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성과”? 말 잔치로 끝난 서울선언
[분석] 환율조정 실패, IMF 개혁 등 경주선언 재탕… 의장국 역할도 도마 위에
(오마이뉴스 / 김종철 / 201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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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G20 정상회의 행사장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각국 정상들이 합의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유성호 |
빈 수레는 역시 요란했다. 또 의장국으로서 노력은 했지만 한계를 절감한 회의였다. 일부 외신은 ‘Empty words(빈말들)’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그들만의 잔치’로 일컫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12일 막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역사적인 성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환율 갈등을 둘러싸고 G20 정상들은 자국 이익에 맞춰 첨예한 입장 차를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또 환율과 함께 핵심 이슈였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 등도 예상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단지 ‘내년 상반기까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는 선언적 구호로 마무리하고, 내년 11월께로 예정된 프랑스 G20 칸 회의로 논의를 미뤘다.
이밖에 국제통화기금(IMF) 개혁과 함께 ‘글로벌 금융안전망’, ‘개발’ 등 다른 의제 역시 지난 10월 경주 회의 선언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결국 이날 발표된 ‘서울선언’은 구체적인 성과 없이, 경주 선언의 재탕과 함께 또 한 번 화려한 말 잔치로 끝이 났다.
MB “환율전쟁 벗어났다”… 역풍 맞았던 윤증현 전철 밟나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 핵심은 역시 환율 갈등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결과적으로 환율 전쟁에서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지난 경주 재무장관 회의를 마치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전쟁은 끝났다”는 말을 되풀이한 셈이다.
하지만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곧장 ‘성급한 발언’이라는 역풍을 맞았고, 이후 세계 경제는 환율 갈등의 골만 더 깊어갔다. 정부는 당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과 함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경상수지 목표제’ 도입 등을 성과로 들면서, 환율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그렇지만, 경주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일본과 캐나다 등에선 환율개입 발언이 이어졌다. 또 지난 3일 6000억 달러의 미국 양적 완화 조치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는 또다시 ‘환율 전쟁’에 휩싸였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환율 갈등과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에 대해 회원국 간 격론이 오가면서, 회원국 간 첨예한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특히 미국이 내세웠던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무역수지를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지하자는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선, 중국을 비롯해 독일 등 선진국에서조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강하게 반박할 정도였다.
환율조정 등 민감 이슈 합의 실패… G20 한계 그대로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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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결국 G20 정상들은 자국의 수출 등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율과 경상수지 목표에 대한 합의에 실패했다. 대신 세계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가이드라인 도입 방침만 확인하고, 논의를 2011년 프랑스 회의로 미뤄 버렸다. 다자간 협의 체제인 G20 회의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이와 함께 이번 서울회의의 주요 이슈로 꼽혔던 IMF 개혁과 금융안전망, 개발 의제 등에서는 기존 경주 합의문을 그대로 받아적었다.
경주에서 합의된 IMF 개혁 내용은 중국 등 신흥국으로 지분 이전 쿼터를 6%로 올리기로 결정했지만, IMF에서의 미국 의사결정 거부권은 그대로 유지됐다. IMF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 회원국들끼리 지분 나눠 먹기 회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안전망 역시 금융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한 예방적인 조치보다는 사후적인 대응책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금융 투기자본에 대한 금융 거래세 도입 등 금융 규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도 않았다.
또 정부가 서울 회의를 통해 공을 들여온 ‘개발 의제’ 역시 G20 이외의 신흥국가들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성과는 나오지 못했다.
회의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 제대로 발휘했나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컨센서스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활발한 원조와 함께 개발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개발 전략 등을 담고 있다”면서 “개발도상국을 세계경제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의제 자체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G20 정상회의의 본래 목적과는 다소 떨어진 주제이다 보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보다는 선언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G20 대응 민중행동 쪽은 이날 오후에 낸 논평에서 “이슈가 됐던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는 지난 경주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면서 “매우 모호하고 실효성이 불분명한 기존의 합의에서 머물었다”고 지적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빈 수레가 요란한 법 아닌가”라며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해 전 세계 국가들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중립적인 위치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할 우리 정부는 대놓고 미국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의장국으로서 제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77308&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