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해저터널, 위험한 생각입니다
(아고라 / 건들면다친다 / 2010-09-22)
이명박 대통령은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단순하게 “한·중·일, 일본과 중국의 사이에 한국이 있으니 우리나라가 물류의 메카가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이런 큰 사안은 그렇게 단순하게 1차원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문제입니다. 거시적, 미시적, 문화적, 경제적, 사회학적, 국방적으로 철저히 다 따져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자 생각해 봅시다.
중국과 일본은 어차피 대양을 끼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즉, 미국으로, 유럽으로 수출입 하는데 한국으로 통하는 해저터널을 이용하여 굳이 한국으로 물품을 보내고 한국 선주사에게 물품을 적재시켜서 유럽이나 세계 각국으로 이송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자국에서 바로 배에 실으면 되니까요.
다시 말해서 ‘세계무역의 중계무역으로서의 허브 건설’ 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한·중·일 간의 무역 자체에만 국한된다는 말입니다.
즉 해저터널의 이용 범위는 인적으로는 관광객, 물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직거래 물품, 기계부품, 생선, 어획물, 가공물 등이 되겠지요. 여행 가는데 비행기 타고 가는 거보다 자동차 타고 가면 훨씬 비용이 싸질 테고 어획물 같은 것들은 신선도가 생명이니 바로 자동차에 실어 운반하면 더욱 편리하겠지요.
자, 핵심은 멀까요? 관광산업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관광산업은 정말 후진국입니다. 중국이랑 일본은 땅도 넓고 볼 것도 훨씬 많습니다.
한·중 간 관광업을 보면 누가 흑자를 내고 있습니까? 한·일 간 관광업을 보면 누가 흑자를 내고 있습니까? 한국인이 중국에 관광 가는 경우가 중국인이 한국에 관광 오는 경우보다 100배는 많습니다. 한국인이 일본에 관광 가는 경우가 일본인이 한국에 관광 오는 경우보다 100배는 많습니다.
한일해저터널이 완공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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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해저터널 조감도 |
일본여행이 훨씬 수월해지고 저렴해지겠지요. 중국여행이 훨씬 수월하고 저렴해지겠지요. 결론은 해외관광으로 인한 외화 소비만 엄청나게 증가시킬 뿐입니다.
그리고 해저터널이란 것은 차가 오고 가는 것이지요. 자동차는 말입니다, 항공이나 배나 기차와는 차원이 다른 이동수단입니다. 비행기와 배는 항상 항공사와 선박회사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것은 사람과 물건에 한정됩니다. 하지만, 해저터널은 그렇지 않지요. 일본 자국영토, 중국 자국영토의 자동차들이 직접적으로 오고 간다는 것입니다. 해저터널 입구에 수백 대의 버스와 수백 대의 화물트럭을 배치해서 해저터널 전용차량만 따로 두는 식으로 하진 않을듯싶습니다. 분명히, 심지어 나중에는 개인차량까지도 접근할 수 있는 상황까지도 올 수도 있고요.
자,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봅시다. 마약밀수입, 총기밀수입… 이런 거 어떻게 제제할 것인가요? 차 연료통 안에다 마약 숨기고 들어오고 차 골조 프레임 안쪽에다 총기부품 숨겨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가요?
비행기, 선박처럼 승선·하선 시 사람 호주머니만 검색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동차 자체를 검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마약탐지견이 찾아낼 수도 없고, 적외선투시장치로도 식별이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가 그나마 총기 테러나 마약으로부터 청정지역이라는 소릴 듣는 이유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으로는 60만 대군이 버티고 서 있기 때문입니다.
또 봅시다.
해외 원정 성매매,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지금도 비행기 타고 일본에 가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 많지요. 한국이 일본보다 환율과 물가에서 유리하니까 비행기까지 타고 한국에 와서 한국여성들이랑 성매매관광을 즐기는 일본인들 많지요.
자, 이제 비행기 삯도 안 듭니다. 일본인들 한국여성들이랑 관계하러 엄청나게 넘어 오겠네요. 아마 주말 섹스관광이나, 일본 남 한국 여고생과의 원조교제 붐, 이런 것들이 나타날지도 모르겠군요.
거시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북한과 통일이 된다면 유럽-중동-중국-한국을 잇는 초고속 열차가 건설되겠지요. 지금도 열차속도 어마어마하게 빠릅니다. 시속 300km를 넘어가지요. 그 상황이 되면 한-중 간 해저터널 자동차 운송은 그냥 끝나는 겁니다.
위그선 아시나요? 물 위에 떠가는 수상보트입니다. 지금 개발된 위그선 속도가 200km까지 나옵니다. 향후 더 개발을 거치면 부산서 일본까지 30분 만에도 주파가 가능하게 됩니다. 연료비는 자동차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지금은 기본 300km인 시대입니다. 그런 상황에 왜 굳이 이명박 정권은 물 위도 아닌 물속에다 힘들게 구멍을 뚫어 100km를 못 넘는 자동차용 터널을 지으려 하는 걸까요? 운하를 파서 느리고 느린 하천운송에 매달리는 걸까요?
국방적으로도 생각해 봅시다. 추후 일본에 심해대지진이 발생하여 일본 본토가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을 때 해저터널로 수백만 명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넘어오려 하면 그것을 무슨 명분으로 막을 건가요? 사람이 살겠다고 넘어온다는 걸 무슨 명분으로 막을 건가요?
북한이 잠수함으로 해저터널에 장난이라도 친다면 그걸 어떻게 막을 건가요? 해저터널 주변에 한국 잠수함 5-6척을 수시로 항시 순찰시키며 지킬 건가요?
한·중·일은 말입니다, 특히 한국하고 일본은 말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와 같은 그런 관계의 나라가 아닙니다.
아무리 경제대통령, 경제대통령 한다지만 좀 다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건들면다친다
출처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98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