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김성회에게 대포폰으로 전화했을까
한심한 해명… ‘격려’면 어떻고 ‘위로’면 또 어떤가
(서프라이즈 / 希望 / 2010-12-16)
“한낱 야인으로 지내다 보니 본디 게으르고 소홀함이 천성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제갈공명이 자신을 세 차례나 찾아온 유비의 청을 거절하면서 했다는 말이다. 물론 공명은 유비를 따라나섰고, 이 얘기는 삼고초려(三顧草廬)와 수어지교(水魚之交)의 고사로 알려져 있다.
재주야 제갈량에 비할 바 아니지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교할만한 상대조차 되지 못하지만 게으르고 소홀한 천성은 일견 비슷한 점도 있다. 자주 글을 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당최 쉴 수가 없다. 명색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품을 보자니 제아무리 게으른 사람이라도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 몸싸움용을 데려왔다는 김성회 의원에게, 무장해제 하고 가만히 서 있는 재선의원에게 회심의 카운터펀치를 작렬시켜 피를 보게 한 초선 의원에게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격려’하고 ‘감사’를 표하는 2010년의 현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 몰상식하고, 무례한 상황이 마치 있을 수 있는 일인 양 이해되는 민주국가의 현실이 참 낯설다.
‘국민의 오해’와 ‘정부의 해명’ 언제까지 계속되나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이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했고, 상황은 또다시 ‘국민의 오해’와 ‘정부·여당의 해명’이 등장하며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 의원이 감읍하며 언론 앞에 자랑스레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격려전화’가 청와대의 해명에 의해 졸지에 ‘위로전화’로 바뀐 것이다.
당시 워딩을 그대로 인용해보자. 김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분명 “대통령께서 지난주 예산이 처리되던 날 밤 비행기에 타시기 전에 직접 전화를 주셔서 ‘국회에서 예산이 처리되는 데 애써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보도 이후 논란이 확산됐고, 으레 청와대가 나섰다. “예산안 격려전화가 아니라 입원 위로 전화였다”는 것이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를 일이다. MBC는 김 의원이 “다른 의원들도 격려전화를 받았으며, 지난해 미디어법 충돌 직후에도 대통령의 격려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했다. 김 의원이 미디어법 충돌 당시에도 입원했고, 이번에 대통령으로부터 ‘격려전화’를 받은 의원들도 다 입원했다면 모를까, 청와대가 또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그걸 ‘위로전화’라고 하면 어떻고 ‘격려전화’라고 하면 또 어떤가. 국회에서 난동수준의 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빤히 아는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나는 그 바쁜 와중에 난동의 주범, 행동대장 격인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에서 예산이 처리되는 데 애써줘서 고맙다”며 “수고했다”고 했다는 게 ‘팩트(fact)’다. 그게 ‘격려’인지 ‘위로’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어차피 대통령뿐 아니라 임태희 비서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등 청와대 핵심참모들이 격려인지 위로인지 전화했고, 이에 뒤질세라 안상수 당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여권 핵심인사들도 괴력을 선보인 김 의원에게 직접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거나 전화를 걸어 김 의원의 공로를 ‘치하’했다고 한다. 어느 집안 꼬락서니인지, 참 볼만하다.
‘불법대포폰’이 아니라 ‘차명폰’이라고 우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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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상의 그림세상 |
도대체 이 정권은 왜 이리 ‘타이틀’에 연연하는지 모르겠다. 지난번 ‘국가적 결례’니 어쩌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밝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과의 대화에서도 ‘훼방꾼’ 표현이 있었는지 여부만 따졌을 뿐이다. 실제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사과를 전달받은 주한중국대사가 어떻게 생각했을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그놈의’ 국격(國格) 타령은 그치질 않는다. 이 대통령은 ‘격려전화’ 논란이 제기된 15일에도 ‘5% 경제성장’을 거론하며 “지금 한국의 국격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명백한 ‘불법사찰’의 증거인멸에 사용하라고 ‘불법 대포폰’을 건넨 청와대 행정관도 징계하지 않는 이명박 정권이 ‘국격’을 논하는 것이다.
제발 ‘5% 성장’이라는 타이틀 좀 벗었으면 좋겠다. 7% 경제성장, 4만 달러 소득, 7대 경제 대국 진입을 떠들던 ‘747공약’을 스스로 접어야 했던 굴욕적인 과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못하고 또다시 전시성 구호에 매달리는 건 우리 국격에도 맞지 않는 짓이다. 국민은 ‘447(400만 실업, 400조 원 국가부채, 700조 원 가계부채)’의 재림(再臨)을 원하지 않는다.
도청사건과 대통령 보좌관의 관련성이 드러나자 미국사회는 임기 도중에 대통령을 사임시켰다. ‘워터게이트사건’ 정도의 양심(良心)과 양식(良識)도 없이 국격을 논하는 것은 참 뻔뻔스러운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여당 고위관계자가 “당이 청와대 주문을 100% 이행하는 5공, 6공 수준으로 가고 있다”며 “70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 되겠느냐”고 한탄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2012년까지 제대로 된 국격을 기대하기는 틀린 것 같다.
그런데 걸핏하면 ‘국격, 국격’하는 이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어떤 전화로 통화했을까. 이번엔 ‘불법 대포폰’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니면 ‘불법 대포폰’이 아니라 ‘차명폰’이라고 우길지 모를 일이다.
希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