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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몰락 떠올리게 한 ‘형님예산’과 날치기

순수한 남자 2010. 12. 14. 17:32

정권 몰락 떠올리게 한 ‘형님예산’과 날치기
번호 220581  글쓴이 希望 (actsky)  조회 1476  누리 261 (261-0, 12:32:0)  등록일 2010-12-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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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몰락 떠올리게 한 ‘형님예산’과 날치기
‘YS정권 몰락’⇒‘MB정권 몰락’ 재연되나

(서프라이즈 / 希望 / 2010-12-14)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남경필 의원이 옳았다. 적어도 ‘형통령’에 대한 우려는 옳았다.

2008년 3월 23일. 기사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온 오후 4시경. 제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자들은 사전공지 없이 여의도 한나라당사 기자실로 불쑥 들이닥쳤다. 자칭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걱정하는 총선 후보들의 모임’ 소속 19명의 후보들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 즉 국정 불개입을 촉구했다.

회견은 급작스러웠지만 과정은 나름대로 치밀했다. 남경필 의원은 21일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이 의원이 불출마해야 한다”며 ‘깃발’을 들었고, 정두언 의원과 김용태 당시 후보 등 ‘친이계’ 출마자들이 남 의원을 지원하며 이 의원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이 모임은 30명 가까이 몸집을 늘렸고, 기자회견 이후 2~3시간 만에 동조자가 55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계파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성명서에는 대구·경북지역 공천자들은 끝내 1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부산·경남의 경우도 소수가 참여했을 뿐이었다. 결국 주류는 ‘이재오계’와 수도권지역 출마자였고,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득계’가 ‘이재오계’와 정두언 등 수도권 소장파들과 갈등해왔다는 점에서 당시 언론들은 ‘당내 파워게임’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이상득 퇴진론’은 3개월 후 다시 점화됐다. 청와대와 내각개편에 ‘형님’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김용태 의원은 “지금은 ‘6·10 촛불집회’에 대해 큰 답을 주고, 대쇄신에 임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하지만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패밀리 비즈니스처럼 되고 있다”며 이 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2008년 봄과 여름 그리고 2009년의 여름

김 의원은 이 의원에게 “깨끗하게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하며 필요하다면 해외체류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경필 의원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모두 이 의원 보좌관 출신이나 측근이므로 이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정치 일선에서 물러서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며 거들었다.

‘형님의 오른팔’이라는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사퇴하면서 양측의 파워게임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정두언 의원은 “‘박영준이 물러난 것으로 화풀이했으니 끝났다’는 말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인적 쇄신과 관련해 “끝을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형님’은 “인사개입의 증거를 대라”며 ‘의연하게’ 버텼다.

이듬해 4·29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고, ‘민본21’이 다시 ‘형님의 퇴진’을 요구했다.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의원에 정두언 의원 등 ‘친이’ 일부, 친박계 진영 의원까지 나섰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이 이어졌고, 500만명의 조문객이 빈소를 찾으며 여권은 “생존의 위기”를 느꼈다. ‘형님’은 “국내 정치에 손을 떼겠다”며 ‘2선 후퇴’를 수용했다.

하지만 김주성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장다사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더불어 ‘총리실’로 자리를 옮긴 박영준 국무차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형님’의 2선 후퇴 선언은 ‘레토릭’일 뿐이었다. ‘형님’은 “대일외교에 전념하겠다”고 말했지만 “해외로 나가라”는 소장파의 요구를 묵살했고, 올해 여름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에 대한 ‘불법사찰사건’이 드러나고 말았다.


‘YS정권 몰락’ ⇒ ‘MB정권 몰락’으로 재연되나

이상득 의원의 근본적인 한계는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신분에 있었다. 나서면 나설수록 본인뿐 아니라 ‘동생’에게도 부담이 됐다. 그렇지만 그 형에 그 동생. ‘형님’은 꿋꿋했다. 여전히 ‘이재오계’와 ‘정두언계’는 소외됐으며, ‘형님’은 모든 인사를 좌우했다. 앞서 2008년 12월에 ‘형님’의 ‘여당의원 성향분석’이라는 문건까지 만들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 정치적 함의(含意)가 있다. 정두언, 남경필 의원의 ‘형님 사퇴’ 요구는 명백히 ‘파워게임’ 형식을 띄고 있었고, 이후 이재오 의원의 미국행과 귀국과정에서 ‘형님’의 역할이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소장파가 내세웠던 ‘형님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맞았다. 이상득의 ‘만사형통’은 MB에겐 ‘만사불통’이었다.

결국 형님이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엔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형님예산’이 2009년 4370억 원, 2010년 4359억 원에 이어 내년 1790억 원까지 3년간 1조 원을 넘겼고 여론은 들끓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마저 “YS정권 몰락의 신호탄”까지 거론하며 후폭풍을 우려할 정도다. 하필 ‘영부인예산’ ‘위원장예산’까지 등장해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불법사찰과 권력 사유화 논란의 ‘핵심’이자 ‘형님의 오른팔 박영준 국무차장을 내치지 않고 지경부차관으로 옮겨준 당사자. 결국 ‘YS정권의 몰락’은 ‘MB정권의 몰락’으로 재연될 수밖에 없다. 워낙 올곧은(?) MB식 ‘불통’과 ‘형님’에 대한 ‘동생’의 끝없는 믿음, 끝내 변하지 않은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악화일로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希望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0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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