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울려퍼진 박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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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12-24)
“한 총리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이 없습니다. 허위진술을 했습니다. 겁박에 의한 것입니다.”
내 귀에는 벼락 치는 소리로 들렸다. 법정 안을 둘러봤다. 기자들이 뛰어나갔다. 박수소리가 들렸다. 한명숙 전 총리는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몸이 무너졌다. 피고인석에 있던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 여인은 실신해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갔다.
유시민은 눈물을 훔쳤다. 손수건을 꺼내 흐느끼는 방청객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해찬 전 총리는 입을 꽉 담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피고석에 앉은 한명숙 전 총리와 방청석에 이해찬 전 총리. 두 전직 총리가 역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증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한 총리님은 누명을 쓴 것입니다.”
검사들의 얼굴을 보았다. 창백했다. 그렇게 보였다. 벼락 치는 소리 속에는 검사들의 간 떨어지는 소리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날 검찰청사에는 간 떨어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많은 언론들이 한 전 총리의 재판을 보도했다. 왜곡할 수도 없는 너무나 분명한 진실을 국민은 이제 소상히 알았을 것이다. 이렇게 세상을 타락시킬 수 있을까 한탄을 했을 것이다.
한만호 증인의 양심선언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동안 양심의 가책 때문에 목숨을 끊고 싶었다는 한만호의 말을 들으며 양심의 힘이 얼마나 무서우며 진실 또한 얼마나 위대한지를 새삼 깨닫는다. 진실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졌는지 천근의 무게로 짓누른다.
진실을 외면하고 양심을 외면하는 인간들은 무엇인가. 검찰이 한만호와 대질을 해야 한다면 숨이 턱에 닿도록 급히 데려온 사람들이 있었다. 재판장이 허락하지 않자 검사가 마지막 한 마디라며 애원을 한다. 그렇게 들렸다.
“바로 문밖에 진실이 있습니다.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대질을 하도록 해 주십시오”
문밖에 있다는 진실은 과연 어떤 진실인가. 검찰만의 진실인가. 진실이란 이름으로 너무나 많은 거짓이 활개를 치고 있다. 진정 진실은 어디에 숨어 있는가. 법이란 이름으로 가려진 채 숨죽여 울고 있는 진실은 없는가.
신은 진실을 아신다. 그러니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다. 양심이 바로 신이다. “한명숙 전 총리가 이런 불미스런 사건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졌을 때는 죄송스런 마음에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검찰이 회유하거나 겁박을 해도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는 내 진술은 바뀌지 않을 것이며 징역을 더 사는 일이 있더라도 진실은 밝힐 것이다.”
한만호의 결의다. 이제 한만호는 가슴을 열어 국민에게 양심을 보인 채 자신을 던졌다.
사건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별건수사가 없다던 검찰총장의 말은 거짓이 되었다.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첫 번째 사건의 1심 선거공판 하루를 앞두고 별건수사에 들어갔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검찰은 부메랑을 맞는다.
한만호의 양심선언은 역사에 남는다. 검찰의 기소도 역사에 남는다. 감동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역사라는 것을 생각한다. 우리 인간들은 왜 역사를 두려워하는가. 죄진 자들은 안다.
2012년 12월 19일. 국민들은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었는지 알 것이다. 바로 다음 날부터 전임대통령의 공과는 냉정하게 쏟아질 것이다.
국민들은 궁금하다. 그 동안 가려져 있던 진실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이며 어떤 전직으로 남을 것인가.
4대강의 운명은 어떻게 되며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나라당은 어떻게 될 것이며 이명박 정권하에서 고관대작을 지낸 인물들은 어떤 운명이 될 것인가.
권력의 교체 후 제일 먼저 국민들이 놀랄 것은 진실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영원히 묻혀질 것 같았던 온갖 의혹들이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소용이 없다. BBK며 도곡동이며 한상률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선정됐다.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4자 성어다. 진실을 숨기려 해도 실체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숨기는 것이 들통 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회, 한미 FTA 협상, 예산안 날치기 한명숙 전 총리 기소 등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의혹을 해소하려는 노력보다는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이 돋보였다는 지적이다.
그런 의혹들이 이명박 정부가 끝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일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보이게 되어 있다. 그게 역사다.
참혹하게 세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검찰로부터 어떤 수사를 받았는가. 수사는 공정하게 이루어졌고 불법행위는 없었는가. 이런 것들이 하나도 숨김이 없이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 조현오는 왜 조사하지 않는가. 문재인 변호사가 검찰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이제 거적을 깔고라도 시위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 국가에 대해서 의무를 진다. 흔히 4대 의무라고 한다. 국방의 의무, 남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다. 이런 국민의 의무를 바탕으로 국가는 유지된다. 그렇다면 국민에 대해서 지는 국가의 의무는 없는가.
국가의 의무는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그 어느 것보다 가장 중요한 의무다. 이걸 방기한다면 그것은 국가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하는 것이며 따라서 국민에게 의무를 요구할 수도 없다.
어떤가. 지금 국민은 편안한가. 구제역의 창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난동이니 그렇다고 치자. 구제역만 없으면 국민은 편안한가. 언제 포탄이 머리에 떨어질지 불안하다. 전국이 군사훈련으로 요란하다. 서해에서 동해에서 하늘에서 그리고 육지에서 포성이 들린다. 그러면 안심인가.
국민은 불안하다. 북한의 스텔스 잠수정이 우리 함정을 언제 공격하고 도주할지 모른다. 이제는 새 때로 오인하고 발칸포를 쏘아대지는 않겠지.
최신예 전투기가 정비부량으로 추락하는 일은 없을까. 최신 랭스 헬기의 부품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는가.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지면 대응 사격하는 K-9자주포가 고장나는 일은 없을까.
새로 건조했다는 고속정은 이제 갈지(之)자로 가지 않고 직선순항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탱크포도 포신이 파열하는 일은 없겠지. 장갑차가 강을 건너다가 침수되어 운전병이 사망하는 일은 없겠지. 이제 군화는 물이 새지 않는가. 걱정이 하나 둘이 아니다.
대통령이 일선을 방문해서 북한이 도발을 하면 즉각 반격을 한다고 했다. 이제 무기의 결함이나 문제점들은 말끔하게 해소된 모양이다. 훈련을 한다며 지난 번 쏘다 남은 포탄을 다 소비했다고 한다. 포탄 없애기 훈련이었는가. 대통령의 약속으로 국민은 안심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마음 한 구석에 혹시나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왜일까. 지금까지 여러 일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사자성어 <장두노미(藏頭露尾)>가 생각난다. 그래서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국민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군대도 안 간 집권당의 대표와 포병 장군 출신의 여당 국회의원이 보온병을 들고 기자들 앞에서 포탄이라고 천연스럽게 장담을 한다면 국민은 정권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믿으면 희망이 없는 국민이다.
국민은 의무로서 세금을 낸다. 세금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서 쓴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날치기가 뭔가. 범죄행위다. 날치기 예산통과를 원내대표라는 김무성은 정의라고 했다. 정의가 뭔지도 모르는 대표다. 복지예산은 모조리 삭감하고 이것을 정의라고 한다면 불의는 무엇인가. 사라진 복지예산 좀 보라.
# 결식아동 급식 지원금 : 541억원 전액삭감
#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 903억원 전액삭감
# 사회적 일자리 창출 지원금 : 340억원 삭감
# 노인 일자리 에산 : 190억원 삭감
#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예산 : 1,100억원 전액삭감
# 한시적 생계구호비 : 4,181억원 전액삭감
# 실직가정 대부사업비 : 3,000억원 전액삭감
#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비 : 880억원 삭감
# 저소득층 긴급 복지비 : 1,000억원 삭감
# 기초생활자 급여예산 : 649억원 삭감
# 장애인 활동보조비 신규신청 : 전면금지
# 장애아동 무상보육 지원금 : 50억원 삭감
# 장애인 차량지원비 : 116억원 전액 삭감
# 교육 예산 : 1조4000억원 삭감
#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진료비 예산 : 104억원 삭감
# 국공립보육시설 신축 예산 : 55억원 삭감
# 노인장기요양보험시설 확충 예산 : 447억원 삭감
# 보육시설 확충비용 : 104억원 삭감
#청소년 안전시설 지원비 : 8천만원 삭감
# 장애인차량 지원비 : 116억원 삭감
# 건강보험 가입자지원금 : 568억원 삭감
#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 지원액 : 1천억원 삭감
# 연탄 보조금 : 전액 삭감
# 서울시 독거노인 주말 도시락 보조금 : 2억원 전액 삭감
# 긴급복지 : 1004억원 삭감
# 재산담보부 생계비 융자 : 598억원 삭감
# 공공의료 확충 : 627억원 삭감
# 보육시설 기능 보강 : 117억원 삭감
# 저소득층 암 조기검진 및 의료비 지원 : 45억원 삭감
# 차상위계층 의료지원 : 304억원 삭감
복지예산은 몽땅 삭감했다. 참으로 치사하고 더럽다. 지들이 밥 좀 먹는다고 이래야 되는가. 그러면서도 친서민 정당을 말하고 공평을 말하고 공정을 말하는가. 이러면서도 2012년에 표 달라고 아양 떨 것인가. 맞는다. 이것이 뻔뻔한 한나라당의 벌거벗은 모습이다.
뉴스에서 한나라당 간부들이 복지시설을 위문한다고 한다. 걱정이 된다. 혹시 문전박대를 당하면 어쩌나. 혹 화가 난 어르신들한테 따귀라도 맞으면 뭐라고 할 것인가. 제발 아무 탈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치는 제대로 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22일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이 “친일 인명사전에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의 이름을 등재하지 말라”며 낸 친일반민족행위결정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는 “방응모, 친일결정취소訴 일부승소” “방응모 친일 부당결정 아니다” 등 평소와 다른 ‘모호한 제목’으로 혼동을 야기했다.
요렇게 아리까리한 내용을 보도한 매체가 있었지만 많은 매체가 명확하게 제목을 뽑았다.
“법원 ‘방응모, 친일파 맞다’”(뉴시스), “법원 ‘방응모, 친일 인정’”(경항), “법원, 방응모 ‘친일’ 인정”(한겨레), “방응모 친일행위 결정처분 정당”(한국) “방응모 친일 부당결정 아니다”(동아 인터넷뉴스)
그러나 지상파 TV는 MBC만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했을 뿐 ‘신뢰받는 국민의 방송 KBS’와 ‘내일을 봅니다’의 SBS’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조선이나 중앙이 제대로 보도를 했다면 신뢰가 얼마나 올라갔을까. 아쉽다.
조선이나 동아가 그들 창업주의 친일사실을 역사의 기록에서 삭제하기 위해 눈물나는 노력을 한 것을 가상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왜냐면 역사는 그렇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오히려 보다 더 민주적이고 언론으로서 올바른 길을 걷는다면 과거의 허물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로되 문제가 있을 때 마다 더러운 속옷이 들춰지는 수모는 겪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자신이 지니고 다니기 마련이다. 이제 기자들이 기자 노릇을 좀 하자.
2010년 12월 20일은 검찰로서는 수모의 기억이 될 것이지만 국민으로서는 영원히 기억할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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