다. 피격발생 36분만에 함장은 퇴함을 명령하고 40여분에 걸쳐 전원 퇴함이 마무리됩니다. 이후 저녁 9시에 최종적으로 와스프는 침몰했습니다. 아래 사진이 화염에 휩싸인 항공모함 와스프의 사진입니다. (자료출처)


그런데 앞서 6발의 어뢰가 와스프를 향해 돌진했다고 말씀드렸고 이중 3발이 명중했다고 했죠? 그럼 3발이 남습니다. 이 3발의 어뢰중 2발이 4.5마일 후방에 있던 구축함 오브라이언과 전함 노스캐롤라이나에 각각 한발씩 명중하게 됩니다. 오브라이언은 침몰을 하게 되었고 노스캐롤라이나에는 거의 10미터짜리 구멍이 생겨버리죠.

405kg짜리 95식 일본군 어뢰에 맞아 10미터짜리 구멍이 뚫린 전함 노스캐롤라이나에 근무하던 3등 무전사 마리오 시빌리씨가 당시 상황을 증언한 내용(링크)이 있습니다. 이중 화약냄새에 대한 부분을 옮겨보도록 하죠.

"나는 바닷물과, 어뢰에서 나온 화약, 그리고 전함에서 새어나온 기름에 흠뻑 젖어버렸다. 나는 한동안 나쁜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 ( I was soaked with salt water and gunpowder from the torpedo and oil from the ship. I smelled pretty bad for a while.)"

이 마리오 시빌리씨의 글이 재미있는 건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한 점도 있지만, 시빌리씨가 승선한 전함 노스캐롤라이나, 침몰당한 항공모함 와스프와 구축함 오브라이언....에 6발의 어뢰를 발사한 당시 일본군 잠수함 승조원과 전후에 다시 만나서 찍은 사진이 있다는 점입니다. 1986년에 함께 모였으니 44년만의 재회인 셈이죠. 아래 사진의 가운데 모자를 쓴 분이 주인공인 시빌리씨입니다. 앞의 4명의 동양인은 일본군 잠수함 승조원들...




(3) 천안함 수병들의 증언

최문순의원이 예전에 발표한 생존장병 58명의 증언에도 있었던 내용인데 오늘은 조선일보가 보도한 [천안함 최종보고서 발표] 기사(기사링크)를 인용해 봅니다.

"41명은 "기름냄새가 났다"고 진술했고 (중략) 화약냄새, 물기둥, 화염은 보지 못했으나 (후략)"


(4) 토론

제가 즐겨 방문하는 2명의 블로거인 월광토끼님(포스팅내용링크)과 아빠늑대님(포스팅내용링크) 께서 이번 천안함최종보고서에 대한 포스팅을 해주셨습니다. 일단 천안함의 진실찾기(?)에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저는 이 두분의 포스팅에 귀담아 들을 진중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아빠늑대님의 경우 사실관계 확인도 부실한 상태에서 천안함 이슈를 이명박정부 까기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일부 정치집단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인 동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물론 동일한 잣대로 사실관계 확인도 부실한 상태에서 지방선거에 보수층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해 천안함 이슈를 써먹은 이명방정부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죠.)

하지만 TNT 기준 350kg짜리 어뢰가 6~9m의 근거리에서 수심 7m 지점에서 폭발(기사링크) 했는데 생존장병 58명중 단 한사람도 화약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점에서 저는 이번 천안함최종보고서의 결론에 흔쾌히 찬성표를 던질 수는 없습니다. 물론 좌초설에는 더욱 더 찬성표를 던질 수 없죠. 과학적 접근을 떠나서 선장을 포함한 생존장병 전원으로부터 마찬가지로 좌초설을 입증할만한 일체의 증언이 나오고 있지 않으니 말이죠.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0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