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조중동의 방송 정글 진입을 환영합니다

순수한 남자 2011. 1. 4. 12:54

조중동의 방송 정글 진입을 환영합니다
번호 225272  글쓴이 양정철  조회 5422  누리 1375 (1375-0, 63:198:0)  등록일 2011-1-3 14:24
대문 77


조중동의 방송 정글 진입을 환영합니다
(양정철닷컴 / 양정철 / 2011-01-01)


○…2010년 마지막 날, 두 가지 대형 빅 이슈가 발표됐습니다. 하나는 개각, 또 하나는 종합편성채널 사업권자 발표였습니다. 너무 속 보이는 타이밍 선택입니다. 통상 홍보하는 사람들 사이엔 불문율 같은 원칙이 있습니다. 욕먹을 사안, 불리한 사안의 릴리스(언론공표 및 보도자료 배포)는 금요일이나 연휴 직전을 택하는 것입니다. 이때 신문은 쉽니다. 방송은 가뜩이나 하드한 주제에 깊이 있게 들어가지 않는데다, 주말이나 연휴 때엔 연성화된 아이템 중심으로 방송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비판여론을 잠시 피할 수 있지요. 며칠의 잠복기를 가짐으로써 김을 빼는 효과도 있습니다. 더구나 세밑의 가장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탔습니다.

두 가지 이슈를 같이 발표해 교묘한 ‘물 타기’까지 했습니다. 머리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식당으로 치면, 처리곤란인 재고 음식을 교묘하게 떨이한 셈입니다. 두 사안의 특성을 봤을 때 이런 타이밍 조율을 ‘한 큐’에 할 수 있는 곳은 청와대밖에 없습니다. 나쁜 머리는 다 썼다고 봐야겠습니다.

○…개각부터 짚어봅니다. 향후 개개인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이뤄지겠지만, 세 사람에 대한 임명은 문제가 있습니다.

▲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좌) 박형준 사회특별보좌관(중) 이동관 언론특별보좌관(우)

먼저 감사원장 후보자. 청와대 참모를 감사원장에 임명한 것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6년 사정특보 출신의 신두영 원장 이후 처음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감사원 업무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 뻔합니다. 독립기관인 감사원은 청와대 하부기관이 될 것입니다. 4대강 사업 등 정부 주요활동에 대한 감사기능 신뢰도에 의구심이 제기될 겁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특별히 애쓴 몇 개 기관이 있습니다. 한국은행, 감사원, 방송위원회(현재 방통위), 국가인권위원회, KBS, 검찰 등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알아서 기는 검찰을 빼면) 나머지 전 기관에 대통령 측근이나 청와대 출신이 수장으로 포진해 있습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전부 말아먹고 있는 것이죠.

더구나 후보자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불법사찰 연루의혹을 사고 있는 사람입니다.

박형준 이동관 두 사람의 상근특보 임명도 아주 잘못된 방법입니다. 대통령 상근특보는 전례가 거의 없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대통령 특보는 대개 비상근이었습니다. 이들이 상근으로 가게 되면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 업무 특성상 정무수석, 홍보수석, 기획관리실장 등과 업무영역 및 권한을 두고 권력 내부 다툼과 갈등이 생길 게 뻔합니다.

다만 측근들 중용에 대해 언론이나 야당이 뭐라 하는 것에 대해선, 저는 반대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에 지겨운 공격을 하도 당해 봐서 압니다.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쓰게 해야지 안 그러면 누구를 씁니까. 미국은 안 그런가요. 개개인의 자질과 면면을 놓고 따져야지 믿을 수 있는 주변 사람 쓰는 것 자체만 가지고 시비를 걸면 안 된다고 봅니다. 언론이야 그럴 수 있지만 민주당은 집권경험이 있는 정당입니다. 과거 한나라당이 했던 무책임한 비판을, 이제 야당이라고 해서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나중에 집권하면 자신들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종편 선정을 두고 부글부글 끓는 여론이 높습니다. 당연합니다. 아무리 3년 충성의 달콤한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어떻게 ‘조중동매연’에게 싹쓸이로 몰아 주느냐는 것이죠. 언론구도가 큰일이라는 걱정이구요. 하지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봅니다.

▲ 케이블 종편시장 진출, 축복일까요?

이 분야는 제가 조금 압니다. 청와대에서 방송담당 비서관만 4년을 했으니까요. 예언컨대, 종편은 ‘조중동’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방송시장은 전체 파이가 한정돼 있습니다. 현재 지상파 3사, 지역방송, 케이블, 종교방송이 나눠 먹고 있는 방송광고 시장은 대략 7조 5천억 원 정도 규모입니다. 기존 방송사들도 광고유치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빅4’가 추가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다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막대한 물량을 쏟아 부어야 하고, 그렇게 해서 살아남아도 심각한 출혈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KBS MBC 연매출액이 1조 4천억 원 정도입니다. 종편사업 신청자들이 약속한 자본금 규모는 평균 4천억 원, 4개사 모두 합쳐봐야 1조 6천억 원 정도입니다. 기존 방송은 이미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신규진입 사업자는 기본시설 갖추는 데에만 엄청난 자금을 써야 합니다. 핑크빛 미래는 결코 없습니다.

메이저 신문들이 종편 컨소시움 구성 과정에서 30대 주요 재벌 멱살을 끌고 잡아당겼는데도 종편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던 것은 이런 계산 때문입니다. 돈 되는 일이면 치킨이나 김치에도 뛰어드는 그들이, 왜 그랬을까요. 지금까지 방송 시장에 매력을 안 느껴 본 재벌은 없습니다. 한 번씩 진출했거나 검토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결과는 참패입니다. 모두 쓴맛을 보고 철수했습니다. 살아남은 게 CJ 정도입니다. CJ도 그나마 케이블 망(網) 사업 기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몇 개는 망하고, 몇 개끼리는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입니다. 시장논리는 그렇습니다. 다만 정치적 논리와 조폭식 수법으로 정권에게 생존을 구걸하거나 다양한 앵벌이 짓을 할 것입니다. KBS 수신료 인상을 통한 광고시장 확대, 지상파에 근접한 채널배정, 의약품 광고허용 등 규제 완화, 직접 광고영업 등 특혜조치를 거래할 수 있겠지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 봐야 한계가 있습니다.

임기 말로 치닫는 이명박 정권이 ‘조중동매연’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언제까지 해 줄 수 있을까요.

어쨌든 정권에 굴종하고 있는 기존 방송과 정권에 충성해서 사업권을 따낸 ‘조중동매연’의 자기들끼리 피 튀기는 이전투구를 느긋이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물론 그 사이에 방송시장과 콘텐츠는 목불인견의 꼴을 연출하겠지요. 그것 역시 나쁘진 않습니다. 시청자 외면과 그로 인해 나중에라도 ‘대대적 정비’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될 테니까요.

2011, 조중동의 방송 정글 진입을 환영합니다.

 

양정철 /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5272

최근 대문글
오세훈의 속 보이는 이명박 따라 하기의 끝은? - 재능세공사
“여러분이 있어서 외롭지 않습니다” - 노무현재단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의심스럽다 - 조기숙
민주당 정신 차려라, 마지막 기회다 - 이기명
“포항 ‘형제파’가 대한민국을 거덜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