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물기둥은 없었다… 사고 시각에도 기동 중”
언론 검증위 종합보고서 발표… “국정조사로 진실 규명해야”
(프레시안 / 이경희 / 2010-10-12)
“어뢰격침설을 따를 때, 천안함 폭발원점은 정부가 정한 것보다 북서쪽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발 후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조각난 선체가 조류를 거슬렀다는 의미가 된다.”
“아무도 버블제트 물기둥을 보지 못했으며 백령도 초병들이 목격한 섬광 발생 위치(초소 기준 북서쪽)는 폭발원점(초소 기준 남서쪽)과 전혀 관련 없다.”
“정부의 스크루 시뮬레이션 동영상은 스크루의 회전 방향을 실제 방향과 반대로 진행해서 얻은 결론이다. 그러므로 관성력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가 구성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언론 검증위)의 최종 결론이다. 언론 검증위는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버블제트는 없었고, 천안함은 모종의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일정시간 기동했다”며 지난달 13일 국방부가 발표한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 언론 검증위 ‘천안함 종합 보고서’ 전문보기)
“폭발원점 위치 오류, 어뢰격침설은 잘못”
검증위가 제기한 정부 결론의 첫 번째 오류는 폭발원점에 관한 것이다. 3월 26일 사고 당시 천안함은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항해하고 있었다. 천안함과 정반대 방향(남동쪽)으로 흐르던 조류는 3노트였고, 천안함은 7노트로 이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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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뢰격침설 개념도 ⓒ언론 검증위 |
어뢰격침설이 맞다면 사고 직후 동력을 잃은 천안함은 조류를 따라 남동쪽으로 흘러가야 한다. 백령도 초소에 설치된 열상감지장비(TOD)에 최초로 관측된 B 지점보다 북서쪽에서 폭발이 있고 조류를 따라 남서쪽으로 흘러 내려오다가 TOD 영상에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함미의 관측 위치도 마찬가지다. 함미가 침몰하고 있는 TOD 영상은 함미가 완전히 침몰한 영상보다 북서쪽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합조단이 제시한 폭발원점은 TOD 영상이 찍힌 B와 C 사이여서 모순이 생겼다는 게 검증위의 입장이다. TOD 관측선인 B와 C에 근거해 폭발 위치 관측선(A)과 함미가 완전히 침몰한 관측선(D)은 예측 가능하다. 검증위는 “오차를 고려해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치명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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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밝힌 폭발원점(빨간색 점)은 천안함에 사고가 난 직후 TOD에 최초로 찍힌 B 점보다 남동쪽에 있어서, 기동력을 잃은 천안함이 조류를 거슬러 올라갔다는 모순에 봉착한다. ⓒ언론 검증위 |
“21시 22분, 천안함은 북서진 중이었다”
“천안함은 9시 17분 이후 어느 시점에 스크루를 변형시키는 모종의 문제에 봉착했고, 22분에 약한 타격에 직면한다. 그 이후로도 제약된 기동력으로 북서진하다가 함체가 절단되면서 침몰한 것으로 판단한다.”
검증위는 또 “폭발원점이 TOD 상의 폭발 직후 위치보다 북서쪽으로 옮겨져야 정부가 주장하는 버블제트로 인한 순간적 절단이라는 어뢰격침설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검증위는 “어뢰격침설로는 천안함의 북서진 설명이 불가능하다”며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 좌표와 TOD 동영상을 토대로 분석하면 21시 22분에 천안함의 북서진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언론검증위 노종면 검증위원은 “지진파는 발생했지만, 원인은 어뢰가 아닌 약한 타격”이라며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한 검증위의 입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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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면 검증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아무도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
아울러 검증위는 초병들의 증언을 토대로 버블제트 물기둥에 대한 합조단의 주장을 반박했다. 합조단이 초병들의 진술을 물기둥 증언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 “동대문 살인사건 목격자가 종로 살인사건 증인?”)
초병 A : “쿵 소리와 함께 하얀 불빛이 방위각 280도(북서쪽), 4km 지점에서 보였습니다. 두무진 돌출부(초소 북서쪽에 있는 절벽 지형)에 의하여 불빛이 가려진 상태였습니다.”
초병 B : “물기둥 등 다른 것을 보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지만, 다른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검증위에 따르면 초병들이 목격한 섬광 발생 위치(초소 기준 북서쪽)는 폭발원점(초소 기준 남서쪽)과 전혀 관련이 없다. 섬광의 폭과 높이도 섬광 일부를 가린 두무진 돌출부의 절벽 규모를 기준으로 추정한 것으로 검증위는 판단했다.
검증위는 “초병들이 봤다는 섬광은 버블제트 물기둥일 수 없으며 정부가 초병 진술을 왜곡, 조작했다는 의혹이 짙다”고 밝혔다.
“관성력은 아무것도 설명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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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참석자가 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스크루 변형에 대한 분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정부는 “천안함이 좌초된 것으로 본다면 프로펠러 날개가 파손되거나 긁힌 흔적이 있어야 하나 그러한 손상이 없다”며 “그러므로 프로펠러의 급작스런 정지와 추진축의 밀림 등에 따른 ‘관성력’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언론 검증위가 조사한 바로는 스크루에 심각한 국부적 파손이 뚜렷이 발견되며 표면 곳곳에 긁힌 자국이 뚜렷하다. 날개 앞쪽에 손상이 없다는 합조단의 조사와는 다르게 손상 대부분이 날개 앞쪽에서 발견됐다.
관성력을 입증하는 데는 더 큰 모순이 존재한다. 합조단의 2차 스크루 시뮬레이션 동영상은 스크루를 역회전시켜 얻은 결과로 시뮬레이션 상의 회전 방향과 실제 회전 방향은 완전히 반대이다. 실제로는 정부가 밝힌 관성력 작용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날개가 휘어진 것이다. 검증위는 “관성력 외에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언론 검증위 종합보고서 맺음말 요약>
본 보고서는 정부 조사결과를 언론인, 과학자들과 함께 다섯 달 가까이 검증한 결과다. 합조단 근거 가운데 지진파와 음파, KNTDS 항적, TOD 동영상 자료를 기본적으로 신뢰한 상태에서 작성되었다.
그동안 검증위는 특정한 결론을 내리는데 신중을 기했으나, 이번 보고서를 통해 ‘최소한 버블제트는 없었으며, 모종의 사건 발생 이후에도 일정 시간 천안함이 기동 중이었다’는 제한적인 결론을 내렸다.
함체의 변형 상태와 같이 매우 중요한 검증 대상임에도 전문적인 자문을 거치지 못했거나, 정보에 접근하지 못한 경우는 그 내용을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본 보고서는 부족함에도 합조단 핵심 근거의 모순을 상당 부분 밝혀냄으로써 천안함 사건의 사실 관계가 총체적으로 재규명 되어야 함을 확인해 준다. 다시 한 번 국정조사 등을 통한 진실 규명을 촉구한다.
<언론 검증위 발표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
◇ 초병진술을 물기둥 증언으로 왜곡하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합조단에서는 ‘초병이 물기둥을 보았다’고 발표한 사실이 없으며, 초병의 백색섬광 진술을 물기둥이라고 판단한 것은, ①백령도 초병들이 높이 100m, 폭 20~30m의 하얀색 섬광 불빛을 2~3초간 관측했다고 진술하면서, 수중폭발 장면과 유사하게 ‘V자형 그림’으로 표현한 점, ② 생존자들이 구조 직전 넘어진 선체 상단부의 좌현 현창에 물이 고여 있었다고 진술한 점, ③ 좌현 견시병이 함정과 같이 넘어졌을 때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분석하여 수중폭발로 발생한 물기둥 현상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 스크루 변형 분석과 관련된 오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스크루의 부분적인 손상(일부파손 및 긁힘 현상)은 선체가 침몰 및 인양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입니다. 우현 스크루가 손상된 이유는, 짧은 시간에 추진축이 뒤로 밀림과 동시에 급격한 정지에 따른 관성력으로 스크루 날개 다섯 개가 앞쪽으로 구부러진 상태로 변형되었고, 좌현 축은 상대적으로 정지시간이 길어 적은 관성력이 작용함으로써 손상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천안함 선체 하부에서 수중폭발이 발생하여 천안함 추진축에 연결된 기어박스 하부에 충격을 가하여 감속기어가 손상되어 발생한 것으로 2차에 걸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변형을 확인하였습니다.
(흡착물질 관련 반박은 생략)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1012184210§ion=05
“천안함 흡착물, 폭발과 무관한 바스알루미나이트”
지질학자 양판석 박사 “상온·저온서 나오는 수산화물일 뿐”
(프레시안 / 황준호 / 2010-10-12)
정부가 ‘1번’ 어뢰추진체의 천안함 피격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인 천안함 흡착물질이 실은 폭발과 상관없는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Basaluminite)’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은 9월 24일부터 10월 7일까지 천안함 흡착물질을 6가지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조가 구성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언론 검증위)는 1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천안함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선체(AM1)와 어뢰추진체(AM2)에서 공히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다량 검출됐고, 이는 알루미늄이 들어간 어뢰가 폭발하며 생성된 것으로 어뢰 피격의 증거라고 주장해 왔다. 이 주장은 지난달 13일 발표한 국방부의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도 수록됐다.
그러나 이 물질이 바스알루미나이트라고 분석됨에 따라 어뢰가 천안함을 파괴했다는 주장은 타격을 받게 됐다. 바스알루미나이트는 상온이나 저온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물 계열의 물질이므로 폭발 등 고온 환경에서 나오는 1차 산물이 될 수 없다고 언론 검증위는 전했다.
과거 양판석 박사는 흡착물질에 대한 합조단의 에너지분광(EDS) 분석 데이터를 보고 그 물질은 비결정절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알루미늄 부식 등으로 나오는 수산화알루미늄이라고 추정했다. (☞ 관련 기사 : 천안함 진실 게임…어뢰 폭발 ‘결정적 증거’는 없다) 이후 양 박사는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이 국방부를 통해 확보한 AM1, AM2를 받아 실제로 분석한 결과 바스알루미나이트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부 보고서의 ‘열처리’ 결과는 바스알루미나이트에 부합”
흡착물질이 바스알루미나이트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우선 적외선분광분석(FT-IR)이라는 기법에 의해서다. 적외선 흡수 스펙트럼을 이용해 유기 물질을 분석하는 이 방법으로 양 박사는 흡착물질이 순수 바스알루미나이트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또한 양 박사는 흡착물질에 대한 전자현미(EMP) 분석을 실시한 후 알루미늄(Al)과 산소(O), 황(S)의 함량비가 바스알루미나이트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l-O-S의 함량비가 바스알루미나이트와 같다는 것은 에너지분광(EDS)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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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언론 검증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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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위의 <사진 1>은 국방부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있는 흡착물질의 EDS 데이터이고(AM1은 천안함, AM2는 어뢰추진체, AM3는 합조단 수중폭발실험 생성물) <사진 2>의 오른쪽은 바스알루미나이트의 EDS 데이터다. 두 그림의 Al-O-S 함량비가 거의 같다. 정부 보고서에 포함된 AM1과 AM2의 EDS 그래프 11개 중 5개에서 Al과 O의 비율이 순수한 바스알루미나이트와 거의 일치했다. ⓒ언론 검증위 |
아울러 양 박사는 바스알루미나이트에 대한 열처리 결과를 다룬 페이 린 티엔(Pei-Lin Tien)의 1968년 논문과 잭 선더만(Jack A. Sunderman)의 1969년 논문도 흡착물질이 바스알루미나이트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흡착물질을 열처리해 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을 얻었다면서, 이는 흡착물이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 박사는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를 열처리해도 역시 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이 나온다는 사실이 문헌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 양판석 박사 분석 결과 보고서 전문 보기)
국방부, 수중폭발실험 생성물 검증은 거부
한편, 합조단이 실시한 수중폭발실험 생성물(AM3)에 대한 분석은 국방부가 시료 제공을 거부함에 따라 이뤄지지 못했다. 흡착물질의 불일치 문제를 제기해 온 전문가들은 수중폭발실험 생성물의 EDS 데이터에 조작 의혹을 제기해 왔으나, 그 의혹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국방부 스스로 거부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언론 검증위는 이날 한 가지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일반적인 바닷물에는 황(S)이 나트륨(Na)의 1/10, 염소(Cl)의 1/20에 불과한데, AM3에 대한 EDS 분석에 보이는 황은 나트륨과 염소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수중폭발실험에 쓰인 폭약(HBX-3)과 부스터에는 황이 없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황이 이처럼 많이 나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검증위의 노종면 책임검증위원은 말했다.
노종면 위원은 “황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를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최소한 국정조사를 통해 이 문제가 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흡착물질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싶으면 그 결과를 언론 검증위와 공유한다는 조건 하에 2~3개 언론사에 한해 시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 박사의) 흡착물질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합조단이 이정희 의원에게 제공한 흡착물질 시료는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3의 기관으로 하여금 합조단 전문가 입회하에 개봉 및 분석하는 조건으로 재공했다”며 “그러나 이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양판석 박사에게 단독 분석 의뢰한 것으로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어 “흡착물질이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로 상온 또는 저온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물이므로 폭발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정량적인 분석 결과 없이 특정 물질로 단정하는 것으로 비과학적”이라며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첨가 폭약의 폭발 없이는 바스알루미나이트 내의 알루미늄 원소 성분의 출처를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1012210027§ion=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