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가 내란죄면 이들은 참수를 했어야 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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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군인들에게 항명을 선동한 극우단체의 조선 동아 의견광고 사극 속 얘기가 아닙니다.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2004년 7월, 이 땅의 수구세력이 총궐기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자 군 통수권자인 노무현에게 반란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거병범궐(擧兵犯闕, 반란세력이 군사를 일으켜 대궐을 침) 태세로 대적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퇴역 군인들은 현역 군인들에게 항명을 선동했습니다. 예비역대령연합회 등이 결성한 ‘국민행동본부’는 조선 동아에 광고를 내 “국군은 헌법과 국가를 배신하는 정권의 그 어떤 명령도 거부해야 한다”고 부추겼습니다. 극우 선동가 조갑제옹은 ‘시일야 방성대곡’ 어쩌고 하면서 “친북정권이 적과 내통하여 헌법을 마비시키고 국익을 팔면서 국군을 무력화시켜 나갈 때 국군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역시 항명을 부추겼습니다. 도심 집회엔 군복을 입은 극우단체 회원 1만여 명이 결집해 청와대에 진격이라도 할 듯한 태세로 대통령을 모욕하고 조롱했습니다. 이들은 일부 군인들의 군 정보 보고누락을 청와대가 조사한 것에 대해서까지 문제제기를 하면서 청와대의 권한을 마비시키려 했습니다. 조선 동아 등은 내란선동 광고게재도 모자라 때아닌 간첩 타령을 하면서 나라를 온통 좌우대결구도로 몰아넣었습니다. 한나라당 역시 부화뇌동하면서 정치공세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점잖게 넘어갔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조차 언급을 삼가며 절제했습니다. 대꾸할 가치도 없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긴 해도) 그게 민주주의니까요. 단지 국내언론비서관이던 저의 글(아래) 하나로 따끔하게 공개적인 야단을 쳤을 뿐입니다. 물론 노 대통령 임기 내내 국가원수에 대한 비하와 능멸, 육두문자는 수도 없이 등장했습니다. 그 표현은 차마 글로 옮기기조차 민망한 저급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내란죄로 처벌을 받진 않았습니다. 천정배 의원의 이 대통령 비난 발언을 대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태도는 경박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뻔뻔스러울 만큼 이중적입니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불과 몇 년 전, 자신들이 당시 국가원수에게 어떻게 했는지 떠올려보고 삿대질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2004년 7월 그때, 이 나라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었는지 돌아보면서 부디 천 의원 발언에 대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쿨하게 넘어가길 권면 합니다. 참 쪼잔해 보입니다.
누가 이 나라를 흔들고 있는가 “노 정권은 대한민국 해체에 나서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의 자질이 없다” “국군은 헌법과 국가의 체제와 자유를 파괴하려는 그 어떤 위헌적 명령과 영향력도 거부해야 한다” 등의 표현이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다. 궁금한 것은 이런 광고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게재한 두 신문의 가치기준이다. 광고는 광고일 뿐인가. 의견광고, 그것도 대통령의 국군 통수권을 부정하고 군을 상대로 공공연히 명령거부를 부추기는 광고가 언론사와는 무관한 광고주의 자유에 속하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신문협회 신문윤리위원회가 정한 신문광고실천윤리요강에 따르면 이런 광고는 지면에 실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이 요강은 ‘국가변란의 위험이 있는 내용’ ‘공익을 위함이 아니면서 타인 또는 단체나 기관을 비방, 중상하여 그 명예나 신용을 훼손시키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내용’ ‘허위 또는 불확실한 표현으로 대중을 기만, 오도하는 내용’은 게재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두 신문이 자사가 속한 협회의 광고윤리를 몰라서, 그저 광고가 부족해 물불 안 가리고 이런 광고를 게재했다면 국민과 대통령, 그리고 이 광고로 명예를 실추당한 군을 상대로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윤리요강을 알면서도 이번 광고가 그 요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변명한다면 이는 거짓말이다. 두 신문은 과거에 이번 광고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시국관련 광고를 거부하거나 내용을 수정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언론전문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지난 95년 12월 안기부에서 구속수사를 받던 박모씨와 김모씨가 ‘안기부의 고문수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일방적 내용이라 게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95년 11월 성균관대 민주동문회가 5·18 특별법 제정과 전두환 씨 구속을 요구하는 의견광고를 신청했으나 거부한 적이 있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었다. 두 신문은 2000년 5월에도 대한항공 승무원 노조의 의견광고를 싣기로 합의했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광고주의 비난을 샀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한다. 심지어 동아일보는 97년 2월, ‘약사명예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 의견광고를 게재하는 과정에선 당시 복지부 차관의 실명을 자신들이 알아서 삭제한 사실도 있다고 <미디어오늘>은 보도했다. 두 신문이 대통령의 국군 통수권을 부정하고 군을 상대로 공공연히 명령거부를 부추기는 광고가, 자신들이 과거에 게재를 거부했던 광고보다 덜 위험하거나 논란의 소지가 훨씬 덜하다고 봤을 가능성은 없다. 광고내용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 항의를 받더라도 거절하거나 광고내용을 변조하기까지 한 과거 관행을 몰랐을 리도 만무하다. 광고를 主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두 신문사가 광고윤리요강을 몰랐을 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특히 일각에선 문제의 광고가 다른 의견광고보다 싼 가격으로 게재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비단 광고게재뿐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국가정체성 시비와 관련한 몇 가지 보도에서도 두 신문의 가치판단 기준은 망각의 바다에서 착각이라는 항로만 편하게 내달리는 유령선의 모습처럼 보인다. 두 신문은 때로는 유일한 군의 대변자처럼, 때로는 애국심이 자신들만의 전유물인 듯, 때로는 국가 정통성의 최후 보루인 듯 행세하고 있다. ‘간첩’이 군을 조사한다고 흥분? 의문사진상규명위에서 조직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군을 조사했다고 비분강개했다. 그런 두 신문은 이들이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임용될 때 왜 아무런 문제제기도 안 했는가. 또 이들이 사면복권 될 때 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가. 그들의 잣대로 죄질을 따지면, 더 문제가 됐던 사건의 연루자들이 지금 제1야당(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훨씬 중요한 안보상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점에 대해선 왜 침묵하는가. 북은 놔두고 군만 가지고 나무란다? NLL 사건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북한인데 이는 문제 삼지 않고 청와대와 정부가 우리 군만 탓한다는 비판을 두 신문은 집중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작전 타당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를 조사한 바도 없다. 핵심은 당시 작전상황이 아니라 군 보고체계에 국한된 것이었다. 이를 정략적이고 정치적으로 확대해 대통령과 군, 일선 부대와 군 지휘부 사이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확대시킨 것은 누구였는가. 그리고 우리 군 내부의 보고체계를 놓고 북한군을 불러 조사라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친일진상규명법이 조선, 동아를 겨냥? 두 신문은 항변한다. 친일진상규명법이 자신들을 타깃으로 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일제시대를 헤쳐 온 집단이 두 신문사뿐인가. 왜 유독 두 신문만이 죽는소리를 하는가. 떳떳하면 진상 조사에 응하면 될 일이다. 두 신문은 성역인가. 세무조사를 받아서도 안 되고 과거사에 대한 추적을 받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은 무슨 궤변인가. 야당의 대표가 새삼 ‘정체성’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느닷없다. 야당의 대표가 돼 국가지도자를 넘보는 분이 최소한의 검증도 받지 못하겠다면서 ‘독재시대의 장물’(정수장학회)조차 문제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딱한 노릇이다. 하지만 두 신문이 야당 대표의 등에 올라타 함께 ‘국가정체성’을 따지며 때아닌 색깔공세를 벌이는 것은 더 딱하고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다. 박 前 대통령은 사망했다. 그러나 그 시대에 갖은 기득권을 누리며 오늘의 자리에 이른 사람이나 집단은 과거사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마땅하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그 시절에 체득한 이념공세를 펼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국민이 피땀으로 언론의 자유를 쟁취하는 동안 특권과 특혜의 철옹성을 쌓아온 두 신문사는 스스로 겸허할 줄 알아야 한다.
양정철 /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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