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지하수 교란’ 농경지 침수피해 현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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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성산들에선 수박·양상추 재배 등 겨울농사로 바빠야 할 농민들이 “4대강 사업 때문에 들판에 물이 솟아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일손을 놓고 애꿎은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주민들의 항의를 접한 시공업체 금호건설이 현장을 확인하려고 성산들 10여곳에 파놓은 구덩이에는 지표면 가까이까지 지하수가 가득 차올라 있었다. 일부 농지는 삽으로 여기저기 땅을 헤치기만 해도 30㎝가량 아래에서 어김없이 물이 솟아 늪처럼 질퍽거렸다. 농민 손영교(55)씨는 “가을걷이 무렵 논에서 물을 뺐는데도 땅이 젖어 있었다”며 “요즘 같은 겨울에 장마철처럼 물이 차오르는 것은 살다살다 처음 봤다”고 말했다. 성산들은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저지대여서 강둑에 둘러싸여 있는 농지다. 성산리 40여가구 주민들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비닐집을 짓고 수박·양상추 등을 길러 겨울에만 7억원가량을 벌어왔다. 안영식(43) 성산들 피해대책위원장은 “수박은 지하 1m까지 뿌리를 내리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수박이 자랄 수 없다”며 “4대강 사업을 중단하든지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겨울농사 수익이 평년보다 적어도 40%는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4대강 사업으로 지하수 흐름이 교란돼 침수 피해를 낼 수 있다는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이날 현장을 살펴본 뒤 “둔치에 높게 쌓은 준설토의 침출수가 성산들 지하에까지 배어들고, 침출수 때문에 성산들 지하수가 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준설작업을 하는 동안은 침수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산들 둑 너머 둔치 야적장에는 물기가 덜 빠진 준설토가 2m가량 높이로 둑을 따라 길게 쌓여 있었고, 낙동강 가운데선 준설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에 대해 낙동강 19공구 시행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는 “둔치가 들판보다 높은 지형적 특성에다 배수체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밀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겠으며, 배수로를 정비하고 양수기를 설치해 주민 피해를 막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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