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미필자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되나?
(블로그 ‘Finding Echo’ / 虛虛 / 20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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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당·정·청 군 미필 정권 3인방 |
천안함 사건 때도 그랬지만, 이번 연평도 포격전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낀 게 있다. 군 미필자가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혹은 비슷한 인간들로 구성된 병역면제 정권이 이 나라를 끌고 가도록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귀중한 교훈이 그거다. 국민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 다음 몇 가지 그림을 보시면 누구라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실 게다.
#1. 연평도에 북한의 폭탄이 떨어진 23일, 대한민국은 ‘확전 금지’와 ‘미사일로 기지 타격’이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락가락 교전지침 때문에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군 통수권자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상황을 이끌었어야 함에도 주변의 반응에 이끌려 말을 뒤집는 민망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나중에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은 ‘확전 금지’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둘러댔지만 그러나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대통령에게 ‘묻지마 지지’를 보내던 꼴보수조차 등을 돌리고 수구언론들마저 냉소를 보냈을 정도. 내세울 게 군용 가죽점퍼 패션밖에 없는 군 미필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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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미필에, 전시작전권 개념도 몰라, 그래서 들고나온 안보대책이 가죽점퍼 착용? |
#2. 천안함 침몰로 46명의 장병이 떼죽음을 당하는 대형사건이 발생해도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감싸고 돌던 김태영 국방장관을, 국회 답변 시에 교전지침에 관한 대꾸를 잘못하여 대통령의 체면을 손상케 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내친 것도 이 정권이 국가안보보다 실은 정권안보에 더 집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다.
김태영 씨를 두둔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김 씨는 천안함 사건 때 진즉 옷을 벗어야 했다.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가? 그러나 이 정권은 사태가 마무리된 다음에 그를 바꿔도 된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랬던 정권이,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상황에서 황당무비한 이유를 내세워 장수를 갑자기 바꾼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3. ‘기가 차고 코가 차는’ 일들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 포격으로 연평도가 쑥대밭이 되고 국민이 전쟁 공포에 시달리는 시점을 이용해, 쥐새끼들처럼 혹은 도둑고양이들처럼 아무도 모르게 세비를 5% 전격 인상한 국회의원들의 파렴치한 행태는 또 어떤가? 입만 열면 ‘국가안보’ ‘강경대응’을 부르짖는 나랏님들의 윤리 수준이 이 정도다.
이것이 개탄스러운 것은 한반도 위기상황과 세비 인상의 부적절한 조합 내지는 비역사성 때문만이 아니다. 연평도를 탈출해 찜질방에서 지새고 있는 피난민들의 비참한 상황과 극명한 컨트라스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일 개인이 1억에 가까운 사비를 털어 피난민들을 돌보는 동안, 이 나라는 이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 주었는가를.
#4. 더 기가 막힌 것은, 이처럼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는 짓을 하면서도 모당 대표 왈, “지금이라도 전쟁 나면 입대해서 같이 싸울 것”이라느니 “대한민국 안위 위해 신명 바치겠다”느니 하는 헛소리들을 천연덕스레 나불댔다는 거다. 설마 그는 포탄과 보온병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행불자’의 말이 국민에게 통할 거라 생각해서 그리 말한 걸까?
군대는 영장 나올 때 가면 되는 거고, 집권당 대표는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만들어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하고 있는 짓이란, 연평도 사태로 나라가 위태로운 이때 숫자가 새겨진 북한 포탄을 들고 와 새삼스레 천안함 논쟁을 재개한 게 전부다. 병역면제당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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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드립 하기 전에 보온병과 포탄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 먼저 갖추시길… |
알다시피 이 정권에는 군필자가 거의 없다. 이 대통령 자신을 포함해서 국무총리, 여당 대표, 국정원장 등등 참석자들 태반이 군복 한 번 걸쳐 보지 못한 군 미필자들이다. 오죽하면 네티즌들 사이에서 “국방장관이 군대 다녀온 사람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았을까. 안보 포퓰리즘이 횡행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총 한 번 잡아 보지 못하고 짬밥 한 그릇 먹어보지 않은 어설픈 인간들이 국가안보를 논하고, 병역면제자들이 ‘전쟁 불사’를 외쳐대는 막장극을 언제까지 두고 볼 셈인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전쟁의 무서움을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좋을 만큼 대한민국은 여유롭지 않다. 정신 차리자. 제발.
虛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