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왈 “머리는 좋은데 나쁜 데 쓰는 자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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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도다.
(전략)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처럼 자원이 많지 않아 녹색성장 같은 미래 에너지를 후손들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은 좋은 두뇌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좋은 두뇌가 자산이긴 한데 그걸 좋은 곳에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곳에 쓰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후략) 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448253.html 이 보도를 접하면서 내 눈을 한참 의심했다. 오바마의 말의 의도는 '자원은 풍부하지 않아도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 있지 않으냐' 하는 정도로 이해된다. 그런데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저 말이 한 나라 대통령이란 자가 저 자리에서 답변으로 했어야 하는 말로, 정말 맞는 말인가. 저 발언을 한 사람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것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저 말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한 말인지, 모르고 한 말인지조차 당최 헤아릴 길이 없으니 ‘난 머리가 나쁜 사람’인 성싶다. 머리가 나빠야 좋은 일만 할 터이니 말이다. “좋은 두뇌가 자산이긴 한데 그걸 좋은 곳에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곳에 쓰는 사람도 있다” 1) 좋은 두뇌는 국가의 자산이다. 2) 두뇌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3) 두뇌가 좋다면, 좋은 놈일 수도 있고, 나쁜 놈일 수도 있다. 좋은 놈이라면 국가의 자산일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국가에 막대한 해악(害惡)를 끼칠 수 있다. 국가적으로 보자면, 두뇌가 좋은 자가 나쁜 놈인지 좋은 놈인지 알 수 없으니, 차라리 두뇌가 나쁜 놈이 국가에 조금이나마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두뇌가 나쁘다면, 좋은 놈일 수도 나쁜 놈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머리가 나쁜 편이 결과적으로 보면 더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두뇌가 나쁜 놈은 국가에 아무런 해악을 가져오지 않을 테니까. 3), 4)를 받아들이면 국민의 두뇌가 나쁜 편이 오히려 국가적으로는 좋을 수 있다. 요컨대 국민이 <멍청이>라면 국가적으로는 더 좋은 수 있을 것이다. 결국 (1)은 거짓이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 말은 적절한 때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목적을 위해 적절한 대상에 대해 말해야 그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마땅한 자리에 마땅한 사람이 있어야 하듯이 말도 마땅한 장소에서 마땅한 사람에 대해 적절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대개 예전 부모들은 8불출이라 해서 자식자랑, 마누라 자랑을 하지 않았다. 남한테 자식자랑을 하는 것을 그다지 썩 좋게 보지 않았다. 타인 앞에서는 자식을 좀 깎아 내리고 타인의 자식을 치켜세우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수장이란 자가 타국의 수장을 상대로 제 나라 국민을 깎아 내리는 것은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도대체 저런 경우는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듣는다. 국가의 위신과 자신이 속한 민족의 우수성을 떠벌리는 정치 지도자는 있었어도, 제 민족을 극도로 폄하하고 멸시하는 정치지도자는 일제시대의 식민지 사관에 물든 자들 외에는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명박을 두고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고 참새 벼이삭 까먹듯 종알댄다. 도대체 신뢰가 가지 않는 자이다. 입이 저렇게 가볍고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못하고 할 말 못할 말을 구별하지 못하는 자는 내 평생에 본 적이 없다.
스파르타인의 말투 <영웅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플루타르코스의 ‘뤼코르고스’ 편(18-20)에는 스파르타 사람들의 언어생활(the ways of diction)에 관련된 예들이 여럿 나온다. 스파르타 사람들은 간결하고, 간명하게 말하는 습관을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았다. 말을 하는데 반드시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는 훈련을 받았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명확한 글쓰기와 논리적으로 말하는 훈련인 셈이다. “누가 가장 훌륭한 남자냐”, “너는 이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같은 진지한 대답을 구하는 물음을 받으면 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시민으로서 바른 행동이 무엇인가에 대한 습관을 들이도록 교육받았다. 그 대답에는 근거와 논거가 명확해야 했고, 짧고 간결한 표현으로 압축해야만 했다. 이점은 이른바 7현인 중, 스파르타 출신의 킬론의 말 가운데도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비웃지 말라.” “자신의 집을 다스려라.” “너의 혀가 생각보다 앞서 달리게 하지 말라”와 같은 잠언들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스파르타 사람들은 아주 간명한 표현을 선호했다. 라케다이몬(스파르타 또 다른 이름, 라코니아 지방에 거주했으므로)의 칼이 짧다고 조롱하면 “그래도 우리의 이 단검들은 어김없이 적에게 가 닿지요”라고 답한다. 이를 말에 비유하자면 말은 짧아 보이지만, 어김없이 핵심을 찌르며 듣는 사람들의 생각을 사로잡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폴리스와 같이 높은 성벽이 없느냐고 물으면 “폴리스는 벽돌이 아니라 전사들로 둘러싸여야 제대로 된 성벽을 가졌다 할 수 있지요”라고 답한다. 실상은 높은 타이게토스 산에 둘러싸여 천연적 요새의 자연 환경으로 둘러싸인 스파르타는 성벽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스파르타의 법령을 만든 뤼쿠르고스의 조카에게 “왜 당신의 숙부는 소수의 법령밖에 만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법령도 많을 필요가 없지요”라고 답한다. 공동식사 장소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비판하자, “말할 줄 아는 사람은 말할 때도 알고 있는 법이지요”라고 답변한다. 올륌피아 경기를 훌륭하고 공정하게 치른다고 엘리스인들을 칭찬하자 아기스 왕은 “엘리인들이 4년에 단 하루만 공정하게 처신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이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떤 이방인이 호의를 보이며 자신의 고향에서는 라케다이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불린다는 말을 거듭해서 말하는 사람에겐 테오폼포스는 “여보시오, 그대의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편이 그대에게는 더 나을 것이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스파르타 인들은 이렇듯 시의절절한 말을 골라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교육을 어린시절부터 받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의 방식을 단순하게 꾸려가는 공동체에 적합한 언어습관을 들였다. 우리네 속담에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다. 말에 진지한 의미가 있고,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마땅한 때에 마땅한 장소에서 마땅한 목적을 위해 마땅한 사람에 대해 발언되었을 경우’일 것이다. 때와 장소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핵심을 꿰뚫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정치인에겐 하나의 극복할 수 없는 큰 악덕(惡德)이다. 정치인에겐 수사술도 필요하지만 말을 정확하게 하고 핵심을 지적하는 연설이 필요한 것이다. 링컨의 그 위대한 게티스버그 연설도 그 연설이 길어서 위대한 것이 아니다. 위대함은 크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링컨의 “인민에,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치”라는 이 경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효력을 갖는 것이다. 옹골차고 올곧고 개념 있는 정치인라면 이쯤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시에 갑작스럽게 재난을 당해 슬픔을 간직한 사람에게 “기왕지사 이렇게 됬으니...” 따위의 황당한 말을 지껄이지 않을 것이다. 그건 사람의 말이 아니라, 새들의 지저귐에 불과하다.
앞서 한겨레 보도된 저 말만 가지고도 이명박은 탄핵감이다.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을 두고 ‘머리는 좋으나 그 머리를 나쁜 곳에 쓰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쓰고 있으니 말이다. 이건 국가에 대한 모독이고, 국민에 대한 열등감을 조장하는 것이고, 종국엔 씻을 수 없는 명예 훼손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불손의 극치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기(氣)가 막혀 무어라 형언할 말이 당최 생각나질 않는다. 식민지 사관에 물든 자들이 조선 사람을 두고 ‘엽전은 할 수 없어. 명태새끼 패대듯이 매일 패야 해, 조선민족은 두뇌를 개조해야 해’ 하는 따위의 말을 서슴없이 지껄이는 것과 다름없다. 하여튼 MB는 구제불능한 존재다. 그 말과 행동의 가변성과 천박함은 말로 형언할 수조차 없이 많고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지적할 수 있다. 저 말을 전하는 휘하의 졸개들은 “좋은 두뇌가 자산이긴 한데 그걸 좋은 곳에 쓰는 사람도 있지만 나쁜 곳에 쓰는 사람도 있다”는 저 말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느긋하게 던진 말이라는 것이다. 이건 마사지가 아니라, 국민을 철저하게 모독하고 나서 “다 오해야”하는 말과 같다. 틀림없이 청와대는 ‘다 오햅니다’라고 발표할 것이다. 제발 “너의 혀가 생각보다 앞서 달리게 하지 말라.” 좀 머리가 짧으면 그냥 침묵하고 그저 웃기나 해라. 순수한 백치는 최소한 죄를 짓지는 않는 법이다. 혀 잘못 놀리다 역사의 심판을 받은 자가 어디 한 둘이던가? 그게 두렵지 않은가? 백번 양보해 들어줘도, 설령 다른 사람은 저 말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전과 14범이 할 말은 ‘단연코’ 아니다.
(cL) 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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